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으로 11일 오후 3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개막합니다. 총회는 오는 22일까지 진행됩니다.
한국에서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대표단이 참석해 국가 간 협상에 나섭니다.
COP29는 어느 때보다 험난한 국제정세 속에서 열리는 만큼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해지고 있을뿐더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직후 파리협정에서 탈퇴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총회의 참석인원 수는 4만 명에 그칠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EA) 두바이에서 열린 28차 당사국총회(COP28)에 9만여명이 몰린 것과 비교됩니다.
실제로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중 정상이 참여하는 곳은 4곳(영국·이탈리아·튀르키예·아프리카연합)에 그쳤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의 접근성이 다른 곳보다 떨어질뿐더러, 자국 내 정치·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기후총회가 동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반면, 탈탄소 흐름 자체를 바꾸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금융 기후총회’ COP29…신규 기후재원 설정 두고 갈등 💰
COP29의 주요 의제는 90여개에 이릅니다.
올해 COP29에서는 2025년 이후의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 설정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갈등이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갈등이 격해질 시 COP29의 나머지 모든 의제를 뒤엎을 가능성도 큽니다.
김효은 전(前)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역시 “올해 COP29는 ‘금융 기후총회’이자 제일 어려운 기후총회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신규 기후재원은 2025년 이후의 저개발국·개도국의 기후대응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후변화에 역사적 책임이 큰 국가들이 주로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관건은 ①연간 재원 목표 ②공여국 그리고 ③수혜국 범위입니다.
1️⃣ 2025년 이후 기후재원? 연간 최소 1조~최대 6조 달러
유엔기후변화협약 산하 재정상설위원회는 2030년까지 연간 최소 5,000억 달러(약 699조 원) 규모의 기후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개도국 98개국에 필요한 기후대응 비용만 계산한 겁니다. 실제로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COP29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은 연간 1조 달러(약 1,398조 원) 이상을 목표로 합니다. 일부 개도국은 연간 최대 6조 달러(약 8,270조 원)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공재원으로 1조 달러, 나머지 5조 달러는 민간재원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입니다.
영국·미국 등 선진국들은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를 원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반면, 개도국을 중심으로는 구체적인 목표 숫자가 언급돼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숫자가 언급돼야 구체적인 이행현황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중국·사우디 등 참여 두고 갈등
공여국 범위 역시도 주요 쟁점입니다.
기존 의무공여국은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결성 당시 선진국으로 분류된 ‘부속서Ⅱ 국가’로 결정돼 있습니다. 한국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아 기후재원을 공여할 의무는 없으나, 의무공여국 이상의 자발적 공여를 해왔습니다.
일단 부속서 Ⅱ의 분류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나옵니다. 중국·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경제국들 역시도 기후재원 의무공여국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또한 역사적 배출량이 큰 중국이 이제는 기후재원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경우 기후재원 공여국의 범위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만 달러(약 5,590만 원) 이상인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경우 한국 역시 포함됩니다.
중국의 경우 기존 기후재원과 별개로 개도국의 기후대응을 지원해 왔습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3~2022년) 중국이 개도국 기후대응을 위해 지원한 재원 규모는 평균 약 45억 달러(약 6조 2,9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미 개도국의 기후대응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기후재원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논리입니다. 이 경우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역시 비슷한 논리를 말할 수 있습니다. 영국 카본브리프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기후재원을 제공할 의무가 없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이미 기후 관련 원조나 자금을 기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논의가 더 복잡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3️⃣ 기후재원 수혜국 두고 저개발국 vs 개도국
수혜국 범위 역시도 주요 쟁점입니다.
이 부분은 저개발국과 개도국을 중심으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기후재난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분류체계가 마련돼야 주장도 나옵니다. 이와 달리 기존처럼 개도국 전반을 아울러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기후재원 추적·용어 정의 두고 갈등…사실상 교착 상태” 💸
신규 기후재원을 설정하고 이행을 어떻게 추적할 것인가를 두고도 국가 간 의견차가 심합니다. 기존 기후재원 추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사실상 맡았습니다. 일부는 UNFCCC 산하 재정상설위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아예 시민단체가 이행현황을 추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와 별개로 기후재원의 정의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개도국을 중심으로 나옵니다.
UNFCCC는 기후재원을 온실가스 감축·기후적응 등에 사용되는 모든 재원으로 정의합니다. 개도국은 이제는 이 용어가 현 상황에 맞춰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기후재난에 따라 입은 손실과 피해를 신규 기후재원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선진국들은 이같은 주장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신규 기후재원을 둘러싼 목표 대다수가 쟁점인 겁니다. 현재 호주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공동의장을 맡아 관련 초안 문서를 정리하고 있으나, 수개월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OP29 또다른 쟁점, 국제탄소시장 개설 여부 🤔
한편, COP29에서는 파리협정 제6조 ‘국제탄소시장’에 관한 세부지침 합의가 채택될지 관심이 몰립니다.
▲파리협정 제6.2조(협력적 접근법) ▲파리협정 제6.4조(메커니즘)를 운영하기 위한 세부지침이 대상입니다.
6.2조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연계 등 자발적 감축협력을 통해 발생한 감축실적을 당사국끼리 교환함으로써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6.4조는 기후총회에서 지정한 감독기구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운영 구조로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6.2조와 6.4조는 국외감축실적(ITMO) 승인과 국제탄소시장 개설을 위한 핵심 조항입니다. 2030년까지 3,750만 톤 규모의 국외감축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경우 관련 세부지침이 올해 마련돼야 합니다.
COP29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은 올해 국제탄소시장을 개설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현재 감축실적을 국가끼리 이전하는 것에 관한 큰 틀은 잡혔으나, 이 부분 역시 선진국과 개도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도국은 감축사업의 유연한 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으나, 선진국은 감축사업의 환경건전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COP28에서 위 갈등으로 세부지침 합의가 불발됐습니다.
환경부 역시 “유연한 운영을 강조하는 국가와 투자 안전성·환경건전성의 충족에 초점을 두는 국가 간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며 “감축실적 허가와 등록부 운영 등 세부 이행지침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환경건전성그룹(EIG)과 공조해 감축과 파리협정 6조 등 주요 협상의제에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한국과 스위스 등이 6개국으로 구성된 기후변화 협상그룹입니다.
정은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도 본인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난해보다는 탄소시장의 열기가 덜한 느낌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밖에도 작년 COP28에서 채택된 ‘글로벌기후적응목표(GGA)’를 두고 이행평가를 위한 세부지표 설정 논의가 이어집니다.
[COP29 개막 모아보기]
① 신규 기후재원 조성 방법 주요 쟁점
② COP29에 참석하는 ‘정상’은 몇 명일까?
③ 기후총회(COP) 약속 이행현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