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표단 기후총회 돌연 철수…프랑스 환경부 장관 역시 ‘보이콧’

COP29 협상장서 기후총회 자체 불신감 팽배

아르헨티나, 프랑스, 파푸아뉴기니.

14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현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철수하거나 불참을 선언한 국가들입니다. 정치적 이유와 지정학적 갈등 등 이유 역시 제각각입니다.

올해 기후총회가 ‘맹탕’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남미의 트럼프’ 아르헨티나 대통령, 대표단 철수 명령 🇦🇷

먼저 더가디언 등에 따르면, 13일(이하 현지시각)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COP29에 있는 자국 대표단에 철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회의 도중 한 국가가 중도에 철수한 것은 기후총회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극우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했습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기후변화 부정론자입니다. 그는 대통령 유세 기간 중 기후위기는 사회주의자들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한 바 있으나, 이후 해당 약속은 철회된 상태입니다.

아르헨티나 대표단 최선임자인 아나 라마스 환경부 차관은 “(철수) 명령이 내려온 것은 사실”이라며 “외교부로부터 더는 협상에 참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라마스 차관은 그 이상의 언급은 자제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현재 어떤 발표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CO29 이탈 결정이 국제 기후외교와 아르헨티나 경제에 악재를 줄 것이란 우려를 내놓았습니다.

줄리에타 젤리코비치 아르헨티나 로사리오대 외교학과 교수는 가디언에 “(철수 결정으로 인해) 아르헨티나의 주요 외교 파트너인 유럽연합(EU)과 다른 남미 국가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그 여파로 오는 18일 브라질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긍정적인 합의가 도출될 것 같지는 않다고 그는 전망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싱크탱크 ‘커먼 이니셔티브’의 오스카라 소리아 국장 역시 “아르헨티나가 COP29에서 나간 일은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도 “말레이 행정부 아래에서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 13일(현지시각)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주요 행사로 ‘군소도서 개발도상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신식민주의를 기반으로 해외자치령을 인권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iara Worth, UNFCCC

아제르바이잔 ‘저격’에 프랑스 정부 COP29 ‘보이콧’ 🤔

프랑스는 정부 고위급 인사가 COP29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프랑스 대표단을 이끄는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프랑스 생태환경부 장관은 13일 프랑스 상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뤼나셰르 장관은 “대통령과 총리와 논의하고 합의한 결과, (COP29가 열리는) 바쿠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단, 정부 대표단은 COP29에 남아 협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같은날 COP29에서 열린 ‘군소도서 개발도상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신식민주의를 비난했습니다.

그는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해외영토, 카리브해와 태평양 도서국이 기후변화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들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정권에 의해 잔혹하게 억압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또 프랑스령 폴리네시시와 알제리에서 일어난 과거 핵실험으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도 꼬집었습니다. 또 올해 5월 남태평양에 있던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에서 있었던 유혈 소요 사태도 언급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누벨칼레도니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에게 투표권을 주는 확대안을 추진하려 하자 현지인들이 크게 반발해 소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현지인 입장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이주민이 늘어날 경우 독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누벨칼레도니는 2020년 독립 찬반투표에서 53%가 반대해 독립이 무산됐습니다.

당시 경찰 측과의 충도로 13명이 사망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이 프랑스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입니다. 이에 프랑스는 “억압적인 정권인 아제르바이잔이 인권 문제에 대해 프랑스를 훈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이 프랑스를 저격하고 나선 것은 양국 간 갈등 때문입니다. 2023년 9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무력충돌이 발생했을 때부터 양국은 줄곧 긴장 관계입니다. 당시 프랑스는 아르메니아 편을 들며 무력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당시 아제르바이잔은 프랑스가 아르메니아 편을 들었다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한편, 네덜란드 외무부 역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네덜란드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아제르바이잔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자국을 인권 탄압국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 불쾌하다고 말했습니다.

붑커 훅스트라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프랑스를 옹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양자 간 의견 불일치와 관계없이 기후총회는 모든 국가가 자유롭게 와서 기후행동에 대해 협상할 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파푸아뉴기니, 향후 기후총회 고위급인사 참석 없을 것 🇵🇬

태평양 섬나라인 파푸아뉴기니는 현재의 기후총회가 진전 없이 공전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파푸아뉴기니는 해수면 상승과 홍수 등 기후재해에 취약한 국가로 꼽힙니다.

이에 올해 8월 제임스 마라페 파퓨아뉴기니 총리가 COP29에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탄소발자국이 큰 국가들이 기후변화 피해국인 삼림·해양 국가들을 즉각 지원하지 않는 것에 대항 항의 차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저스틴 트카첸토 파푸아뉴기니 외무장관은 향후 모든 기후총회에 고위급인사가 참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인 기후대응과 지원체계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단, 파푸아뉴기니 현지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결정을 두고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옵니다. 오히려 국제 기후대응에서 소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이은 ‘보이콧’ 선언에 기후총회 회의감 팽배 ⚖️

이로 인해 COP29에서는 기후총회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과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힘없는 국가의 지도자들이 발언하는 사이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서로 사진을 찍고 있다”며 “이들의 연설 장면은 그저 뒷배경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협상장에서 그저 관행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미사여구만 채워넣으면서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온실가스 주된 배출자이자 오염원인 국가들이 의미있는 행동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현재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반으로 취임한 무함마드 유누스 최고고문(총리격) 역시 국제사회가 기후대응을 위해 힘을 합칠 시점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유누스 최고고문은 전체적인 상황 인식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과거 식민주의처럼 선진국들이 무한 소비주의로 기후위기를 유발했다”며 “책임 있는 국가들이 기후위기를 해결해야지 빈곤국들을 상대로 협상이 무슨 말이냐”고 그는 날을 세웠습니다.

한편,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COP29 개회사에서 “국제협력만이 인류가 지구온난화로부터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협상이) 쉬운 시기는 아니지만 절망이 전력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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