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연임이 성공한 가운데 차기 집행위가 녹색외교를 더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EU가 녹색외교와 투자 파트너십을 더 적극적으로 나서 원자재나 청정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란 뜻입니다.
오는 9월 유엔본부에서 열릴 ‘미래를 위한 정상회의’를 계기로 EU가 새로운 다자주의 체계 재구성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경제통상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16일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강지숙 KOTRA 브뤼셀 무역관은 “폰데어라이이엔 현(現) 집행위원장의 연임 성공에 따라 주요 정책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유럽 법률, 특히 그린딜과 관련된 법률의 영향을 받는 파트너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더 잘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2기, 11월 출범 예정…“집행위원 구성 중” 🇪🇺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임은 지난 7월 유럽의회 인준 투표를 통과하며 확정됐습니다.
그의 임기는 오는 2029년까지입니다. 현재 차기 EU 집행위 구성이 진행 중입니다. 집행위원은 지역·성별·담당 업무를 고려해 EU 27개 회원국에 1자리씩 할당됩니다.
집행위원은 정부로 치면 국무위원에 해당됩니다. 정책·법안을 제안할뿐더러, EU 재정 관리나 긴급조치조항 운영권 등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집행위원장은 EU 회원국에 남녀 후보 각 1명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후보 면접을 거쳐 늦어도 9월 중순에는 최종 명단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회 청문회와 최종 표결을 거치면 인선 절차가 마무리됩니다.
집행위원 보직은 원칙적으로 집행위원장이 결정합니다.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경쟁이나 무역 또는 산업 담당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는 재정 부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 부문 보직은 스페인이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11월 1일에 차기 집행위원단도 함께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KOTRA “청정산업협정, EU 그린딜 계승할 것” ⚖️
연임 확정 직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차기 집행위의 정책공약집을 내놓았습니다. 차기 집행위의 정책 방향성과 계획을 다루고 있습니다.
차기 집행위 정책의 핵심은 ‘청정산업협정’입니다.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량 억제 노력을 지원하는 동시에 EU 역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철강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의 탈탄소화 가속화를 위해 행정절차 간소화와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력망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수소 등과 관련된 시설 투자 역시 강화됩니다. 구체적인 윤곽은 취임 후 100일 안에 발표될 것이라고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밝혔습니다.
이에 KOTRA는 “(차기 집행위가) 청정산업협정을 통해 ‘EU 그린딜’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EU 그린딜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2019년 제안한 것입니다. 2050년 EU의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탈탄소화 로드맵입니다.
EU 그린딜이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청정산업협정은 실제 그린딜 이행을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EU, 순환경제법 제정 예고…“정치적 우선순위 될 것” ♻️
순환경제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해 신규 법안 제정도 추진됩니다.
일명 ‘순환경제법’입니다. 집행위는 EU 그린딜의 일환으로 2020년 3월 한층 강화된 ‘순환경제 실행계획’을 채택해 시행 중입니다.
유럽통계청에 의하면, 2022년 기준 EU의 순환재료 사용률 평균은 11.5%입니다. 2004년 8.3%와 비교해 3.2%p(퍼센트포인트) 오른 것입니다. 허나, 현 실행계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말입니다.
이는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광물 확보와도 연계돼 있습니다. 순환경제법은 핵심광물 2차 원료와 폐기물에 대한 EU 차원의 단일시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2차 원료란 재활용을 통해 생산재료로 다시 사용되는 폐기물을 말합니다.
재활용·재제조를 통해 핵심광물의 제3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깔려 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순환경제는 차기 집행위의 정치적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나아가 화학물질 규제를 위한 새로운 산업 패키지도 제안됩니다.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에 대한 명확성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빅테크 기업 규제·AI 및 생명공학 기술 지원 ↑ 🧪
디지털과 생명공학 기술개발 가속화 역시 추진됩니다. 디지털 기술은 규제 강화, 생명공학은 투자 강화를 각각 골자로 합니다.
먼저 집행위는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의 법 집행을 현재보다 더 강화할 계획입니다.
DSA는 허위정보와 유해 콘텐츠 확산을 금지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DMA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입니다. 서비스 종류에 따라 방식은 차이가 있으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자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됩니다.
초강력 규제를 통해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겠다는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 규제 역시 일부 변화가 예고됐습니다. EU는 세계 최초로 AI의 포괄적인 규제를 위한 법안 제정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AI 팩토리 이니셔티브’를 통해 AI 스타트업과 산업계를 지원한다는 구상입니다. 맞춤형 슈퍼컴퓨팅을 통해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구상입니다. 또 AI 연구를 위해 유럽 AI 연구위원회도 설립될 계획입니다.
2025년에는 ‘유럽생명공학법’을 제안해 제정을 추진합니다. 생명공학 기술을 실험실에서 공장, 결과적으로는 시장으로 쉽게 가져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 법이 제정될 경우 배양육 같은 생명공학 기반 기후테크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청정기술 경쟁서 뒤처지지 않을 것 🏃
차기 집행위는 EU 역내 청정·첨단기술 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 ‘유럽 경쟁력 기금(European Competitiveness Fund)’을 새로 제안했습니다. 이 기금을 통해 유럽 공동 관심분야의 주요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는 구상입니다.
나아가 농업 산업과 정의로운 전환 부문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과 전략도 차기 집행위 출범 직후 내놓을 계획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를 우선순위에 둔다는 방침입니다. 청정기술 등 핵심기술 유출을 막아 경쟁력을 키우고, 청정무역과 투자 파트너십을 통해 주요 광물과 원자재에 대한 수급을 강화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또 지역별 협력 강화 역시 강화됩니다. 한국 역시 주요 파트너십을 맺을 국가로 언급됐습니다.
다만, 이들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필요한 재원 규모와 마련 방안 모두 아직 구체적인 언급은 없습니다. 이는 향후 EU 회원국고 협상을 통해 확보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세계는 누가 가장 먼저 기후중립을 달성하고 향후 수십 년간 세계 경제를 좌우할 기술을 먼저 개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경쟁에 돌입해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그는 “유럽은 이 경쟁에서 뒤처져 경쟁력을 잃거나 전략적 취약점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