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은 기후대응 및 에너지안보를 골자로 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1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앞서 작년 8월 1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IRA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에너지 및 기후 정책인 IRA는 향후 10년간 3,690억 달러(약 491조원)를 청정에너지와 기후테크 산업에 쏟아붓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IRA를 통해 2030년까지 미국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까지 감축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IRA는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에도 직면했습니다. 일례로 IRA는 북미산 전기자동차에만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소재 제작에 필요한 핵심광물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만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IRA가 차별적 조치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IRA를 바라보는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 IRA가 실제로 기후대응과 기후테크 산업 성장세에 도움이 될까요? 그럼 우리나라는 여기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그리니엄이 2편으로 나누어 IRA 1주년의 의미를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BNEF, IRA 덕에 2030년 미국 온실가스 일부 감축…“추가 조치 필요” 📉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서명 직후 IRA가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 역사적 입법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까요?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최신 전망을 통해 IRA가 미국 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BNEF는 보고서를 통해 IRA 덕에 2022년 약 56억 3,000톤에 이르는 배출량이 금세기 중반 약 20억 3,000톤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IRA가 청정에너지 및 전기화 전환 가속화를 위해 막대한 세액공제를 제공한 덕분이라고 BNEF는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BNEF는 추가 조치 없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완벽히 지켜지기는 힘들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 및 에너지 부문별 배치에도 일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령 BNEF는 IRA의 세액공제에도 불구하고 그린수소가 2040년까지 적어도 다른 산업 에너지원보다 저렴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전해조 등 수소 생산에 필요한 설비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철강산업의 경우 IRA의 혜택을 거의 못 누릴 것으로 기관은 예상했습니다.
반면, CCS(탄소포집·활용·저장) 부문 세액공제 덕에 탄소포집 장비가 부착된 천연가스 발전소가 그렇지 않은 발전소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BNEF는 전망했습니다.
BNEF는 CCS 설비가 부착된 천연가스발전소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또 다른 대안이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에 BENF는 배출량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수소 및 탄소포집에 대한 세액공제를 연장하고, 수소 사용에 대한 보조금도 채택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이밖에도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따라 전력망 건설에 더 많은 재원을 쏟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로디움·프린스턴 ‘낙관적’ 전망…“SAF·DAC 등 혁신 기술로 투자 몰려” 💰
다른 기관들의 분석은 BNEF보다는 비교적 낙관적입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로디움그룹(Rhodium Group)은 IRA와 주정부 차원의 기후법안을 모두 종합한 결과, 2030년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 대비 최대 42%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로디움그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며 “전력 및 운송 부문에서 배출량이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IRA 시행에 따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계속 확장 중이고, 전기자동차 산업도 빠르게 성장 중이기 때문이라고 기관은 설명했습니다.
미 프린스턴대 또한 IRA로 미국 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0년까지 최대 41%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기존 목표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상당한 개선이란 것이 공통된 평가입니다.
한편, 로디움그룹은 같은달 6일(현지시각) 기후테크 보고서를 통해 IRA 시행 덕에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와 직접공기포집(DAC) 설비 등 혁신 기술이 발전하고 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IRA에 따른 녹색기술의 발전으로 2030년 이후 연간 최대 1억 9,300만 톤 규모의 탄소배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2020년 기준 버지니아주나 펜실베이니아주의 연간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BoFA, IRA 통과 후 1년간 173조 규모 270개 청정에너지 발표 😮
미 금융기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IRA 통과 이후 1년간 총 1,300억 달러(약 173조원)에 달하는 270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발표됐습니다.
BoFA는 에너지 공급망 내 탈탄소화 덕에 청정에너지 기술 관련 기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중 미 전역에 80개 이상의 청정에너지 제조 시설이 발표됐다고 미국청정전력협회(ACPA)는 밝혔습니다. ACAP는 이 수치가 지난 7년간(2015~2021) 발표된 것과 맞먹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시 젠킨스 프린스턴대 기계항공공학과 조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매주 어디선가 새로운 공장 시설을 짓는 것 같다”며 “미국 내 풍력 및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에 상당한 투자가 쏟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젠킨스 조교수는 이어 2026년과 2028년 사이에 IRA의 영향을 완전히 보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미 기업단체 ‘환경적 기업가(Environmental Entrepreneurs, 이하 E2)’는 IRA 통과 후 1년간 미국 39개주에서 210개 신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나온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이중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가 18개로 가장 많았고 이후 오하이오주(13개)·테네시주(13개)·텍사스주(12개)·노스캐롤라이나주(9개) 순으로 높았습니다. 이들 모두 공화당 세력이 강한 주입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미 비영리단체 클라이밋파워(Climate Power)를 인용해 “IRA 통과 후 발표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이 법을 비판하되 투자를 환영한 공화당이 소유한 구역에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클라이밋파워는 올해 2월 IRA 발표 이후 미국 내 10만여개 이상의 청정에너지 일자리가 창출됐단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 수치는 올해 7월 총 17만여개로 상향됐습니다.
클라이밋파워는 화석연료 설비가 주경제를 지탱하는 곳에서 청정에너지 설비가 확산되고 있단 것을 환영하면서도, 공화당이 주도적으로 IRA를 폐기하려고 시도 중인 점을 지적했습니다.
美 공화당 IRA 거부 기류 계속·청정에너지 산업 인력난 ↑ 💼
이처럼 미국 내 야당인 공화당을 중심으로 IRA 거부 기류는 계속되는 상태입니다.
미 공화당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은 지난 7월 IRA에 따른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전면 무효화하는 내용을 담은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공화당 하원을 중심으로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법안이 하원을 통화해도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법안이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IRA 폐지'를 내세운 상황입니다.
청정에너지 분야 인력난도 IRA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청정에너지 기업 상당수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로스 하퍼 미 태양광산업협회 회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산업 확장에 따른 큰 리스크가 있다”며 “어디서 인력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가정용 히트펌프 설치 분야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인력 확보를 위해 다른 제조업 대비 평균 이상의 임금을 제시하며, 동시에 직업훈련 교육을 통해 인력난 해결을 시도 중인 상황입니다.
[IRA 1주년 모아보기]
① 173조 규모 270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17만여개 일자리 창출…과제도 산더미
② WSJ “IRA 최대 수혜는 한국?”…본격 수혜는 2026년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