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탄소중립 2.0 시대 예고…韓 기후테크 산업 생존 위한 해결 과제는?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서 기후대응 로드맵 수립·육성 전략 필요성 강조

“최근 정부는 기후테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 실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넓은 운동장에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훨씬 더 많은 (스타트업이) 플레이할 수 있는 시장과 공간이 열린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지난달 26일 제주에서 열린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하 서밋)’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2025년부터는 글로벌 탄소중립 2.0 버전이 시작될 것”이라며 화두를 던졌습니다.

서밋은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가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로 3회차를 맞았습니다. 2박 3일간, 기후 생태계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한데 모여 기후대응 기회와 협력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올해 서밋은 ‘기후기술과 인공지능’을 주제로 국내외에서 약 130명이 참석했습니다.

첫날 연사로 나선 이 소장은 한국의 기후테크 산업 육성과 기후대응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2025년 글로벌 탄소중립 2.0 본격, 주요국 현황은? 🤔

탄소중립 2.0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각국의 기후대응 정책이 산업정책과 맞물려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이행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먼저 유럽연합(EU)은 그린딜을 계승한 ‘청정산업협정’ 설계를 준비 중입니다.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역내 청정기술 산업 육성과 경제혁신을 모두 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한다는 포섭도 깔려 있습니다. 2022년 8월 발효된 IRA는 향후 10년간 에너지안보와 기후대응 산업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일본도 녹색전환(GX) 계획으로 자국 청정기술 산업 육성에 나섰습니다. 현재 2040년까지의 계획을 담은 GX 2.0 버전을 수립 중입니다.

중국은 2030년 탄소배출량 정점·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쌍탄소(双碳)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제조업 역량을 2035년까지 강화하기 위한 ‘신질(新質) 생산력’ 계획을 올해 내놓았습니다.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생산력을 일컫는 말입니다. 수소·에너지·심해 우주개발 등 첨단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중국 중앙·지방정부 모두 속도전을 내고 있습니다.

청정기술과 기후대응,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주요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장의 말입니다.

여기에 메탄과 수소불화탄소(HFC) 등 주요 온실가스 감축으로 규제가 확장될 시 청정기술 산업 경쟁력을 둘러싼 경쟁은 더 격화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기후대응 과정서 韓 산업정책 ‘실종’ 상태…로드맵 필요 🗺️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이 소장은 “한국은 지금 (기후대응) 정책이 실종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기후대응과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산업 전환 정책이 없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는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그 예시로 제품 내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비율 의무화가 소개됐습니다. 이 규제가 도입될 시 관련 순환경제 스타트업들의 판이 열릴 수 있다고 이 소장은 설명했습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이 소장은 “2027년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다”며 “어떤 정부가 오든 간에 2027년 이후에는 기후 관련 흐름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지금부터 기후대응·탈탄소화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습니다.

 

 

“피부 와닿는 기후금융 분류체계·기후테크 전략 필요” 💸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금융 부문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인해 세계 투자 시장은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상황입니다. 기후테크 산업 역시 위축됐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사이트라인클라이밋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1~6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는 113억 달러(약 15조원)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겁니다. 블룸버그NEF(BNEF) 등 다른 기관들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물론 시드·시리즈 A 등 초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의 투자 금액과 건수는 모두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한 대표는 그럼에도 “자본 시장 전체가 안 좋다”며 “기후테크 산업 역시 동일하게 영향받고 있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기후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420조 원 규모를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정부 부처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기후금융 활성화 논의도 활발합니다.

한 대표는 “(국내에서는) 기후금융에 대한 정의가 잘 안 돼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탄소금융·녹색금융 등 현장에서도 용어가 혼용돼 있을뿐더러, 관련 통계 역시 없는 상황입니다. 또 관련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현장에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실제 지원을 피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올해 정부의 세수결손이 약 30조 원에 이른다는 기획재정부의 발표도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기재부는 세수추계의 큰 오차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작년 경기둔화 여파가 예상을 상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대표는 “제한된 세수를 가지고 경쟁적으로 각 부처 또는 각 분야가 정부 예산을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후·환경 분야가 피부로 당장 와닿기 보다는 최대한 미루고 싶은 주제로 연결되는 영향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예산 편성 과정에서 민관 금융기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는 촉구했습니다.

 

▲ 지난 9월 26일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 개막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기후테크 업계 투자가 전면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팩트클라이밋 네트워크

美 대선 결과 향방에 촉각 곤두 세운 기후테크·투자업계 🗳️

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통령 선거 역시 기후테크 투자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공화당 측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기술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한 대표는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대선 결과 윤곽이 나온 이후에 투자해도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대선 이후 시장의 기후투자 전략이 전반적으로 바뀐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정책적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습니다.

비관적인 전망만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한 대표는 2024년 상장사 59개사 중 11개사(19%)가 기후·에너지 관련 기업이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상장하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입니다.

그는 “기후문제와 관련해 시급성·중요도가 강조”되며 “투자도 꾸준히 이루어지면서 시장도 이제 (기후를) 챙겨나가고 있다는 기대를 품어도 되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습니다.

올해 6월 코스닥에 상장한 그리드위즈가 대표적입니다. 그리드위즈는 2013년 설립된 업체입니다. 전력수요관리를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충전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과 관련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날 서밋에서 대담에 나선 류준우 그리드위즈 사장은 국내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류 사장은 “시장이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에너지 산업은 굉장히 장기간의 호흡을 가 사업”이라며 “투자를 받고 엑시트(투자금 회수 후 이익 창출)까지 하고 보니 투자하시는 분들의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기후테크) 스타트업들도 (상장 시장에) 올라올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류 사장은 밝혔습니다.

이와 별개로 한 대표는 한국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한국 시장에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서로 갇혀서 ‘갈라파고스’처럼 존재하는 형태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해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뜻합니다.

 

[2024 클라이밋 테크 서밋 모아보기]
① 혁신 가속vs기후위기 심화, 양날의 검 떠오른 ‘AI’
② 빅테크 기업, 지속가능성과 공존 가능하나?
③ 2024년 유니콘 기업 83곳 등극…‘기후테크 AI’ 유니콘 등장 가능성은?
④ 기후위기 속 농식품·소비재 미래? “AI 기술 활용에 달려”
⑤ 글로벌 탄소중립 2.0 시대 예고, 韓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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