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제6조, 10년 기다림 끝 합의 “국제탄소시장이 온다”

COP29서 파리협정 6.4조·6.2조 최종 채택

파리협정 제6조가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최종 승인됐습니다. 2015년 파리협정이 타결된 지 거의 10년만입니다.

23일(이하 현지시각) COP29 의장단은 이날 파리협정 제6.2조(협력적 접근법)와 제6.4조(국제탄소시장) 모두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는 지난 24일 새벽 폐막했습니다.

파리협정 6조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그 안에서 6.2조는 국가간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자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규정입니다. 6.4조는 시장 기반의 중앙집권체제의 탄소거래 메커니즘, 즉 국제탄소시장 설립을 골자로 합니다.

두 조항 모두 그동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견해차로 합의가 더뎠습니다. 작년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타결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으나 끝내 불발된 바 있습니다.

무크타르 바바예프 COP29 의장은 이번 합의를 두고 “우리는 10년간의 기다림을 끝냈다”고 환영을 나타냈습니다. 이어 “6조는 국가간 과제인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통 겪은 6.2조, 핵심은 국외감축실적 ‘무결성’ 🌐

6.2조에 따르면, 국가들은 자발적 협력을 통해 발생한 국외감축실적(ITMO)을 발행·거래할 수 있습니다.

6.4조 기반의 국제탄소시장이 출범하지 못한 상황에서 6.2조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주요 탄소감축 수단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양자 또는 다자간 상호 협력으로 감축실적 이전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싱가포르·스위스 등은 여러 개도국과 양자 합의를 추진 중이거나 완료했습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2030년 감축목표 중 3,750만 톤을 국제감축으로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를 통해 확인한 결과, 국외감축실적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곳은 일본이 28개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싱가포르(21개), 스위스(12개), 한국(10개) 순이었습니다.

물론 그간 6.2조에 대한 합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단 점에서 ‘개문발차(開門發車)’나 다름없었습니다. 합의가 필요한 사항으로는 ▲국외감축실적 승인·취소 지침 ▲등록부 운영 방식 ▲투명성 확보를 위한 거래보고 등이 남아있었습니다.

특히, COP29에서는 국외감축실적의 ‘불일치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됐습니다.

불일치란 정보의 누락·오류·상충 등으로 일어나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국가간 정보 격차로 인해 국외감축실적을 과대발행하거나 지역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등의 무결성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단 우려가 컸던 것입니다. 이는 감축량 산정과 국외감축실적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COP29 내 6.2조 논의에서 가장 큰 진전은 불일치 사항에 대한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탄소크레딧의 무결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을 제정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 ‘탄소크레딧 품질 이니셔티브(CCQI)’·‘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위원회(ICVCM)’ 등의 이니셔티브가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탄소시장 개발 책임자 크리스 리즈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각국이 무결성 탄소크레딧 기준으로 ICVCM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6.2조 채택에 ‘탄소 카우보이’ 우려도 🤠

일부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6.2조 합의안에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인도 싱크탱크 과학환경센터의 트리샨트 데브 기후변화 책임자는 탄소프로젝트 내 ‘불일치’가 확인되도 강력한 규제가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즉, 탄소프로젝트의 배출량이 실제보다 부풀려지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단 뜻입니다.

실제로 유럽과 남미 국가 다수가 논의 과정에서 불일치 탄소크레딧의 사용 제한 등 더 강력한 규제가 담겨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영리단체 카본마켓워치(CMW)는 “이번 합의는 세계에 보안관이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카우보이 탄소시장을 촉진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개도국의 탄소상쇄 크레딧을 헐값에 사들여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이들을 말합니다.

이사 멀더 CMW 탄소시장 책임자는 “국가들이 이런 결과(문제)를 예방하기보다는 불충분한 규칙을 채택하고 나중에 결과에 대처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CDM → PACM 전환…무결성 향상 작업 돌입 📣

같은날(23일) 6.4조 지침도 통과됐습니다. 주요 내용은 교토의정서에 의한 ‘청정개발체제(CDM)’를 파리협정 체제로 전환한단 것입니다.

이른바 ‘파리협정 크레딧 메커니즘(PACM)’의 탄생입니다. 당사국은 CDM 체제에서 발행된 탄소크레딧이 6.4조의 방법론·탄소제거 기준에 부합할 경우 PACM으로 이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동시에 각국은 탄소크레딧의 무결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합의했습니다.

최종 문서에는 향후 6.4조는 “(현시점에서) 최신 과학을 반영해 지속적인 개선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목이 담겼습니다. 탄소상쇄·제거의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례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연구진은 탄소제거가 유의미하기 위해서는 1,000년 이상 장기 격리가 가능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해당 연구는 COP29 개막일(11일)에 맞춰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구&환경’에 실렸습니다.

효과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6.4 메커니즘 감독기관은 내년 초 규칙 제정을 위한 작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탄소크레딧의 ▲베이스라인 ▲역전 위험 평가 ▲추가성 ·누출 관련 표준 ▲비영구성 등이 다뤄질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편, COP29에서는 제6.8조 이행을 위한 작업 프로그램도 채택됐습니다.

6.8조는 비시장 기반 메커니즘 조항입니다. 적응·재정·기술개발과 이전·역량 배양 등에서 NDC 달성을 위한 협력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작년 COP28에서 통과돼 올해 이행 작업이 마련됐습니다.

 

VCM 업계 “기후협력 역사적 진전” 🙌

각국 대표단은 파리협정 6조 합의 직후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유럽연합(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인 붑커 훅스트라는 폐막식에서 “우리는 6조를 구현했고 이것은 도약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6조가 기후투자를 촉진하고 투명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질 대표단은 여러 개도국이 6조에 관심을 표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탄소시장 업계도 파리협정 6조 타결에 매우 고무된 상황입니다.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대표 평가기관 베라는 발표 당일 성명을 내고 환영을 표했습니다.

맨디 람바소르 베라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고무적인 결정”이라며 “세계 기후협력에서 역사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탄소시장을 통해 민간 부문 자금을 동원함으로써 각국이 NDC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다른 탄소크레딧 평가기관 비제로카본의 세바스찬 크로스 최고혁신책임자(CIO)는 파리협정 6조가 적절히 이행될 경우 수십억 달러의 자본 흐름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중 상당 부분이 개도국으로 유입돼 탈탄소화 이상의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파리협정 6조가 완전히 이행되면 NDC 달성을 위한 비용을 연간 2,500억 달러(약 350조 원)까지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4년 COP29 폐막 모아보기]
① 파리협정 제6조, 10년 기다림 끝 합의
② 선진국, 기후재원 연간 3000억 달러 합의…개도국 ‘턱없이 부족’
③ 한국, ‘ESS·전력망 확대 서약’ 참여…COP29 에너지 논의 현황은?
④ AI·데이터센터 증설 따른 배출량 증가에 빅테크 업계 COP29서 몸 사려
⑤ COP29에 ‘리더십’ 실종 비판…2025년 브라질 기후총회에 기대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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