24일(이하 현지시각) 새벽 폐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를 두고 ‘리더십’이 부재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파리협정 제6조 ‘국제탄소시장’ 합의 이외에는 사실상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2025년 이후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를 정하는 만큼 ‘금융 기후총회’로 불렸습니다.
마라톤 협상 끝에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을 위해 연간 3,000억 달러(약 420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개도국들이 요구하던 5,000억 달러(약 700조 원)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액수입니다.
폐막식 회의에서 인도 대표단을 필두로 개도국들은 일제히 반발을 쏟아냈습니다. 액수가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실효성 면에서도 미진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합의문에는 “선진국들이 3,000억 달러를 개도국에게 기부한다”는 명확한 표현 대신 “선진국이 주도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문장이 담겼습니다. 기후재원 목표 달성 실패 시 선진국들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면피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더욱이 작년 28차 당사국총회(COP28)와 달리 참가국이 모두 동의해 발표하는 포괄적 합의문 역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주제별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홈페이지에 문서들이 올라온 상태입니다.
폐막 전후로 국제환경법센터·그린피스·옥스팜 등 주요 시민단체와 싱크탱크들은 일제히 성명을 통해 COP29에서 리더십이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의 니키 라이쉬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는 “COP29는 ‘재앙(dumpster fire)’이었다”며 “쓰레기가 아닌 지구가 불에 타게 됐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유엔사무총장 “분열된 지정학적 환경 속 복잡한 협상” 🤝
이같은 결과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COP29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의 인권 탄압 문제를 두고 몇몇 국가들의 ‘보이콧’이 잇따랐습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기조연설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두고 “신의 선물”이라고 발언한 것은 폐막 직전까지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무엇보다 COP29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파리협정 재탈퇴 등을 약속한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친트럼프 성향의 아르헨티나의 경우 COP29에서 자국 대표단을 철수시켰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확산 등 불안한 국제정세 역시 갈등을 키웠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역시 COP29가 매우 혼란한 상황 속에서 열렸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번 협상은 불확실하고 분열된 지정학적 환경에서 복잡하게 진행됐다”며 “각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기반으로 더 나아가길 호소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사회가 COP30에 희망 모으는 까닭은? 🇧🇷
다자간 기후협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이 가운데 국제사회는 내년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릴 30차 당사국총회(COP30)을 걸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상징적인 곳입니다. 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집권 후 기후대응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1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COP30을) 대전환의 기후총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COP30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란 점을 피력했습니다.
COP29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강력한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생물다양성 손실·사막화 등 파편화된 문제들을 한 자리에 통합해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①기후변화협약 ②생믈다양성협약 ③사막화방지협약 등 세계 3대 환경협약을 최대한 한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말입니다.
이밖에도 ▲삼림벌채 종식 ▲자연기반솔루션(NBS) ▲녹색기술 등이 COP30에서 큰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시우바 장관은 이야기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COP30에 약 5만 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①2035 NDC ②BTR 보고서 ②넷제로 국제표준 주목 🤔
한편, COP30의 화두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2035 NDC)’입니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5년 주기로 감축목표(NDC)를 상향해 유엔에 제출해야 합니다. 마감기한은 오는 2025년 2월까지입니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역시 “각국은 파리협정 1.5℃ 억제 목표에 일치하는 NDC를 COP30 이전에 약속대로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주요 20개국(G20)이 앞장서야 한다고 그는 피력했습니다.
25일 기준 2035 NDC를 발표한 국가는 ①아랍에미리트(UAE) ②영국 ③브라질 순입니다. 3곳 모두 기후총회 당사국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다른 국가에게 야심찬 NDC 수립을 촉구하고자 마감기한보다 일찍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 COP29에서 ‘1.5℃ 경로에 부합하는 NDC 이니셔티브’가 출범한 점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입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스위스 ▲노르웨이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니셔티브는 말 그대로 각국이 파리협정 1.5℃ 억제 경로에 일치하는 2035 NDC를 수립해 제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3배 확대, 석탄화력발전 단계적 감축, 생물다양성 보전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2025년 2월 마감기한을 지킨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스위스 역시 야심찬 목표를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 EU의 경우 마감기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행정부 격인 차기 EU 집행위원회가 출범하는 12월까지는 법안 처리에 상당한 지연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 이 이니셔티브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정부는 2035 NDC 수립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환경부는 현재 기술별 감축 잠재량을 분석하는 단계입니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감축할지 살펴보는 겁니다.
이후 내년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35 NDC를 확정한다는 계획입니다. 단, 마감기한을 엄수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새로운 목표를 두고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2035 NDC가 60% 감축은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60% 감축은 파리협정 1.5℃ 경로에 부합하는 수치입니다. 김 장관은 “국민이나 경제·사회가 변화를 견딜 인프라(기반시설)나 공감대 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올해까지 각국이 처음으로 제출하는 ‘제1차 격년투명성보고서(BTR)’ 역시도 화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각국이 자국의 NDC 달성을 위해 현재 진행상황에 대해 기술한 겁니다. 온실가스 배출량·흡수량 그리고 감축목표 이행과 달성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후 유엔 기술검토팀이 각국을 찾아 검증과정을 검토합니다. 쉽게 말해 각국이 NDC 달성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말입니다. 한국은 번역을 거쳐 12월 말까지 보고서를 UNFCCC에 제출한다는 계획입니다
나아가 국제표준화기구(ISO)는 ‘넷제로’와 관련한 국제표준을 COP30에서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영국왕립표준협회(BSI)·콜롬비아 기술표준인증연구소(ICONTE)와 협력해 넷제로 국제표준 개발이 추진 중입니다.
노엘리아 가르시아 네브라 ISO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국제표준 개발 이유에 대해 넷제로 목표와 전략과 관련해 명확성과 신뢰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2024년 COP29 폐막 모아보기]
① 파리협정 제6조, 10년 기다림 끝 합의
② 선진국, 기후재원 연간 3000억 달러 합의…개도국 ‘턱없이 부족’
③ 한국, ‘ESS·전력망 확대 서약’ 참여…COP29 에너지 논의 현황은?
④ AI·데이터센터 증설 따른 배출량 증가에 빅테크 업계 COP29서 몸 사려
⑤ COP29에 ‘리더십’ 실종 비판…2025년 브라질 기후총회에 기대 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