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과 기후테크 산업 육성은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두 산업 모두 피할 수 없는 흐름이란 분석도 지배적입니다. 동시에 두 업계는 서로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AI 업계는 기술개발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등 기후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후테크 업계는 연구개발(R&D) 과정에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기후테크 AI 유니콘 기업도 나올 수 있을까요?
지난달 27일 제주에서 열린 ‘2024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이하 서밋)’에 참석한 국내외 기후테크 전문 투자자들은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에너지 업계서 기후테크 AI 유니콘 기업 나올 확률 ↑ 🦄
서밋은 기후 생태계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한데 모여 기후대응 기회와 협력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가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는 ‘기후기술과 인공지능’을 주제로 국내외에서 약 130명이 참석했습니다.
기후테크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인 SOSV의 시릴 에버즈와일러 파트너는 에너지나 모빌리티 또는 탄소감축 부문에서 기후테크 AI 유니콘 기업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SOSV는 초기 기후테크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업계 투자 규모로는 미국에서 2위입니다.
AI와 관련해 업계에서 7~8년 전부터 논의가 이어졌다고 에버즈와일러 파트너는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개발 성과가 나오며 AI 붐이 일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입니다.
에버즈와일러 파트너는 “향후 새로운 하이브리드(융합)형 업체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습니다.
기후테크 투자사 비르타벤처스의 러셀 스프롤 파트너 역시 에너지 업계에서 기후테크 유니콘 AI 기업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AI 기술이 전력망 관리를 도울 수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스프롤 파트너는 “유틸리티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재생에너지를 더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AI 기술이 전지구적 기후모델링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농식품·신소재 개발 AI 도입 잇따라…돌파 기술 될 것” 🧪
에너지·기후예측 외 다른 기후테크 산업 내에서도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에서 농식품기술팀의 안정현 부장은 애그테크 업계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안 부장은 정밀농업에서 AI 기술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밀농업은 이름 그대로 최적 자원·최적 시기를 정밀하게 파악해 생산량 극대화를 목표로 합니다. AI 등 모든 기술적 요소를 활용해야만 합니다.
안 부장은 “기후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많은 AI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면서도 “개발을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AI 기술이 기후테크 업계의 돌파 기술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그는 피력했습니다.
인비저닝파트너스의 차지은 상무는 투자한 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녹색화학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업체로 새로운 형태의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공정을 개발 중입니다.
차 상무는 “(해당 스타트업은) AI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다”며 “딥테크 관련 기업들이 AI를 연구 과정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협력이 업계 트렌드로 번지며 기후테크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흥미롭게 보는 중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에버즈와일러 파트너 또한 탈탄소화 신소재나 공정 개발에서 AI가 연구개발(R&D) 속도를 단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AI 해양 환경·생물다양성 보존에도 기여…실제 사례는? 🐟
양식장에서 AI 기술을 사용 중인 타이달의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이 기업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R&D 부서 일명 엑스(X)에서 분사한 곳입니다.
회사 영업·마케팅 이사인 키라 스마일리는 AI 기술이 해양 환경과 식량안보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양식장 내 사료 관리가 대표적입니다. 물고기가 먹다 남긴 사료는 바다에 가라앉아 주변 해역을 오염시킵니다. 각 물고기가 얼마만큼의 사료를 먹을지 예측하면 문제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타이달은 AI와 컴퓨터 비전을 결합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물고기 행동과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합니다. 덕분에 영양 관리나 질병·기생충 예방 등 물고기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에버즈와일러 파트너는 AI가 기후테크를 넘어 생물다양성 보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식물의 건강 관리와 유전적 다양성 등이 전반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습니다.
AI 인력 → 기후테크 산업계, 유입 속도 증가 추세 💼
유니콘 기업은 시장에서 중요하게 떠오른 분야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2024년 8월 31일까지 나온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는 1,409곳에 이릅니다.
30일 확인한 결과, 올해 나온 유니콘 기업은 83곳입니다. AI 기술개발·서비스를 만드는 곳은 30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에서의 주요 화두는 AI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기간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역시 9곳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업계 인재들이 기후테크 생태계로 넘어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스마일리 이사는 2024년에 빅테크 업계에서 해고된 인력만 12만 4,000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기후테크 업계로 오고자 하는 분들도 보인다”며 “이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스프롤 파트너도 AI 엔지니어들이 기후테크 산업으로 유입되는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기후테크 업계가 AI 기업들과 협력하는 사례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기후테크 AI 유니콘 기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입니다.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 위해선 3가지 혁신 필요 🤔
한편, DAC(직접공기포집) 스타트업 캡처6의 박형건 부사장은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혁신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습니다.
①기후테크 우선순위화 ②혁신적 금융기법 활용 ③자발적 탄소시장(VCM) 수요창출 및 정책연계 순입니다.
기후테크 업계 투자 과정에서 규모와 영향 측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논의가 필요할뿐더러, 기존과 다른 자금조달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나아가 기후테크가 탄소시장 등 다른 제도와 구체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박 부사장은 “초기 (기후테크) 기업의 경우 지속적으로 투자받지 않으면 거의 생존하기 어렵다”며 “기술개발과 사업화 성공 여부는 완전 별개로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2024 클라이밋 테크 서밋 모아보기]
① 혁신 가속vs기후위기 심화, 양날의 검 떠오른 ‘AI’
② 빅테크 기업, 지속가능성과 공존 가능하나?
③ 2024년 유니콘 기업 83곳 등극…‘기후테크 AI’ 유니콘 등장 가능성은?
④ 기후위기 속 농식품·소비재 미래? “AI 기술 활용에 달려”
⑤ 글로벌 탄소중립 2.0 시대 예고, 韓 과제 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