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부터 MIT 교수까지, Lab-to-Society가 글로벌 표준이 되는 중

세계 최고 연구자들이 선택한 Lab-to-Society

지난 11월, 서울 명동에서 열린 ‘C-Tech Fair 2025’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수많은 인파 속, IR 발표 무대에 연구자 출신 창업자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행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초기 스타트업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대개 창업자가 기술 개발하랴, 투자 유치하랴, 영업하랴 동분서주합니다. 야심 차게 시작하지만, 1인 다역의 과부하 속에서 기술도, 경영도 놓치는 안타까운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이날의 풍경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부스에서 연구자는 기술을 설명하고, IR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는 시장성을 논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기술의 깊이와 비즈니스의 넓이가 맞물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Lab-to-Society’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린소사이어티 C-Tech Fair
▲그린 소사이어티 C-Tech Fair 중 휴젝트 대표가 IR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

 

호주부터 유럽까지, 세계 각국이 연구실 기술의 시장 연결에 총력 중

호주, 태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지금 연구실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호주의 EnergyLab Climate Tech Lab to Market은 9주간 집중 프로그램으로 연구자들에게 사업화 교육, 멘토링, 투자 연결을 제공하며, 2026년부터 NSW 정부 지원으로 본격 가동됩니다. 호주 최대 기후테크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화 경로 탐색, 고객 발견, IP 보호, 펀딩 전략 등 전 과정을 지원합니다. 

태국의 Nexus Climate Tech Lab to Market은 12주 프로그램으로 기업 매칭과 파일럿 기회를 강조하며 실생활 적용에 초점을 맞춥니다. 상용화 훈련, 산업 전문 멘토링과 함께 기업 파트너십 연결에 집중합니다. 캐나다 NSERC Lab to Market Grants는 연구 성과의 시장 연결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2024년 20개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속가능성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연구자 중심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Horizon Europe 2026-27을 통해 14억 유로 규모로 그린딜 관련 연구의 시장 배포를 가속화합니다. 산업 주도 클린테크 상용화에 초점을 맞춰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미국 역시 NSF SBIR Environmental Technologies를 통해 기후 시뮬레이션 등 그린테크 R&D에 연구비를 지원하며, 서네어리오(Sunairio) 같은 스타트업들이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옛밍 챙, 오마르 야기 교수
▲MIT의 옛밍 챙 교수(좌), UC 버클리의 오마르 야기 교수(우) ©obvious, UC 버클리

 

노벨상 수상자들도 Lab-to-Society로 향하는 중

더 나아가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도 기후테크 기업 설립과 연구 협력에 참여하며, 학계와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UC 버클리의 오마르 야기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MOF)로 202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이미 아토코(Atoco)를 창업해 대기에서 물을 추출하는 기술을 상업화하고 있습니다.

수상 후 서머 타허 아토코 CEO는 “과학계에서는 이미 존경받던 분이지만, 노벨상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추가적인 검증을 제공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밝혔습니다. 2026년 하반기 주문을 받기 시작할 이 회사는 전기 없이도 하루 265갤런의 물을 생산하는 장치로 AI 붐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데이터센터와 가뭄 지역을 타깃으로 합니다.

MIT의 옛밍 챙 교수는 배터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입니다. 그는 8개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했으며, 이들의 총 펀딩 규모는 25억 달러에 달합니다. 2001년 설립한 배터리 회사 A123 Systems는 26세 대학 중퇴생 릭 풀럽이 그의 연구실 문을 두드리며 “이 기술을 상업화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옛밍 챙은 기술과 특허를 담당했고, 풀럽은 자금 조달과 시장 개척을 맡았습니다. 비록 회사는 파산했지만, 그 기술은 여전히 산업 전반에 사용되며 동문들이 원(ONE), 베어티(Vertiv) 등 새로운 에너지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더 주목할 점은 챙 교수가 배터리에서 시멘트 탈탄소화로 과감히 전환해 창업한 서브라임 시스템즈(Sublime Systems)입니다. 2020년 공동 창업한 이 회사의 CEO는 그의 제자 리어 엘리스입니다. 엘리스는 “챙 교수의 발명 방식은 문제에서 시작해 거꾸로 해법을 찾는 것”이라며 “배터리에서 시멘트로, 그리고 전기 항공기 엔진까지 넘나든다”고 말합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2025년 미 에너지부로부터 8,700만 달러(약 1,260억 원)를 받아 미국 매사추세츠에 상용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연구실의 기술은 하나의 회사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파급되며 생태계 전체를 키웁니다.

 

연구실 기술이 시장으로 달려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린 소사이어티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민간 재단의 유연성과 장기 지원, 학계의 사업화 교육, 정부 기관의 정책 연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민관학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는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호주, 태국, 캐나다, EU 등이 Lab-to-Market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들 모델들의 특징은 ‘연구자 중심’이라는 철학입니다. 기술을 가진 연구자가 중심에 서고, 재단·학계·정부가 사업화 인프라를 제공하며, 전문 경영인이 합류해 비즈니스를 완성합니다.

이를 통해 연구소 기술이 시장과 사회로 이어지는 것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린 소사이어티에서도 이를 증명 중입니다. 2년만에 신규 고용은 3명에서 42명으로 14배 증가했고, 특허 출원 2.3배, 협력업체 6배, 투자의향서 8배 증가는 연구 성과가 시장 가치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술수요처와의 협의 29건은 현장의 실제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그린 소사이어티 9개 기업의 기술들은 모두 2050 탄소 중립을 향한 구체적 솔루션입니다. 에너지 하베스팅부터 수소, 배터리, 항공유, 해양 탄소 포집, 전력계통, 기후재난 예방, 토양 복원에 이르기까지 기후 위기 대응의 전 영역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 블루카본: 인공산호 고분자를 이용한 자발적 해양 탄소 포집
  • 고려대학교 이우균 교수팀: 산불·산사태 기후재해 예방 진단모델
  • 한국그리드포밍: 재생에너지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직렬형 그리드포밍 태양광 인버터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철호 박사팀: 수소 고순도화 차세대 중공사막 기술
  • 휴젝트: 에너지 트리를 통한 도심친화형 에너지 도시림 조성
  • EcoHydroTeam: 초고효율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친환경 나노촉매 합성 기술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정다운 박사팀: DLE 방식 탄소중립형 차세대 리튬 농축기술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헌 박사팀: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탄소중립 바이오항공유 생산
  • 코드오브네이처: 이끼 포자 인공 배양을 활용한 황폐화 토양 복원 기술

 

성과가 다시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 그린 소사이어티가 만들어가는 중

C-Tech Fair 현장에서 목격한 광경은 단순한 스타트업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민관학이 협력하여, 기업을 교육하고 육성하며, 연구자가 기술에 집중하고, 경영 전문가가 사업을 이끄는 구조입니다.

해외에서는 MIT의 챙 교수가 8개 스타트업과 25억 달러 펀딩으로 Lab-to-Society의 가능성을 입증했고, 노벨상 수상자 오마르 야기 교수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그린 소사이어티처럼 적절한 자원과 올바른 파트너십, 그리고 긴 호흡의 지원이 있다면, 연구실의 기술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이 성과를 내고, 다시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면,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의 초석을 다지는 선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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