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치명적이고 막대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뚜렷이 드러난 시기에 기후대응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다.”
환경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과학자들의 자발적 모임인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UCS)’은 6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단체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심각하게 바라봤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선됐습니다. 그의 임기는 2025년 1월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를 수차례 언급해 왔습니다. 이 경우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따라 탈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재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화석연료와 천연자원 채굴 가속화를 위해 각종 환경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담은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에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을 해체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단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선거 유세 중에 말한 대로 행동할 것으로 믿는다”며 “기후대응에 있어 전면적인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습니다.
같은날 국제환경법센터(CIEL) 역시 “기후대응이 더 어려워지는 가운데 암울한 시기를 맞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잔인하고 퇴보적인 계획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린피스 미국지부, 시에라클럽 등 미국 내 주요 환경단체와 싱크탱크들 역시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기후외교를 중심으로 각국이 트럼프 2기 시대에 대비하는 모양새입니다.
미국 ‘없는’ 기후체재 준비 중인 국제사회 🌐
“기후세계는 피하고 싶었던 현실을 맞닥뜨렸다. 트럼프가 돌아왔다.”
6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기사 제목입니다. 폴리티코는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기후외교관과 기후단체들이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두고 오는 11월 열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것이란 분위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각국의 기후외교관을 중심으로 미국이 없는 상태로 기후체제를 새로 준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총회에 참석하는 한 유럽 고위 외교관은 매체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남반구와 북반구의 몇몇 지도자들을 모아 성명을 발표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없이도 지구촌이 기후대응에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다른 유럽 외교관은 향후 며칠 이내로 집단적 기후대응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정부 간 회담이 진행 중이란 사실을 확인해줬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기후외교관은 “역사적으로나 현재적으로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큰 3곳에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연합(EU)이 포함된다”며 “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동시에 3곳 중 1곳이 빠져도 나머지 국가들은 협력을 더 굳건히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이 기후대응에서 빠질 경우 EU와 중국만큼은 협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의 중국 기후 책임자인 리슈오는 “중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가 COP29 시작 시 파리협정을 재확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가 출범했던 2016년과 달리 국제사회가 이미 그의 당선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는 “즉각적인 영향은 견뎌낼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장기적인 영향이 결정된다”고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또 미국이 뒷걸음질치는 상황에서 중국이 기후행동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당장 COP29에서 2025년 이후 신규 기후재원 목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상황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불확실성 가장 커”…청정에너지 투자 느려도 일단 전진 ⚡
노르웨이 오슬로 국제기후연구센터의 글렌 피터스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에 ‘불확싱성’을 가장 크게 우려했습니다.
피터스 수석연구원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며 “그것이 가장 우려되는 일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더힐·AP통신 등 미국 현지매체들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는 순간 상당수의 기후정책이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축소에 따른 청정에너지 투자 위축 ▲발전소 오염물질 규제 철폐로 인한 배출량·대기오염물질 증가 ▲규제 철폐에 따른 메탄 배출 증가 ▲알래스카주 등 일부 보존지역 내 석유 시추 확대 등이 주로 언급됐습니다.
카본브리프는 석유·천연가스 시추와 장려 정책만으로도 트럼프 행정부 2기 임기 동안 대기 중으로 40억 톤 규모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2023년 미국은 약 48억 톤 규모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드맥킨지 역시 이같은 자료들을 기반으로 트럼프 당선 시 미국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속도가 느려지지는 하나 미국 내 청정에너지 투자 자체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은 우세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기후고문을 역임한 지나 매카시는 “트럼프 행정부가 풍력·태양광·지열발전 같은 청정에너지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정부 차원에서도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늘리는 추세일뿐더러, 이들 프로젝트 상당수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UCL)의 프리데리케 오토 기후과학자는 “세계는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와는 매우 다른 위치에 있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024년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 모아보기]
① ‘워싱턴 이단아’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② 트럼프 2기 시대, 불확실성에 대비 나선 국제사회
③ 트럼프 재집권 소식에 ‘비상’ 걸린 배터리·반도체 등 한국 산업계
④ ESG 정책 타격 전망 불가피…기후공시 백지화 가능성도
⑤ 기후테크 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⑥ 트럼프 재선에 국제사회 기후대응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