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81% 감축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영국 정부의 현재 감축목표는 2030년까지 68% 감축입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를 찾아 해당 내용을 직접 공개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미래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미래 경제를 위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며 “경쟁에서 중간에 머물지 않고 앞서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81%란 수치는 영국 기후변화위원회가 올해 10월 내놓은 목표치입니다. 영국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수치로 알려졌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다른 국가들에게 야심찬 NDC 수립을 촉구하고자 COP29에서 해당 목표를 직접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리협정 당사국은 2025년 2월까지 상향된 감축목표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야 합니다.
14일 기준 UNFCCC 홈페이지에 2035년 감축목표를 상향해 제출한 곳은 아랍에미리트(UAE)와 브라질뿐입니다. 영국 역시 2035 NDC를 발표한 최초의 국가군에 속합니다. 세부내용을 담은 2035 NDC 문서는 조만간 제출할 것이라고 영국 정부는 밝혔습니다.
영국(2021년 COP26), UAE(2023년 COP28), 브라질(2025년 COP30) 모두 기후총회를 개최국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국 “탄소예산·파리협정 1.5℃ 억제 목표 부합” 📊
같은날 영국 에너지·탄소중립부(이하 에너지부)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2035 NDC와 관련한 내용을 일부 공개했습니다.
에너지부는 2035 NDC가 자국의 탄소예산과 파리협정 1.5℃ 억제 시나리오에 부합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목표 이행을 위해 청정에너지 산업과 일자리 육성에 더 힘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재 영국 내 녹색일자리는 64만 개입니다. 부처는 “영국 내 녹색일자리는 전체 고용 속도보다 4배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재생에너지 ▲CCS(탄소포집·저장) ▲원자력 ▲수소 등 역내 에너지 산업 육성에 상당한 투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청정에너지 공공투자 기업 ‘그레이트브리티시에너지(GB에너지)’가 대표적으로 소개됐습니다. 청정에너지 기술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향후 5년간 83억 파운드(약 15조 원)를 투자합니다.
민간투자 역시 활발합니다. 7월 스타머 행정부 출범 이후 영국 내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민간투자가 348억 파운드(약 62조 원)에 달한다고 에너지부는 밝혔습니다.
에드 밀리반드 에너지부 장관은 “영국이 기후리더십에 복귀해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안보를 실현하기 위한 야심찬 기후목표를 세웠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 급증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영국 산업계, 2035 NDC 수행할 준비돼 있어 🗺️
볼보·네슬레·이케아 등 131개 다국적 기업으로 구성된 위민비즈니스연합(WMBC)은 영국 정부의 2035 NDC를 두고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협의체의 이언 체셔 의장은 “영국이 국제사회에 기후 리더로 돌아왔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며 “영국의 새로운 기후계획이 민간 부문과 긴밀하게 협력해 일자리 창출과 산업 내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요 기업들이 모인 경제협회 영국 산업연맹(CBI)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협회는 “에너지위기와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경제성장과 회복력이 계속 부정적인 시험을 받고 있다”며 “2035 NDC가 새로운 청사진을 제공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협회는 영국 기업들이 2035 NDC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영국 하원의 환경감사위원회 역시 “2035 NDC 발표를 환영한다”며 “정부가 실제로 목표를 제대로 수행할지 행동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35 NDC, 감축 세부내용 및 이행계획 살펴봐야” 🔍
영국은 현재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거의 50% 줄였습니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가 NDC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두고 지적이 나옵니다.
당장 2030 NDC(1990년 대비 68%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전임 정부인 리시 수낙(보수당) 행정부 시절 기후대응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영국 기후변화위원회가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노동당 소속으로 올해 7월 총선에서 승리한 스타머 행정부 역시 이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2030 NDC 달성을 위해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반발도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의 프란스 베르크하우트 기후학과 교수는 “2035 NDC는 영국에 엄청난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도 “이를 실현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정치적으로도 큰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