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상반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는 113억 달러(약 15조 5,94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수치입니다. 2023년 하반기(7~12월)와 비교하면 41% 줄어든 것입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사이트라인클라이밋(구 CTVC)은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상반기 기후테크 동향 문서를 내놓았습니다.
11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기관은 기후테크 산업 내 투자가 줄어든 이유로 크게 2가지를 꼽았습니다.
거시경제 침체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영향으로 기후테크 산업 내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단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같은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몇 년째 (경기침체로) 우울했던 투자 시장 속에서 기후테크 투자는 종종 밝은 빛이었다”며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2024년 1분기 65억 달러 → 2분기 48억 달러 💸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투자사가 공개한 자료를 기반으로 투자 현황을 집계합니다.
단, 사모펀드나 공공재원 나아가 부채나 대출 형태의 투자는 집계에서 제외됩니다. 순수하게 VC가 투자한 금액만 봅니다.
그 결과, 올해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는 113억 달러로 파악됐습니다.
세부적으로는 1분기 65억 달러(약 8조 9,600억원), 2분기 48억 달러(약 6조 6,185억원)로 파악됐습니다. 데이터에서 2분기 투자가 직전 분기보다 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반기 전체 투자 거래 건수는 553건이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749건에 비해 26% 줄었습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2분기 투자가 직전 분기보다 떨어진 이유에 대해 “투자자들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투자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스타트업 단계별 투자 현황 역시 낙관적이지 않았습니다.
1️⃣ 시드·시리즈 A: 투자·거래 건수 ↓…“딥테크만 웃어”
먼저 초기 단계 투자인 시드와 시리즈 A 투자 모두 전체 투자 규모가 감소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시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습니다. 같은기간 시리즈 A 투자 규모도 10% 감소했습니다.
거래 건수 역시 줄었습니다. 시드 투자 거래 건수는 올해 상반기 239건으로 파악됐습니다. 거래 건수가 정점을 찍은 2021년 상반기(341건)와 비교해 30% 정도 감소한 것입니다.
시리즈 A 역시 정점을 찍은 2021년 상반기(188건)와 비교해 올해는 145건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시드·시리즈 A 같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거래가 되레 늘었던 것과 대조됩니다. 이에 기관은 “경기침체 속에서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회복력이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시드와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의 경우 평균 투자 액수는 되레 늘어난 것이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평균 투자액이 21% 늘어났단 것이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의 말입니다.
특히, 딥테크 스타트업일수록 투자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관은 미국 핵융합 기업 블루레이저퓨전(BLF)의 사례를 예시로 소개했습니다. 2030년 핵융합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곳입니다. 올해 3월 시드 투자를 통해 3,750만 달러(약 517억원)를 유치했습니다.
2️⃣ 시리즈 B: ‘데스밸리’ 심각…자금 조달 기간 2.5배 늘어
시리즈 B는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시리즈 B 단계 스타트업을 위한 올해 상반기 자금 조달은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습니다. 거래 건수 역시 59건에 그쳤습니다. 2021년 상반기(82건)와 비교해 28% 감소한 것입니다.
이는 수익화에 실패해 ‘데스밸리(죽음의 계곡·Death Valley)’를 넘지 못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더 많아질 수 있단 뜻입니다.
그간 피치북을 비롯한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은 모두 시리즈 B 투자 격차가 해소돼야 한단 점을 말해 왔습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해야 할 기업들이 나날이 커지는 자금 격차에 직면해 있다”며 “자산을 보존하거나 또는 더 불리한 조건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시리즈 B 자금 조달에 걸리는 시간이 2021년과 비교해 약 2.5배 더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에 평균 11개월 걸리던 것이 이제는 26개월이 된 것입니다. 동시에 기후테크 스타트업 대다수가 시리즈 A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뜻입니다.
대신 시리즈 B 투자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시드·시리즈 A 투자와 마찬가지로 시리즈 B 역시 평균 투자 액수가 늘어난 것이 확인됐습니다. 기관은 “시리즈 A를 통과할 수 있는 좋은 기업은 계속 인정한다는 신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전기자동차 충전 기술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일렉트라가 대표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지난 1월 일렉트라는 3억 3,000만 달러(약 4,55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유럽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3️⃣ 시리즈 C 이후: 투자 규모 하락 속 드라이파우더 ↑
후기 투자 단계에 속하는 시리즈 C 역시 투자 규모와 거래 건수 모두 줄어든 것이 확인됐습니다.
시리즈 C 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습니다. 거래 건수 역시 2021년 상반기 25건에서 올해 23건으로 줄었습니다. 또 앞선 단계별 투자와 달리 평균 투자 액수 역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리즈 C 이후 후기 단계 투자와 거래 건수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할 자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관에 의하면, 2024년 1분기까지 기후테크 산업 내 누적된 ‘드라이파우더’만 820억 달러(약 113조원)에 달합니다. 이중 절반인 410억 달러(약 56조원)가 올해 1분기에 모였습니다.
드라이파우더는 당장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자금을 말합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투자자들이 기록적인 수준의 드라이파우더를 보유하고 있다”며 “(기술) 상용화와 연간반복수익(ARR) 목표를 두고 증거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투자자들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더 꼼꼼하게 투자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피치북 역시 비슷한 평가를 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월 존 맥도나 피치북 분석가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 결과나 로드맵, 허가 계획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초기 투자사인 컨그루언트벤처스의 공동설립자 겸 운영 파트너인 아베 요켈 역시 “(과거에는) 기후테크 기업들이 재정이 아닌 꿈을 판매하는 일이 많았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이에 그는 앞으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은 탄탄한 수익성과 성장성 그리고 건전한 경제성을 기준으로 투자를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4년 상반기 기후테크 투자 동향 모아보기]
① 2024년 상반기 기후테크 투자 113억 달러
② “파산‧폐업 잇따라” 기후테크 ‘빅3’ 업종 현황은?
③ 상반기 가장 많은 투자금 모은 상위 기후테크 기업 10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