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기후서약기금(CPF)이 미국 인공지능(AI) 기반 재활용 기술 스타트업 글레이셔에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세계 최대 유통 기업인 아마존은 204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합니다. 기후서약기금은 이같은 목표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글레이셔는 기후서약기금이 투자를 진행한 25번째 기업이 됐습니다.
아마존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여성 창업가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이같은 투자를 진행했다고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2022년 기후서약기금 산하에 설립된 이 이니셔티브는 기후테크 산업에서 여성 창업가가 겪는 자금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총 770만 달러(약 101억원)가 모인 이번 투자에는 기후서약기금과 함께 뉴엔터프라이즈(NEA)·오버쳐클라이밋벤처캐피털(OCV) 등이 참여했습니다.
“GE CEO·우버 CTO가 주목한 재활용 기술 스타트업, 글레이셔는? ♻”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글레이셔. AI와 로봇을 사용해 재활용을 더욱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2022년 450만 달러(약 59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계기로 스텔스 모드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때 유명 기업인이 시드투자에 참여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전(前) 최고경영자(CEO) 제프 이멜트, 우버의 전 최고제품책임자(CPO)이자 현(現)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인 마닉 굽타 등이 참여했습니다.
15일 그리니엄이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글레이셔가 설립 후 현재까지 투자받은 금액은 1,220만 달러(약 162억원)에 이릅니다.
사실 글레이셔가 뛰어든 재활용 자동화 산업은 이미 경쟁이 치열합니다. AI 재활용 로봇 스타트업 AMP로보틱스가 대표적입니다. AMP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 펼쳐진 쓰레기를 분당 80개까지 분류할 수 있습니다.
2023년 12월 기준 미국 재활용 폐기물 분류센터의 32%가 분류 작업에 로봇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더욱이 글레이셔 공동설립자 모두 재활용 산업과 관련이 없는 업계 출신입니다. 회사 설립을 주도한 레베카 후는 미국 3대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입니다. 또 다른 공동설립자인 아렙 말릭 또한 페이스북(現 메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그런 글레이셔가 재활용 자동화 기술로 입지를 다질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레이셔, 저비용·소규모·설치용이성 공략…“재활용 기술 ‘접근성’ 높여” 💸
회사 설립자들은 로봇 재활용 업계를 이해하고자 재활용 시설 12곳 이상을 인터뷰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로봇이 수행하는 재활용 분류 작업이 너무 비싸고 크단 문제점을 발견합니다. 이에 글레이셔는 ▲저비용 ▲소규모 ▲쉬운 설치에 방점을 찍고 재활용 자동화 기술개발에 나서게 됩니다.
이후 글레이셔는 ‘보다 접근하기 쉬운 자동화 로봇’을 개발합니다.
사측은 자사의 재활용 자동화 로봇에 대해 크게 3가지 강점을 내세웁니다.
먼저, 재활용 분류를 위한 맞춤형 설계로 생산비용을 줄였습니다. 기성품은 팔과 다리가 많아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반면, 글레이셔는 이를 최적화했습니다. 덕분에 타사 재활용 로봇보다 구매 가격이 최대 60% 저렴하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둘째, 설치공간이 적게 필요합니다. 글레이셔의 로봇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가로 폭 기준 3피트(약 0.9m)만 차지합니다. 기존 작업자, 즉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이는 자동화 로봇대다수가 약 9~12피트(약 2.7~3.6m)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됩니다.
셋째, 설치비용도 타사 대비 20%가량 저렴합니다. 작고 가벼워 운송과 설치 모두 쉽기 때문입니다.
사측은 타 업체의 재활용 로봇은 설치로 인해 4~6주가량의 공장 가동 중지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손실되는 기회비용이 수만 달러를 넘는다고 덧붙였습니다.
AI 스캐너로 30개 이상 다양한 폐기물 선별 가능 🦾
글레이셔의 또 다른 장점은 AI에 있습니다. 글레이셔는 재활용 자동화 로봇에 AI 스캐너를 접목했습니다. 덕분에 재활용 폐기물 흐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합니다.
일명 ‘컴퓨터 비전(CV)’ 기술입니다. 카메라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다시 AI에게 분류 대상을 학습시키는 방식입니다.
글레이셔의 독자적인 AI 모델이 적용된 재활용 로봇은 30개 이상의 재활용 항목에 맞춰 폐기물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즉, AI 기술 덕에 비닐봉지부터 치약 뚜껑 등 기존 사람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페기물도 식별할 수 있단 것.
사측은 “자사의 AI 기반 재활용 자동화 로봇이 분당 45개의 폐기물을 선별한다”고 강조했습니다.글레이셔는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해 현재 미국 10개주에서 관련 기술을 제공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존 “글레이셔로 공급망 ’블랙박스’ 확인 가능해져” 📦
아마존 기후서약기금이 글레이셔에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아마존의 비전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간 아마존은 포장재의 순환경제 전환에 힘을 쏟아 왔습니다.
대형 유통기업인 아마존은 전체 배출량에서 운송과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포장재 감축 및 최적화는 그 자체로 탄소배출을 줄일뿐더러, 운송 분야배출량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투자에 대해 닉 앨리스 기후서약기금 책임자는 “순환경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존 또한 “이번 투자가 플라스틱 감축과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이란 비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아마존 기후서약기금 산하 여성 창업가 이니셔티브가 투자한 첫 기업인 제네시스 또한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포장재를 연구·개발 중인 곳이었습니다.
사실 아마존은 글레이셔의 재활용 자동화 로봇이 아닌 ‘재활용 데이터’ 수집에 더 관심을 기울인 모습입니다.
앨리스 책임자는 “글레이셔를 통해 포장재의 재활용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마침내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앨리스 책임자는 그간 순환경제 공급망이 ‘블랙박스’였다고 토로했습니다. 그간 제품의 포장재가 고객에게 도착한 이후의 폐기되는 과정을 알기는 어려웠다는 것.
아마존은 글레이셔와의 협업을 통해 포장재 폐기물 생태계를 파악해 나간단 구상입니다.
글레이셔 향후 목표는? “생분해 포장재, 진짜 순환 도전할 것” ♻️
또 아마존은 글레이셔와 협력해 바이오 소재 분류 프로젝트도 시험한단 계획입니다.
아마존의 비전 중 하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되, 바이오 기반 생분해성·퇴비화 소재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대체 소재는 아직까지 별도로 분류 가능한 시설이 없어 대부분 소각·매립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대체 소재를 사용한 기업들은 자체적인 수거 서비스나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아마존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마존은 글레이셔와 협업한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과 바이오 플라스틱을 분리하고 각각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실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식품 브랜드 펩시코, 바이오 플라스틱 기업 노바몬트와 네이처텍 또한 협력할 예정입니다. 노바몬트와 네이처텍은 각각 이탈리아, 미국에 소재한 바이오 플라스틱 선두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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