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업은 전 세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중략) 안타깝게도 전통적인 농식품 기업들은 혁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인수합병(M&A)이나 파트너십 등을 통해 다른 기업에 의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농식품기술팀의 안정현 부장의 설명입니다. 그는 지난달 27일 제주에서 열린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하 서밋)’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가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는 ‘기후기술과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기후 생태계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한데 모여 기후대응 기회와 협력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안 부장은 농식품 업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타 산업 대비 미비한 편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 대비 수익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테마섹은 다릅니다. 1974년 싱가포르 정부가 설립한 테마섹은 농식품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대란을 계기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느낀 싱가포르 정부의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안 부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주요 작물 10개 중 9개가 성장률이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솔루션(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그는 농업 부문 역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AI 기술, 농식품 업계 어떻게 도울 수 있나? 🤔
농식품 업계는 AI를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까요? 그는 크게 ①품종 개발 및 작물 모니터링 ②정밀농업 ③축산·양식업 ④실내농업 ⑤유통 등 밸류체인(가치사슬) 개선 등에 AI 기술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안 부장은 “AI와 머신러닝(ML) 기술을 이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며 “작물의 유전적 특징을 선별해 새로운 품종을 더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폭염·홍수 등 기상이변에 회복탄력성을 갖춘 신품종 개발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2017년 설립된 미국 애그테크 스타트업 페어와이즈의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사측은 ‘유전자 가위(CRISPR)’ 기술을 사용해 유통기한이 길고 수확성을 높인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는 “AI 기술을 아직 산업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 기술을 통해 사업모델을 향상시키는 방향을 현재 모색 중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밀농업 역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습니다.
그는 “농업은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화와 자동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며 “이 고정에서 AI와 ML 등 첨단기술 도입은 필수적이다”라고 밝혔습니다. AI를 통해 농약 등 화학물질이 최적의 수준으로 투입되는 것을 도울 수 있다는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이같은 사례는 축산·양식업과 수직농장 같은 실내농업에서도 찾을 수 있을 수 있습니다.
안 부장은 “재고 관리, 노동자 관리 등 농식품 분야 공정에 AI를 도입해 효율성을 키울려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농식품 내 공급망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AI가 관리함으로써 유통망 내 식품폐기물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40% 이상의 작품이 유통 과정에서 손실되고 있다”며 “농식품 공급망의 디지털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역설했습니다.
“신품종·생산성 연구 위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운영” 🌽
주류 대기업 에이비인베브의 백윤아 이사는 스마트농업을 중점적으로 소개했습니다. 맥주 생산에 필요한 보리 역시 기후취약작물 중 하나입니다. 맥주의 향과 쓴맛을 더하는 홉도 마찬가지입니다.
백 이사는 “맥주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들이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갖고 지속가능하게 생산하려 한다”며 “농가에게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위해 에이비인베이브에 별도 투자와 R&D팀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주로 농작품 신품종 개발과 생산성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불어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할 스타트업을 발굴 중이라고 백 이사는 이야기했습니다.
또 추후 AI를 통해 맥주 생산에 필요한 물소비량과 자원소비량을 모두 최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로레알, 자사 배출량 감축 위해 AI 적극 활용할 것 📦
한편, 소비재 기업들 역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대기업 로레알 한국지부의 소지혜 본부장은 마케팅 부문에서 AI를 적극적으로 사용 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생성형AI를 활용해 화장품 업계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소 본부장은 “AI를 활용해 회사의 탄소배출량을 분석한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면서도 “추후 공격적인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AI를 비롯한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피력했습니다.
로레알은 소비자들이 제품 사용으로 발생하는 완제품 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6년 대비 평균 2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같은기간 운송 관련 완제품 당 배출량은 평균 50% 줄이려고 합니다.
그는 본사 차원에서 여러 기술과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 본부장은 “(로레알은) 디지털 광고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도 굉장히 예민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부문은 스코프3로 잡힙니다. 세계에서 로레알이 4번째로 광고를 많이 하는 기업이라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디지털 광고에서 탄소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보고 있다”며 “(해당 플랫폼을) 스타트업과 같이 개발해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국제사회 규정에 환경 규제에 맞춰 포장재 로드맵도 만들고 있다고 소 본부장은 덧붙였습니다.
[2024 클라이밋 테크 서밋 모아보기]
① 혁신 가속vs기후위기 심화, 양날의 검 떠오른 ‘AI’
② 빅테크 기업, 지속가능성과 공존 가능하나?
③ 2024년 유니콘 기업 83곳 등극…‘기후테크 AI’ 유니콘 등장 가능성은?
④ 기후위기 속 농식품·소비재 미래? “AI 기술 활용에 달려”
⑤ 글로벌 탄소중립 2.0 시대 예고, 韓 과제 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