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급사에 2030년까지 무탄소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MS는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2024 환경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이르면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초에 자세한 내용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멜라니 나카가와 MS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역시 “대량 공급 기업들에게 2030년까지 100% 무탄소 전기를 사용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는 MS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한데 따른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스코프3 배출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 증가에 맞춰 데이터센터 숫자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지난해 4가지 영역(탄소배출·물소비·폐기물·생태계)에서 거둔 MS의 지속가능성 성과가 담겼습니다. 이중 탄소배출(스코프1·2)·폐기물·생태계 등 3개 영역에서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MS는 밝혔습니다.
다만, 스코프3는 물소비와 함께 “MS가 아직 지속가능성 궤도에 오르지 못한 2가지 영역”으로 꼽혔습니다.
이에 MS는 공급사 무탄소에너지 100%를 포함해 스코프 3 배출량 감축을 위한 조치를 다수 발표했습니다.
MS, 4년만에 스코프3 배출량 31% 급증…‘챗GPT’ 때문? 🤔
앞서 지난 2020년 MS는 ‘2030 탄소네거티브’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스코프3 배출량 50% 이상 감축과 탄소제거(CDR) 등을 통해 순탄소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목표와 달리 MS의 2023년 스코프3 배출량은 2020년 대비 30.9% 증가했습니다. 같은기간 스코프1·2 배출량이 6.3% 감소한 것과 대비됩니다.
이는 총배출량의 급증으로 이어졌습니다. 2020년 대비 29%가 증가한 것. MS의 총배출량 중 스코프3가 차지하는 비중이 96.5%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스코프3 증가 원인으로는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로 인한 건축자재 수요 증가, 반도체·서버 등 하드웨어 장비 수요 급증 등이 꼽혔습니다.
MS는 구글·아마존과 함께 ‘클라우드 빅3 업체’로 불립니다. 생성형 챗봇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일찍이 투자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생성AI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2022년 챗GPT의 등장 이후 생성AI 수요가 급증하며 MS의 데이터센터 설립에도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현재 MS가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만 전 세계 60개 이상의 지역에 200곳이 넘습니다.
지난 4월에는 오픈AI와 함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 추진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2028년까지 1,000억 달러(약 135조원)를 투자한단 계획입니다.
MS “대형 협력사, 2030년 100% 탈탄소 요구할 것” ⚡
AI의 미래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데이터센터 증설은 불가피합니다. 동시에 MS는 2030년까지 약속했던 스코프3 배출량 50%이상 감축도 달성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보고서에서 MS는 이러한 딜레마를 해소하면서 성장과 탈탄소를 모두 잡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항이 공급망에 대한 무탄소에너지 요구입니다.
MS는 보고서에서 배출량 감축을 위해 공급업체에 “2030년까지 (MS가 구입하는) 제품 및 서비스에 100% 무탄소 전기를 사용”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 대상은 “선별된 대규모·대량 공급업체”로 한정됩니다.
나카가와 CSO는 공급업체에 요구되는 조건에 대한 안내는 2025년 초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스코프3 배출량 감축을 위한 5가지 세부조치도 제시됐습니다.
①디지털 기술을 통한 측정 개선 ②데이터센터 효율성 개선 ③친환경 자재 기술 혁신 ④선도적 구매를 통한 시장 구축 ⑤정책 변화 지지 등입니다.
1️⃣ 측정 개선
측정 개선은 더 나은 정보 수집과 그에 기반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측정을 개선한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반도체 배출량에서 스코프3 감축을 위해선 보다 정확한 측정이 중요하단 점이 강조됐습니다.
2️⃣ 데이터센터 효율성 개선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가동돼야 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높습니다. 이에 MS는 서버를 저전력 상태로 전환함으로써 에너지소비를 줄일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해당 기술은 2023년 말까지 약 100만 대 기기에 확대 적용됐습니다.
3️⃣ 친환경 자재 기술 혁신
현재 MS는 탄소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자재에 투자 및 구입에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해조류 기반 시멘트를 데이터센터 일부 바닥재로 사용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탄소네거티브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단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20억 달러(약 2조 7,000억원) 규모의 ‘기후혁신기금’을 통해 친환경 자재 개발 스타트업도 적극 지원합니다. 일례로 탄소격리 콘크리트 생산 스타트업 카본큐어가 기후혁신기금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4️⃣ 선도적 구매
MS는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구매기업 중 한 곳입니다. 지난 4일에도 미국 브룩필드자산관리와 5년간(2026년~2030년) 10.5GW(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MS에 따르면, 단일 전력구매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에 해당합니다.
동시에 MS는 탄소제거(CDR) 구매 역시 앞장 선 기업입니다. 2023년 한해에 체결된 탄소제거 사업 규모만 501만 5,000톤에 달합니다.
그중에서도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 ▲암석풍화촉진(ERW) ▲DAC(직접공기포집) 등에서 시장 구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MS는 각 부문의 선도기업인 스톡홀름엑세지(BECCS)와 리토스카본(ERW), 에어룸(DAC) 등과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5️⃣ 정책 지지
한편, MS는 자사의 청정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에 지지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등 현재 접근성이 낮은 시장에서 전력구매계약(PPA) 선택지를 지원할 수 있단 것.
확실한 의사 표명을 통해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확신을 주겠단 뜻으로 풀이됩니다.
업계 리더 MS 무탄소 에너지 요구, 韓에 끼칠 영향은? 🇰🇷
한편, MS의 이번 발표는 수천 곳의 공급업체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사실상 MS의 이행 준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WSJ은 “MS는 광범위한 공급망과 시장 내 지배적 위치로 인해 테크 부문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업계 전반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해당 부문의 탈탄소화 노력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제는 한국 기업 모두 현재로써는 MS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렵단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3%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MS는 요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시 어떤 불이익이 주어질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나카가와 CSO는 미충족 기업을 공급망에서 제외할지에 대해서 “아직 정한 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공급업체와 협력해 이를 충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인한 탄소배출·물소비 문제, MS만의 고민은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