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단순한 경제적 대립을 넘어 ‘시스템 간 경쟁’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기술 분석가 댄 왕(Dan Wang)은 저서 『Breakneck』에서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중국의 엔지니어링 중심 사고방식이 기후 테크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게 했으며, 미국의 법률가적 접근은 오히려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중국의 네 번째로 가난한 성인 구이저우성조차 미국의 부유한 주인 캘리포니아나 뉴욕보다 더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엔지니어링 국가로서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 미국은 법률 중심 사회로서 견제와 균형에 치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시스템 차이는 양국의 산업 정책과 글로벌 기술 질서 재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엔지니어링 국가 vs 법률가 사회: 미중 시스템 경쟁 중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 구성은 엔지니어링 중심 사고방식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덩샤오핑은 1980년대 초반부터 공학 배경의 인재들을 당의 고위직에 적극 등용했습니다.
2002년에는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공학 학위를 보유하는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국가를 거대한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로 인식하며,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까지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접근법을 취합니다.
반면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법률가들이 주도해온 사회입니다. 초기 16명의 대통령 중 무려 13명이 법조인 출신이었습니다.
댄 왕은 미국의 엘리트 정치권이 법학 교육기관, 특히 예일 로스쿨 출신들로 장악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미국이 과거에는 운하, 철도, 고속도로 등 대형 인프라를 건설한 ‘프로토 엔지니어링 국가’였으나, 1960년대 이후 기술관료에 대한 불신과 규제 강화로 인해 ‘법률가적 사회’로 급격히 전환되었다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시스템 차이는 기술 경쟁력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중국은 전기차, 산업용 로봇, 태양광 산업 등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는 중국의 전략적 산업 육성 정책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태양광 산업에서는 글로벌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는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은 현재 수십 기의 원자로를 동시에 건설 중인 반면, 미국의 신규 원자로 건설은 극도로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댄 왕은 미국의 제조업 공동화가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아닌, 기업들의 개별적 결정이 누적된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대형 제조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대거 이전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제지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중국은 애플, 테슬라 등 미국 기업을 전략적으로 유치해 자국 노동자들을 훈련시키고 전략적 기술을 내재화하는 치밀한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엔지니어링 국가 모델에도 심각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댄 왕은 중국이 물리적 엔지니어링에서는 대체로 긍정적 성과를 냈지만, 사회공학(국가가 사회를 계획적으로 설계하려는 시도)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0년대 시행된 한 자녀 정책으로, 강제 불임 시술과 낙태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수반되었습니다. 이는 인구를 또 다른 건축 자재처럼 취급한 결과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기술 경쟁의 향방은 이러한 시스템 차이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친환경 기술 등 미래 산업에서 중국의 엔지니어링 접근법이 지속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아니면 미국의 법률 중심 시스템이 혁신과 효율성 측면에서 반격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이러한 시스템 차이는 각국의 산업 정책, 기술 투자 방향,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Breakneck』분석은 중국식 엔지니어링 접근법의 효율성과 미국식 법률 시스템의 안정성 사이에서 한국만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우리 정부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