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오전 10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개막했습니다. 올해 기후총회는 2025년 이후 신규 기후재원의 범위를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금융 기후총회’로 불립니다.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기후총회의 중요성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기후총회가 국제사회가 서로를 믿고 또 책임질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장소’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체제가 없으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5℃ 이상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최근 기후총회가 ‘맹탕 회의’에 불과하다는 일부 국가들의 불만에 해명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더불어 스티엘 사무총장은 이번 COP29에서 신규 기후재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현재 각국은 신규 기후재원의 범위와 공여국·수혜국 범위를 두고 첨예하게 논의 중입니다. 연간 최소 기후재원 규모로는 1조 달러(약 1,400조 원)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어 “바쿠에서 기후재원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도출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국제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GST 후속 조치 ‘범위’ 두고 국가 간 의견차 선명 🤔
개막식 이후 각국 대표단은 정상회담과 COP29에서 논의할 주요 의제를 비공개로 논의했습니다.
먼저 작년 28차 당사국총회(COP8)에서 나온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의 후속 조치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파리협정 1.5℃ 억제 목표를 위해 ‘에너지 부문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란 문구가 COP28 최종 합의문에 담겼습니다.
유럽연합(EU) 등은 GST 후속 조치를 COP29에서 논의되는 모든 의제에 통합해 다룰 것을 요구했습니다. ▲감축 ▲적응 ▲재정 등 다방면으로 GST 후속 조치에 대한 이행 추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EU 측의 주장입니다.
반면,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재정’에만 초점을 두고 논의를 이어나갈 것을 원했습니다.
논의 끝에 일단 COP29에서는 GST의 후속 조치는 재정에만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한편,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중국 등으로 구성된 ‘베이식그룹(BASIC)’은 일방적인 제한적 무역조치를 COP29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중국 등 신흥경제국이 이끄는 기후변화 협상그룹입니다.
이 그룹은 EU와 미국들의 기후변화 관련 무역 조치가 개도국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특히, EU의 삼림벌채규정(EUDR)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EU 측은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 결과, 해당 안건은 COP29의 정식 논의 안건에서 삭제됐습니다. 이는 COP29 내 정상회담 내 의제에서 논의될 것이란 확신 덕분에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7개국서 COP29 정상회담 참석 🌐
고위급 정상회담은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진행됩니다. 각국 정상급 인사들은 이때 준비한 기후대응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10일 UNFCCC가 추가로 갱신한 자료에 따르면, COP29 기간 열리는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부통령 이상 고위급 인사는 모두 77명입니다.
주요 7개국(G7) 회원국 중에는 영국(키어 스타머 총리)과 이탈리아(조르자 멜로니 총리)만 참석합니다. 미국·일본·캐나다 등 다른 정상들은 오는 14일부터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계획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역시 차기 집행위 청문회 준비를 이유로 COP29에 불참했습니다. 그 대신 샤를 미셀 EU 이사회 상임의장이 참석했습니다.
매년 기후총회에 참석하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상회담 관전 포인트는 2035 NDC 발표” 📢
COP29 정상회담의 화두는 단연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입니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5년 주기로 NDC를 상향해 제출해야 합니다. 마감 기한은 2025년 초까지입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UNFCCC에 2035 NDC를 제출한 곳은 아랍에미리트(UAE) 뿐입니다.
COP29 정상회담을 계기로 영국 정부는 2035 NDC를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직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국가에게 야심찬 NDC 수립을 촉구하기 위한 조치란 것이 영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단,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영국의 2030년 NDC는 1990년 대비 68% 감축입니다. 지난 10월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2035년까지 81%로 NDC를 상향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한편, 30차 당사국총회(COP30)를 주최한 브라질 역시 지난 8일 2035 NDC를 발표했습니다.
2035년까지 2005년 대비 배출량을 59~67%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아직 UNFCCC에 공식적으로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영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정상회담에서 발표 후 제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브라질에서는 제랄도 알키민 부통령이 COP29 정상회담에 참석해 발언합니다.
미국 기후특사, 주정부 차원 기후대응 계속 🇺🇸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존 포데스타 기후특사가 COP29에 참석했습니다.
포데스타 특사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2025년 1월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해도 전 세계 기후대응 기조가 바뀌어선 안 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피력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후폭풍을 잠재우려고 애쓰는 모양입니다.
그는 “기후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지난주(5일) 미국에서 나온 결과는 몹시 실망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 연방정부가 기후대책을 뒷전으로 미뤄도 미국 내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그 근거로 포데스타 특사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언급했습니다. IRA는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청정기술에 투자나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지원금의 상당수는 공화당 성향의 주가 가져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정부효율위원회를 만들어 각 부처의 예산 낭비성 프로그램을 없애 재정 지출을 줄인다는 구상입니다. IRA의 청정기술 세액공제가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포데스타 특사는 연방정부가 아니더라도 주정부 차원에서 규제가 계속 이루어질 것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럼에도 “(기후대응을) 아마도 늦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탈탄소화란 방향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미국을 하루빨리 파리협정에서 재탈퇴시킬 것이란 계획을 밝힌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독일 기후 싱크탱크 뉴클라이밋연구소의 니클라스 호네 전문가는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2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 없이는 강력한 기후협상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과학저널 네이처에 밝혔습니다.
중국 기후특사, 트럼프 당선 심각하게 바라봐 🇨🇳
포데스타 특사는 중국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야심찬 NDC 수립이 다른 국가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일단 COP29에 참석한 미국 대표단은 중국 측에 배출량을 빠르게 감축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데스타 특사와 올해 9월 중국 측과 회담을 통해 2035 NDC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대신 류전민 기후특사가 참석했습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류 특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에 따른 국제정세 흐름 변화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파리협정 재탈퇴를 언급한 겁니다.
그는 “선거 이후의 미국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후총회에 참석한 대다수 기후외교관은 오히려 국제 다자간 기후협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