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2기 연임, 韓에 미칠 영향은?

韓, EU 파트너로 기회 잡아야…보호무역 강화 가능성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같은날 EU 집행위원회는 31쪽 분량의 공약집을 내놓았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임기인 2029년까지 EU가 추진할 주요 정책 방향이 담겨 있습니다.

21일 그리니엄이 공약문을 확인한 결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 그린딜 목표 유지 ▲2040 기후목표 법제화 ▲청정산업협정 구축 ▲유럽방위동맹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특히, 청정기술을 포함한 녹색산업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공약문 곳곳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폰데어라이엔 2기 체제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무협, 폰데어라이엔 1기 핵심 키워드 ‘지속가능무역’ 🇪🇺

이를 알기 위해선 폰데어라이엔 1기가 출범한 첫해인 2019년에 발표된 ‘그린딜’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2050년 기후중립 달성을 목표로 산업과 사회 전반의 탈탄소화 로드맵을 담고 있습니다.

그린딜 수립 직후 EU에서는 탄소국경세나 재생에너지 설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여러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작년에는 EU 역내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넷제로산업법(NZIA)’도 발의됐습니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과 관련된 역내 산업 제조 역량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폰데어라이엔 1기 체제 당시인 2021년 한국무역협회는 EU의 주요 통상 키워드로 크게 4가지를 꼽았습니다. ①지속가능무역 ②디지털주권 ③공정경쟁 환경 ④무역상대국 다각화 순입니다.

당시 지속가능무역에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이 대표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이중 CBAM은 작년 10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또 국내에서는 ‘공급망실사법’으로 불리는 CSDDD는 오는 25일 발효를 앞두고 있습니다.

무협은 당시 “EU의 통상정책이 표면적으로는 자유무역 활성화와 환경·인권 보호 등 보편적 가치 수호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면서도 “일방적인 보호무역 조치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19년 경제성장과 기후대응 전략을 모두 담은 ‘그린딜’을 발표했다. 2050년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EU 전체의 로드맵을 담고 있다. ©EU

폰데어라이엔 2기 체제, 핵심은 기후통상 규제 ‘이행’ 🗺️

무협이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기관들은 그간 EU의 기후통상 규제가 몰려오고 있단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예컨대 무협은 “한국 기업들은 EU 통상정책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환경·인권·노동권 등 높아진 EU 기준과 새로운 디지털 규범과 표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체 공급망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습니다.

산업계 역시 EU의 통상규제 대응이 재정·행정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호소해 왔습니다.

폰데어라이엔 2기 체제에서는 주요 기후통상 규제가 현실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기 체제에서 발표된 주요 기후통상 법안들 상당수가 발효됐거나 발효가 임박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의 공약문에서는 ‘이행(implementation)’이란 단어가 12번이나 거론됩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역시 인준 투표 직후 수락 연설에서 이행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그는 EU 집행위가 그린딜 내 하위 프로젝트들을 실용적·혁신적 방식으로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주로 전략의 이행과 투자 시행에 초점을 둘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23년 5월 한-EU 정상회담에서샤를 미셸 EU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정상회담 직후 그린·보건·디지털 등 3대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EU

“EU, 韓 등 인태 지역 4개국 전략적 파트너 협력 관계” 🤝

이러한 상황이 한국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공약문에는 EU 역내 산업 경쟁력, 그중에서도 청정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내용이 전반적으로 강조됐습니다. “세계 전역에서 원자재·청정에너지 및 기술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청정무역 및 투자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EU 역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역시 EU의 주요 파트너 국가로서 함께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단 뜻입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EU가 지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지원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에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 대표적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공약문 속에는 ‘한국’이 딱 한 번 언급됩니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이 세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지역이 됐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러면서 “일본, 한국, 뉴질랜드, 호주와 협력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로도 모두 등록돼 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국가에게 독점기술을 빼앗기거나 도용당하지 않도록 경제안보 전략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또 해당 전략이 EU 외교정책의 첫 번째 축이 되길 희망한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지난 3월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EU 대사 역시 한국이 주요 전략적 파트너 국가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페르난데즈 대사는 “(EU와 한국은) 우리 앞에 놓인 엄청난 도전과제들을 ‘함께’극복할 수 있다”며 “기업들을 위해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도록 보다 개방적이며, 지속가능하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녹색 및 디지털전환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재선 시 EU 보호무역 강화 우려…“대응 필요” 🤔

한편으로는 보호무역 조처 강화를 인해 수출국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실제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두 번째 임기 기간 무역정책이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의 연설이나 공약문에서 무역이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역내 산업 육성과 단일 시장 강화로 인해 EU가 추진 중인 광범위한 무역협정들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여기에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 당선 시 EU가 보호무역을 강화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EU에 철강과 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적용하는 정책을 취한 바 있습니다. EU 집행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시 EU를 겨냥한 관세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략적 파트너 국가라고 해도 한국 역시 이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정부가 협상을 통해 관세 장벽을 낮추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단 뜻입니다.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무협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10.8%입니다. EU 수출 기업은 약 1만 8,000개로 추정됩니다. 전체 수출 기업의 약 19%에 해당합니다.

대(對) EU 수출 상위 품목은 ▲자동차 ▲이차전지 ▲선박 ▲바이오의약품 등이 꼽혔습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연임 모아보기]
① 역내 녹색산업 경쟁력 확보 천명
② 韓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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