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의 출력 제어(시설 가동 중단)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어 전력망 내 손실도 커진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과잉 생산된 전력을 열에너지로 전환·저장·활용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소재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안토라에너지(Antora Energy)가 주인공입니다.
안토라에너지는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등으로부터 지난해 약 5,000만 달러(약 667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안토라에너지는 9월 초, 자체 시설에서 열배터리 시범 운영에 나선 상태입니다.
MIT에서 분사한 안토라에너지…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 기회로 인식 ☀️
2018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분사(스핀오프)해 설립된 안토라에너지.
앤드류 포낵, 데이비드 비어먼, 저스틴 브리그스 등 3명이 공동설립한 기업입니다. 공동설립자들 모두 대학 시절 태양광·태양전지 등을 공부하며 재생에너지 산업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이들의 인연은 2017년 MIT 대학원의 연구 프로젝트인 코호트(Cohort) 3·4에 참여하며 시작됐습니다.
당시 프로젝트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열에너지로 변환하고, 열에너지 저장 장치를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들은 연구를 수행하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 문제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단 점에 주목했습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이 전력을 저장하고 공급하는 설비를 활용하면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 속 떠오른 ‘열에너지 ESS’란? 🤔
안토라에너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ESS를 먼저 짚고 가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등을 이유로 수요를 충족하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와 더불어 ESS의 필요성도 커진 상황입니다.
ESS는 저장되는 에너지의 형태에 따라 기계적·전기적·전기화학적·화학적·열적 기술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열을 보존했다가 열에너지 사용처로 그대로 전달하는 ‘열에너지 ESS’가 떠오른 상황입니다.
특히, 철강 산업 등 열 수요가 높은 탄소다배출 제조업에서 열에너지 ESS를 활용하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단 기대가 나옵니다.
현재 열에너지 ESS는 현열축열 방식이 대표적인 저장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열축열 방식은 축열재의 열용량에 의한 온도변화를 토대로 열을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축열재에는 흙·모래·자갈·콘크리트 벽돌 등과 같은 재료들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열에너지를 저장하고 내뿜어 ‘열배터리’라고도 불립니다.
전기 → 열 전환하는 안토라에너지…“탄소 블록으로 열에너지 저장” 🧱
안토라에너지 또한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합니다. 그리고 이를 열배터리에 저장합니다.
안토라에너지는 전기를 열로 전환하기 위해 저항성 히터(resistive heater)로써 ‘탄소 블록(Carbon Blocks)’을 사용해 열을 생성하고 저장합니다.
기존 축열재와는 다른 소재인 탄소 블록에 열을 저장한단 점이 안토라에너지만의 특징인 것.
탄소는 저렴할 뿐더러, 모든 원소 중 가장 뜨거운 온도인 섭씨 3,600℃까지 가열되도 고체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탄소 블록은 ▲열 전도성 ▲전기전도도 ▲열 충격 저항 ▲기계적 강도 등이 뛰어나단 것이 안토라에너지의 설명입니다. 사측은 “무엇보다 탄소의 비열(Specific heat capacity)이 기존 축열재보다 30~70% 높아 재료 질량당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브리그스는 “안토라에너지의 열배터리는 매우 단순하다”며 “말 그대로 고체 블록에 열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탄소 블록은 산업 공정의 폐기물과 고체탄소 공급원료에서 나온 재료를 바탕으로 제작됩니다. 안토라에너지는 현재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열배터리를 시범 제조 중입니다.
열배터리에 저장된 열, TPV 셀로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 ⚡
안토라에너지는 “잉여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산업 공정에 활용하면 탄소배출량과 에너지 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안토라에너지는 이러한 열배터리를 산업계에 접목해 고온이 필요한 산업 공정에 열을 제공합니다.
즉, 열배터리에 저장된 고온의 열을 철강·시멘트 등 탈탄소화가 어려운 부문에 공급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유도하는 것.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포낵은 “자사의 열배터리는 최대 2,000°C의 열을 저장해 산업계에 제공할 수 있다”며 “이는 모든 산업 공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로 2000°C 에서 99%의 열전달은 전도와 대류가 아닌 복사에너지, 즉 빛을 통해 전달됩니다.
이에 안토라에너지는 고온의 탄소 블록에서 방출되는 빛을 포획해 전기로 변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안토라에너지의 열배터리는 전기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선 태양광 패널과 비슷한 원리인 ‘열광전지(TPV) 셀’이 사용됩니다.
TPV 셀은 고온으로 가열된 열원으로부터 나오는 빛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입니다.
섭씨 900~1,300°C 이상일 경우 적외선 영역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바로 이때 TPV가 이를 흡수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단 것이 안토라에너지의 설명입니다.
안토라에너지는 “자사의 탄소 블록은 최대 2,000°C 이상에서 가열할 수 있다”며 “이때 방출된 1,500°C 이상의 열이 전기에너지로 변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2021년 안토라에너지는 TPV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에너지위원회(CEC)로부터 약 200만 달러(26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안토라에너지는 올해 1월부터 캘리포니아주에 2MW(메가와트) 규모의 TPV 공장에서 자체 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2025년부터 열배터리 상용화 시작…“재생에너지 과잉 생산 지역 주력” 🔋
안토라에너지는 현재 진행 중인 시범 프로젝트를 마친 후 2025년부터 열 배터리를 시장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이때 안토라에너지는 고객의 산업 현장에 열배터리 장치를 설치하고 열과 전력을 판매하는 것을 핵심 사업 모델로 삼을 전망입니다.
안토라에너지는 “초기에는 풍력 발전이 발달한 캔자스·아이오와주의 사업자를 주요 고객으로 삼을 것”이라며 “점차 잉여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도록 햇빛이 강한 지역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나아가 안토라에너지는 현재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프레즈노 시설과는 별개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열배터리 제조 시설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포낵 CEO는 “2024년까지 샌프란시스코 공장이 완공될 예정”이라며 “가동 전부터 자사의 열배터리를 설치하겠단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