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가속 vs 기후문제 가속, 양날의 검 떠오른 ‘AI’…“선하게 사용하는 문제 고민해야”

사이버보안·저작권 등 기술 외 논의점 산적

인공지능(AI) 기술이 경제·산업·정책 등 사회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AI 사용에 따른 문제도 커지고 있습니다.

AI 수요 증가로 인한 데이터센터 건설 폭증으로 인해 전력·물소비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전력수요 급증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단 우려가 나옵니다.

반론도 나옵니다. 기후모델링·기후예측 개선과 에너지소비량 최적화 등 기후대응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AI로의 전환과 기후대응이 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란 겁니다.

이를 두고 한세경 경북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AI) 기술이 어떻게 쓰이냐는 전적으로 쓰는 사람에 달린 문제다. 누군가는 빌런(악당)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이 기술을 선하게 쓸 것이다. 우리는 이제 AI 기술을 가능하면 어떻게 선하게 사용해야 할지를 두고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AI·지속가능성·디지털 전환 등 3가지서 미래 기회 포착 🗺️

한세경 교수는 지난달 27일 제주에서 열린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하 서밋)’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서밋은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가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 3회차를 맞았습니다. 2박 3일간 기후 생태계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기후대응 기회와 협력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올해 서밋은 ‘기후기술과 인공지능’을 주제로 국내외에서 약 130명이 참석했습니다. 서밋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장단점이 명확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김선교 박사는 AI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중장기적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봐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①AI ②지속가능성 ③디지털 전환이란 3가지 메가트렌드가 중첩된 영역에서 미래의 가능성과 기회를 모두 포착할 수 있다고 그는 역설했습니다. 3개 모두 최근 몇 년간 산업계 전반에서 대두된 이슈들입니다.

3가지 영역의 장점을 결합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서 AI 활용 필수인 까닭은? 🤔

한국에너지공과대의 김집 교수는 전력시스템에서 AI의 역할을 중점으로 소개했습니다.

미국 최대 유틸리티 기업인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이 대표적입니다. PG&E는 AI 알고리즘을 카메라에 탑재해 산불을 예측합니다. 카메라를 수동으로 이동해 산불을 감지하는 것보다 몇 분 더 빠릅니다.

독일 에너지 기업 에온(EON)은 AI로 중간 전압 케이블의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고장 가능성을 예측해 필요 시점에 유지보수를 진행해 관련 비용을 절감하는 겁니다.

이탈리아 기업 에넬(Enel) 또한 송전선로에 센서를 설치해 잠재적 문제점과 원인을 식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한국전력공사 역시 AI를 사용해 태양광 발전량 예측 서비스 ‘한전 KDN 햇빛 지도’를 운영 중입니다. 전국 읍·면·동 단위의 일사량과 일조량을 AI가 분석해 특정 장소의 예상 발전력과 추정 수익을 산출합니다. AI 기반 산불 발생 예측 모델도 전국 25개 지역에 시범적으로 설치돼 운영 중입니다.

김집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AI가 전력망 내 변동성이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AI 활용? 기술적 한계·법적 책임 문제 해결 필요”

물론 기술적 한계와 법적 책임 문제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을 모두 ‘예측형(Predictive) AI’가 사용됐습니다. 이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잠재적인 문제를 예측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 수준에서 사용된 겁니다.

사람 없이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실시간 단위로 수집하고 분석해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운영(Operation) AI’ 단계는 아닌 겁니다.

그는 현 규제 시장에서는 운영 AI가 들어오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에너지 산업 문제 해결을 위해 AI 모델에 전적으로 의지할 경우 정전 등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AI 알고리즘이 어떤 근거를 토대로 해당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또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이 AI를 수용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습니다. 김집 교수는 “(운영 AI는) 결국 에너지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나 상업화 단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가야만 하는 길은 분명하다고 그는 역설했습니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이 250억을 ‘AI 최적화 연구소(AI FOR OPT)’를 설립한 것이 근거로 소개됐습니다. 이곳은 재생에너지 기반시설 구축을 위해 운영 AI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합니다.

 

▲ 카카오 제주 본사에서 지난 9월 26일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 개막했다. 생성형 AI 업체 포티투마루의 김동환 대표는 AI 기술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술 외적인 부문에서 사회적으로 논의할 지점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팩트클라이밋 네트워크

“보안·저작권 문제도…초거대 AI·기후문제, 균형 고민” ⚖️

AI 업계 전문가는 기술 외적인 부문에서도 사회적으로 논의할 지점이 많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생성형 AI 업체 포티투마루의 김동환 대표는 “AI 세이프티(안전성) 관련 윤리 문제나 학습 과정에서 학습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사회적 문제도 있습니다. 2023년 미국의 경우 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콜센터에 AI 기반 음성·채팅 상담을 도입했습니다. 그해 콜센터 상담인력 등을 포함해 18만여명이 해고됐습니다.

김동환 대표는 “그 분야 종사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너무 갑작스럽고 당황스럽다”며 “(AI 도입을) 연착륙 시킬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이버보안 문제 역시 과제입니다.

골드막삭스는 전 세계 기업의 절반가량이 AI 기술을 도입할 경우 향후 10년간 세계 생산성이 매년 1.4%p(퍼센트포인트)씩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향후 10년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7%인 7조 달러(약 9,185조원)가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골드만삭스는 보안 문제로 직원들이 AI 기술을 못 쓰게 막았습니다. 내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김동환 대표는 “초거대 AI를 만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회사 내부에 도입해서 쓰기에는 (아직) 보안과 고비용 문제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AI와 기후문제가 어떻게 공존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AI는 시대적 대세다. (개발을) 안 할 수는 없다. (AI 전환을) 고정으로 두고 어떻게 기후문제를 최소화할지, 밸런스(균형)를 맞출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2024 클라이밋 테크 서밋 모아보기]
① 혁신 가속vs기후위기 심화, 양날의 검 떠오른 ‘AI’
② 빅테크 기업, 지속가능성과 공존 가능하나?
③ 2024년 유니콘 기업 83곳 등극…‘기후테크 AI’ 유니콘 등장 가능성은?
④ 기후위기 속 농식품·소비재 미래? “AI 기술 활용에 달려”
⑤ 글로벌 탄소중립 2.0 시대 예고, 韓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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