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 가장 많은 투자금 모은 상위 기후테크 기업 10곳은?

사이트라인클라이밋, 상반기 기후테크 키워드로 ‘수소·지열발전’ 꼽아

2024년 상반기(1~6월) 기후테크 스타트업 10곳이 모은 투자금이 22억 3,700만 달러(약 3조 800억원)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같은기간 전체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금 113억 달러(약 15조 5,940억원) 중 25%를 차지합니다. 전년 동기 131억 달러(약 18조원)와 비교해 20% 줄어든 것입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사이트라인클라이밋(구 CTVC)이 최근 발간한 상반기 기후테크 동향 문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15일 해당 내용을 확인한 결과, 투자액 기준 상위 10개 스타트업 중 4곳은 운송업계였습니다.

에너지업계 역시 4곳이었습니다. 운송과 에너지는 식품·토지사용 부문과 합쳐 흔히 ‘빅3’로 불립니다.

 

▲ 2011년 설립된 미국 배터리 기업 실라나노테크놀로지스는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을 실리콘으로 대체한 ‘타이탄 실리콘’을 개발했다. ©Sila Nanotechnologies

🇺🇸 실라|배터리 음극재, 흑연 → 실리콘 대체 성공

상반기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곳은 차세대 배터리 기업 실라나노테크놀로지스(이하 실라)였습니다. 2011년 설립된 미국 기업입니다. 초창기 테슬라에서 배터리 시스템을 설계한 진 베르디체브스키가 설립했습니다. 그는 현재 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습니다.

실라는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을 실리콘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실리콘이 흑연보다 에너지밀도(저장 용량) 높아 배터리 성능을 높일 수 있단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흑연을 실리콘으로 대체한 ‘타이탄 실리콘(Titan Silicon)’을 선보였습니다.

해당 배터리가 기존 흑연 기반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20% 향상된 덕에 주행거리가 배로 늘었단 것이 실라 측의 설명입니다. 나아가 전기차 충전 시간 역시 10분 이내로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사측은 내다봤습니다.

지난 6월 사측은 시리즈 G 자금조달을 통해 3억 7,500만 달러(약 5,16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해당 투자금을 기반으로 미 북서부 워싱턴주 모지스레이크에 공장을 건설한단 것이 실라 측의 구상입니다. 타이탄 실리콘을 상업화 규모로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5년 1분기에 가동될 예정입니다.

 

🇫🇷 일렉트라|2030년 2200개 전기차 충전소 운영

2위 역시 운송 부문 기업에게 스타트업에게 돌아갔습니다.

프랑스 전기차 충전 기업 일렉트라입니다.

2021년 설립된 곳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172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 중입니다.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의 운영 상태를 전달합니다.

사측은 2030년까지 2,200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한단 계획입니다.

지난 1월 일렉트라는 시리즈 B를 통해 3억 3,000만 달러(약 4,544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투자액만 놓고 보면 프랑스에서 가장 큰 크고, 전기차 충전 부문에서는 유럽에서 2번째로 많은 금액입니다.

프랑스공공투자은행과 네덜란드 사회보장기금(PGGM) 등이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 H2GS|스웨덴서 세계 최대 규모 수소환원제철소 건설

3위는 스웨덴 녹색철강 기업 H2그린스틸(H2GS)이 차지했습니다. H2GS는 상반기에만 3억 2,600만 달러(약 4,49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 설립된 H2GS는 작년에도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상위 기후테크 기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스웨덴 최북단 노르보텐주 보덴에 세계 최대 규모 수소환원제철소를 건설 중입니다. 일명 ‘보덴제철소’는 연간 최대 240만 톤 규모의 녹색철강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석탄 대신 그린수소로 철강을 생산함으로써 배출량을 기존 대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단 것이 H2GS의 말입니다.

상반기 투자금과 별개로 유럽연합(EU) 역시 H2GS에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지난 6월 EU 집행위원회는 H2GS에 2억 6,500만 유로(약 3,98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약속했습니다.

그 대신 H2GS는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기술적 노하우를 산업계와 학계에 적극적으로 공유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 딥그린은 데이터센터 서버를 식혀 뜨거워진 폐열을 이용해 공공수영장을 데운다. 이 폐열은 다시 차가워져 다시 데이터센터를 냉각시킨다. ©Deep Green

🇬🇧 딥그린|데이터센터 폐열로 수영장 온도 유지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을 개발하는 영국 스타트업이 4위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 설립된 딥그린입니다.

