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요 산업의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시 산업계가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당장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산업 그리고 재생에너지가 하향세를 걸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18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를 폐기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화 의무 정책 폐지를 통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완전한 소멸로부터 구할 것”이라며 “미국 국민들에게 자동차 한 대당 수천 달러를 절약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화 의무 도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다. 단, 기후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의 자동차 신차 판매량 중 10% 이하인 전기차 비중을 오는 2032년까지 56%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美 전기차업계 일제히 우려 📉
같은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이자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공화당·오하이오주)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골자로 한 ‘드라이브 아메리칸 법(Drive American Act)’을 발의했습니다. 그 대신 내연기관차 산업에 세액공제를 주는 내용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이튿날 미국 대표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주가는 직전거래일보다 4.02% 급락한 239.20달러(약 33만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3일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직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나는 트럼프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그의 빠른 회복을 희망한다”며 지지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주요 전기차업계는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전직 테슬라 임원이자 현 제너럴모터스(GM)의 이사인 존 맥닐은 CNBC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 시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중국 BYD(비야디) 같은 저가형 업체와 경쟁이 어렵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맥닐 이사는 “미국이 자동차 제조 시장을 중국에게 뺏길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의 분석가인 딜런 쿠는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보조금 폐지 시 소비자들이 더는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쿠 분석가는 “세액공제가 삭감되면 대다수 소비자에게 전기차는 엄청나게 비쌀 것”이라며 “업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현재 미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제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선 후보 수락 직후 포드 내연차 생산 계획 발표 🚘
이는 비단 미국만의 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해외 기업들 역시 IRA에 따른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미국에 잇따라 공장을 세웠거나 건설 중이기 때문입니다.
암살 사건 직후 트럼프 대세론이 커지자 주요 완성차 업체들 역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기차 대신 내연차를 생산하거나 아예 하이브리드형 공장을 짓는 형태입니다.
예컨대 포드자동차는 트럼프 후보의 수락 연설과 같은날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내연기관 픽업트럭 ‘슈퍼두티’ 모델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포드는 설비 전환을 통해 해당 공장에서 대형 전기트럭을 생산할 계획이었습니다.
현대차그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2년 새 미국 판매량 4위로 올라선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4분기에는 연간 30만 대 규모의 미 조지아주 신공장 조기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계획했으나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의 시장 변화에 맞춰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하기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韓 배터리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촉각 곤두세워” 💸
배터리 산업 역시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2022년 8월 발효된 IRA는 역내 탈탄소화 산업 육성을 목표로 배터리업계에도 막대한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 현지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왔습니다.
트럼프 재집권 시 IRA가 폐지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습니다. 법안 폐지를 위해선 의회 통과 등 입법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IRA 발효 후 현재까지 집행된 203억 달러(약 28조원) 규모 프로젝트 중 공화당 지역구에 몰린 투자금만 161억 달러(22조원)에 달합니다. 전체 79%를 차지합니다. 공화당 강세 지역들이 수혜를 입은 만큼 IRA 폐지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단 관측입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IRA를 폐지 대신 ‘축소’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5월 보고서를 통해 “IRA 변화가 가시화될 시 한국 배터리 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재생에너지 하향…석유화학 상향 “취임 첫날 시추 재개” 📊
재생에너지 역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태양광·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에 회의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쳐 왔습니다.
반면, 석유 등 화석연료업계는 다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 곧바로 석유가스 시추를 확장하겠다”고 표명했습니다. 또 미국이 화석연료를 더 많이 생산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발언 직후 주요 석유시추업체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하면, 지난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주요 석유회사 경영진을 만나 10억 달러(약 1조 3,880억원) 규모의 선거 자금을 요청했습니다. 그 대가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환경규제의 폐지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미국이 에너지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석유가스업계에 각종 환경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시 석유화학산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美 대선 격랑 속으로 🗳️
시장조사기관 모닝스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두고 시장이 너무 요동치고 있단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두고 시장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22일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와 동시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카멀리 해리스 부통령에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오는 11월 예정된 대선의 판세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미 대선 구도가 다시 급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