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하원의원 18인, 美 IRA 청정투자 세액공제 폐지 반대 의견 피력

“트럼프 재집권에 떠는 韓 기업들”…대선 속 IRA 정책 변동성 ↑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IRA는 향후 10년간 기후대응과 에너지안보를 위해 3,690억 달러(약 505조원)를 미국 역내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시설을 건립할 경우 최대 30% 생산세액공제를 해준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인 기후정책으로 소개됩니다.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측 후보로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IRA 폐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외신을 종합하면, 앤드류 가르바리노(뉴욕주) 등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8명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통해 IRA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할 경우 민간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해당 서한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전해졌습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는 혁신을 촉진하고 투자를 장려한다”며 “미국 전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의 에너지자립도를 높이며 에너지안전을 강화하는 정책을 보호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공화당원으로서 미국 내 생산·혁신·공급을 장려하는 모든 개발과 세액공제 정책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서 2023년 4월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IRA에 따른 청정에너지 보조금 폐지를 찬성한 바 있습니다.

 

청정투자, 공화당 1160억 달러 > 민주당 420억 달러 💰

IRA에 따른 혜택은 레드스테이트, 즉 공화당 텃밭이 주로 가져갔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기관이 다른 시장조사기관과 협력해 미국 청정기술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13일 해당 자료를 살펴본 결과, 바이든 정부 출범 후 2024년 4월까지 미국 내 청정기술 투자 규모는 최소 2,060억 달러(약 282조원)에 달합니다. 투자 발표 계획까지 모두 포함한 액수입니다. 이중 80%는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프로젝트에 집중돼 있습니다.

IRA 발효 이후로 청정기술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이를 통한 일자리만 최소 19만여개가 창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하원 지역구에 420억 달러(약 57조원)가 배정됐습니다. 반면, 공화당 하원 지역구에 배정된 금액은 1,610억 달러(약 220조원)에 달합니다. 나머지 금액은 아직 배정되지 않았습니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IRA 세액공제를 받아 추진한 공장 상당수가 아직 준공을 완료하지 않은 만큼 완공 후에는 지역사회 경제 부양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입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IRA 폐지에 더는 찬성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IRA 청정투자 세액공제 규정 두고 엇갈린 공화당 ⚖️

이번 서한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IRA를 두고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원의원 18명은 IRA 전면 폐지가 아닌 부분적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또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를 아우르는 투자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이번 서한 작성을 주도한 가르바리노 하원의원은 의회 내 ‘기후대응 코커스’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정당 내 비슷한 성향을 지닌 의원들끼리 구성되는 모임을 뜻합니다.

이에 반발하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칩 로이 하원의원(텍사스주)은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낸 같은당 의원 18명을 비난했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8명 의원은) 민주당 동료를 위해 청정에너지 지원금 보존을 원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이들을 무시하고 미국을 파괴하는 청정에너지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서한을 받은 존슨 하원의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IRA 세액공제 ‘축소’에 반대 의견 피력” 🗳️

오는 11월 열릴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에 성공하더라도 IRA가 폐지될 가능성은 거의 낮다는 분석이 대체적입니다.

법안 폐지를 위해선 의회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는 등 입법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IRA 폐지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현저히 적습니다.

이에 그간 트럼프 후보가 행정명령을 통해 IRA에 따른 세액공제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조차도 이같은 축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서한에 서명한 버디 카터 하원의원(조지아주) 역시 지역구 내 투자가 축소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가 속한 지역구에 투자를 약속한 금액만 76억 달러(약 10조원)에 이릅니다.

같은당의 척 플레이쉬만 하원의원(테네시주)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정부 관계자에게 IRA가 우리 주 배터리 공장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설명할 것”이라며 “(IRA와 관련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직접적으로 서한에 서명하지는 않았습니다.

 

▲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미국 남부 텍사스주 베이타운에 있는 정유공장에서 연간 블루수소 90만 톤, 블루암모니아 100만 톤을 생산하는 공장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xonMobil

화석연료 업계 IRA 존속 대체적 지지한 까닭은? 🤔

트럼프 후보와 밀접한 화석연료 업계 역시 IRA 존속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블루수소·탄소포집 등 화석연료 기업들 역시 IRA의 대규모 수혜를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엑손모빌은 미 남부 텍사스주 일대에 연간 생산량이 240만 톤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엑손모빌은 현재 IRA에 따른 청정수소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미 정부를 압박 중입니다.

옥시덴탈페트롤리움의 DAC(직접공기포집) 설비 공장 중 일부는 IRA에 따른 보조금 수혜를 이미 받았습니다.

마이클 소머스 미국석유협회(API) 회장은 “협회는 바이든 정부가 지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IRA가 존속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IRA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특정 기술만이 아닌 모든 기술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재집권에 떨고 있는 韓 기업…“보조금 32% 수혜” 📊

미 대선이 진행 중인 만큼 정책 변동성이 큰 상황이긴 하나, 공화당 내 이같은 흐름은 한국 기업들에게 수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해 IRA에 따른 세액공제가 사라질 경우 한국 기업들 역시 큰 피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유진투자증권에 의하면, 현재까지 IRA에 따른 전체 보조금의 약 32%는 한국 기업이 수주했습니다. 금액으로만 약 349억 달러(약 48조원)에 달합니다. 사업 비중으로는 ▲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순입니다.

한국 기업이 추진 중인 사업 상당수가 주로 공화당 지역구인 조지아·테네시주에 소재해 있습니다.

예컨대 국내 배터리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조지아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또한 3조 원이 넘는 돈을 들어 조지아주에 태양광 모듈 생산기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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