지난 1월 주요 기업들로부터 2억 5,300만 달러(약 3,485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영국 최대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에너지가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24시간 연중무휴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전기사용량과 열발생량이 모두 높습니다. 기기와 냉방장치가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85%를 차지하고, 남은 15%는 손실량으로 취급됩니다. 손실량에는 폐열도 포함됩니다.

데이센터에서 방출하는 폐열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폐열을 이용하는 시설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야 합니다. 이에 딥그린은 세탁기 정도 크기의 열교환기를 개발했습니다.

일명 ‘액침냉각’ 기술이 사용됐습니다.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한 용액을 서버에 집어넣어 열을 관리하는 기술입니다.

사측은 데이터센터 서버를 식힌 뒤 뜨거워진 특수 용액을 열교환기에 통과시켜 공공수영장을 데웁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차가워진 용액은 다시 서버를 냉각시키는 일에 재활용됩니다.

수영장 물은 항상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상당한 열을 필요로 합니다. 딥그린의 시스템을 도입한 영국 엑스머스레저센터는 연간 난방 비용을 최대 2만 파운드(약 3,575만원)가량 절약했다고 밝혔습니다.

 

🇺🇸 콜로마|지층서 천연수소 시추 탐사

5위는 2021년 설립된 미국 에너지 기업 콜로마가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가 투자해 화제를 모은 곳입니다. 올해 2월 시리즈 B 투자에서 2억 4,500만 달러(약 3,375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콜로마는 ‘화이트수소(백색수소)’를 채굴하려는 곳입니다.

현재 미 에너지부 등으로부터 지원받아 미국 내에서 화이트수소 시추가 가능한 곳을 탐사 중입니다. 천연수소로도 불리는 화이트수소는 지각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수소를 말합니다. 현재 지구상에 매장된 화이트수소는 수조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 화이트수소는 시추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까지 걸릴 수 있어 불확실합니다. 시추 기간이나 장소에 따라 비용이 급등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는 프랑스의 한 광산의 경우 농도 90%의 수소를 얻기 위해선 깊이 3,000m까지 시추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콜로마는 화이트수소가 자연에서 생성되는 과정을 모델링으로 만들어 수소 추출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입니다.

 

▲ 국가별로 보면 상위 10개 스타트업 중 6곳이 미국에 소재했다. ©그리니엄

기후테크 투자 키워드로 ‘수소·지열발전’ 꼽아 🤔

이어 ▲6위는 미국 지열발전 기업 퍼보에너지(2억 4,400만 달러) ▲7위는 독일 수소 기업 선파이어(2억 3,300만 달러) ▲8위 미국 에너지 기업 HIF글로벌(1억 6,200만 달러) ▲9위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어센드엘리먼츠(1억 6,200만 달러) ▲10위 미국 열배터리 기업 안토라에너지(1억 5,000만 달러) 순이었습니다.

국가별로 보면 상위 10개 스타트업 중 6곳이 미국에 소재했습니다. 이어 프랑스·스웨덴·영국·독일 등 유럽 기업이 각각 1곳이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없었습니다.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올해 상반기 기후테크 투자 주요 키워드로 수소와 지열발전을 꼽았습니다.

먼저 투자액 기준 상위 10개 기업 중 2곳(콜로마·선파이어)가 수소와 관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열발전 역시 에너지 부문의 주요 ‘메가딜(1억 달러 이상 투자)’로 떠올랐습니다.

올해 2월 2억 4,400만 달러(약 3,36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퍼보에너지는 지열발전의 차세대 이정표를 세운 곳으로 꼽힙니다. 이른바 ‘인공저류층생성기술(EGS)’을사용해 지열발전을 세계 어디서든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한편, 기업공개(IPO) 등 이미 엑싯(Exit)한 기후테크 기업까지 모두 포함하면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이 가장 많은 금액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지난 6월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리비안에 2026년까지 최대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4년 상반기 기후테크 투자 동향 모아보기]
① 2024년 상반기 기후테크 투자 113억 달러
② “파산‧폐업 잇따라” 기후테크 ‘빅3’ 업종 현황은?
③ 상반기 가장 많은 투자금 모은 상위 기후테크 기업 10곳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기후테크, 경제

한은 “한국 기후테크 혁신 질적 성과 미흡…특정 산업·대기업에 편중”

그린비즈, 경제

금리인하 기대감 속 미국 나스닥지수 사상 첫 2만 돌파

내각

그린비즈, 경제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 인선 완료…“다중위기 시대 ‘회색 코뿔소’가 온다”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