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총회는 유엔총회와 다보스포럼, CES(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가 결합된 장소가 되기 시작했다.”
김효은 전(前)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연례 기후총회를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그는 작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세계의 장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학계·싱크탱크·시민단체 이외에도 여러 기업이 참가해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다수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4일(이하 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에서 폐막한 29차 당사국총회(COP29)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올해 기후총회에 빅테크 업계의 참석률이 저조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습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한 전력수요와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으로 인해 업계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AI 따른 온실가스 증가에 기후총회서 몸사린 빅테크 업계 🌐
예컨대 구글만 해도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13% 늘었습니다. 최근 5년 새 절반 이상 증가했습니다. 배출량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AI와 데이터수요 증설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2023년 배출량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로 인한 건축자재 수요가 증가한 것이 원인입니다.
이로 인해 전력수요가 폭증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의 내구연한(최대 사용 기간)을 연장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력수요를 감당하고자 원자력발전소를 찾는 업체도 늘어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는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시 생성형 AI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배출량이 2030년까지 약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해당 기술이 사용되지 않는 시나리오와 비교해 나온 값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데이터센터의 배출량이 2020년대 말 전 세계 배출량의 5.1%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2023년 1.9%와 비교해 3.2%p(퍼센트포인트) 넘게 늘어난 겁니다.
디지털 분야 지속가능성 향상에 중점을 두는 이니셔티브, 게시(GeSi)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케빈 톰슨은 현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톰슨 COO는 빅테크 업계가 화석연료 업계와 비슷한 대우를 받기 시작할 경우 그에 대응하고자 홍보 비용을 더 많이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빅테크 업계가 소위 ‘기후악당’으로 분류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빅테크 업계, COP29서 전시 부스 운영 안 해” ⚗️
빅테크 업계는 AI가 더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AI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에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FT는 에너지소비량 급증으로 인해 현재 논의가 빅테크 업계가 기후변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COP29에서 구글·MS·아마존·메타 등은 일반인도 출입 가능한 ‘그린존’에서도 별도 전시 부스를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아제르선 등 현지 대기업들이 주로 전시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산물수출기업인 아제르선은 전시에서 AI가 만든 생성 영화를 상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에너지 컨설턴트는 COP29에서 기업들이 참여가 줄어든 이유로 지리적 접근성을 꼽았습니다.
배출량·전력수요 급증…단기적 과제 직면한 빅테크 업계 ⚡
MS 등 몇몇 업체 관계자는 공식 협상장인 ‘블루존’에서 패널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대개 배출량 보고와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위해 빅테크 업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를 가졌습니다.
아마존의 경우 정책 입안자들과 논의를 이어간 후 ‘아마존 기후서약기금’에 참여한 업체들과도 회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COP28과 비교해 대폭 줄어든 규모였습니다.
다국적 기업 시스코의 메리 드 와이소키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는 AI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책임 소재를 두고 명확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소유자나 운영자 또는 최종 고객 중 누가 배출량과 물소비량 등을 책임질지 이제는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와이소키 CSO의 설명입니다.
시스코의 최고 지속 가능성 책임자인 메리 드 와이소키는 데이터 센터 소유자, 운영자 또는 최종 고객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기후 싱크탱크 카본트래커 설립자인 마크 캄파날레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캄파날레 대표는 “AI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클라우드와 데이터저장에 따른 전력수요의 증가가 (기후총회에) 단기적인 과제를 제기했다”고 이야기헀습니다.
COP29서 기후테크 논의 현황은? 🤔
COP29에서 빅테크 업체들의 참여가 줄어들자 기후테크 역시도 덩달아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의 구글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애덤 엘먼은 “구글·아마존·MS가 청정기술의 큰 투자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업체의 참여가 줄어든 만큼 기후총회에서 관련 논의가 줄어들었다는 말입니다.
논의 자체가 아예 전무했던 것은 아닙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경우 COP29에서 기후테크 업계의 자금조달 향상 방안을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안나 그란스코그 맥킨지 파트너는 현재 기후테크 업계가 단기적으로 재정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수익을 챙기며 사업을 확장할 것인가 관한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전 세계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 규모가 103억 달러(약 14조 원)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같은기간에 조달한 227억 달러(약 31조 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겁니다.
또 13일 협상장에서는 원자력 등 저탄소기술의 자금조달 혁신을 위한 고위급회의가 진행됐습니다.
COP29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주도로 ‘녹색 디지털 행동’ 선언이 나온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단체 등 1,000여개 기관이 녹색 디지털 행동을 지지했습니다.
이 선언은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기후협력을 강화하는 골자로 합니다. 여기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온실가스 감축 역시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ITU는 기후모니터링이나 조기경보시스템 같은 기술이 각국의 기후적응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AI와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 기술이 에너지소비량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위한 협력도 시작합니다.
도린 보그댄 마틴 ITU 사무총장은 “디지털 기술의 환경발자국을 줄여야 한다는 공통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맞춰 COP29에서는 기후총회 역사상 처음으로 ‘디지털의 날’도 열렸습니다. FT는 “관련 행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보다는 기상예측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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