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철강’이 산업경쟁력 선점한다? “H2그린스틸·보스턴메탈 등 녹색철강 스타트업에 투자 유치”

유럽 최대 수소환원제철소 건설 준공 나

철강 산업은 제조 특성상 탄소배출량이 많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1년 기준 세계 전체 탄소배출량의 7%가 철강산업에서 나왔단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가 어렵단 것. 탄소저감 기술개발이 더딜뿐더러, 기존 기반시설 전환에도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세계 철강 수요는 2050년까지 약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국 에너지·원자재 전문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2050년까지 철강 산업이 탈탄소화를 이루기 위해선 약 1조 4,000억 달러(약 1,86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가운데 탈탄소화가 어려운 철강 산업 내 배출량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녹색철강’이 떠올랐습니다.

 

녹색철강 시장 2,000억원 규모까지 성장…“녹색철강 스타트업 자금 유입” 💸

녹색철강이란 철강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 대신 수소 등을 사용함으로써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해 만든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기술이 수소환원제철입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수소를 사용해 철강을 만드는 것입니다.

독일과 일본 내 철강 기업들을 중심으로 ‘녹색철강 이니셔티브’도 출범한 상태입니다. 철강 생산 시 그린수소 생산을 공급받고, 에너지효율을 높여 탄소배출량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만, 녹색철강은 높은 비용으로 인해 시장이 아직 덜 활성화됐단 진단도 나옵니다. 이에 주요국 정부는 녹색철강 산업 성장을 위한 지원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에너지부(DOE)가 녹색철강 공급망 혁신을 위해 3,500만 달러(약 465억원)을 지원하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철강 산업 내 탈탄소화를 위해 프랑스와 독일에 20억 유로(2조 8,580억원)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밴티지마켓리서치(Vatage Market Research)에 의하면, 세계 녹색철강 시장은 2022년 1억 8,270만 달러(약 2,430억원)로 평가됩니다.

최근 녹색철강이 철강 산업 전반을 재편하려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스웨덴 ‘H2그린스틸(H2GS·H2 Green Steel)’과 미국 ‘보스턴메탈(Boston Metal)’등 주요 녹색철강 기술개발 스타트업이 투자자들로부터 연달아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확장해 나간단 소식입니다.

 

▲ H2GS는 지난해 7월부터 스웨덴 노르보텐주 보덴에 대규모 수소환원제철소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H2GS

H2GS, 3차 조달 통해 2조 유치…“유럽 최대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에 사용” 💰

2020년 설립된 스웨덴 녹색철강 스타트업 H2GS.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철강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지난 7일(현지시각) H2GS는 15억 유로(약 2조 1,300억원)의 외부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2021년 5월과 2022년 10월 2차례 자금 조달에서 모은 3억 4,600만 유로(약 4,94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 모인 것입니다.

해당 투자에는 기후테크 전문 투자사 저스트클라이밋(Just Climate)과 청정수소 투자운용사 하이24(Hy24) 등 14개 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2GS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스웨덴 최북단 노르보텐주 보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에 사용한단 계획입니다. 이 지역에는 스웨덴 배터리 제조 기업 노스볼트(Northvolt)도 위치해 있습니다.

H2GS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보덴 지역에서 제철소 건설에 나선 상황입니다.

아직까진 기초공사만 진행된 터라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공사를 가속한단 것이 H2GS의 계획입니다. 보덴 제철소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 녹색철강 스타트업 H2GS는 지난 7일 외부 투자자그룹으로부터 15억 유로의 자금을 조달했다. 사진은 스웨덴 노르보텐주 보덴에 설립된 H2GS의 녹색철강 공장을 상상한 모습. ©H2GS

완공 후 보덴 제철소에선 기존 용광로(고로)에서 생산된 철강보다 공정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가 최대 95% 적게 발생하는 철강이 생산될 예정입니다.

H2GS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 과정에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할 것”이라며 “이때에는 유럽 최대 규모 전해조에서 생산된 그린수소가 쓰일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투자금은 공장 내 GW(기가와트)급 그린수소 전해조 설비 건설에도 사용됩니다.

향후 보덴 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은 최근 H2GS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독일 완성차업체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와 철강업체 카길메탈(Cargill’s Metals) 등에 주로 제공될 계획입니다

한편, H2GS는 이번 투자가 고령화 등으로 수십년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지역사회에 수천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미국 친환경 철강기업 보스턴메탈은 지난 6일 시리즈 C 투자를 통해 총 2억 6,2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사진은 보스턴메탈의 직원들의 모습. ©Boston Metal 유튜브 캡처

보스턴메탈 시리즈 C 투자 종료…“약 3,000억 MOE 기술 상업화에 쓸 것” ⚡

H2GS가 투자금을 유치한 전날인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메탈 또한 대규모 투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보스턴메탈은 시리즈 C 2차 투자를 통해 총 2억 6,200만 달러(약 3,47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앞서 올해 1월 보스턴메탈은 시리즈 C 1차 투자에서 1억 2,000만 달러(약 1,591억원)를 모은 바 있습니다. 2차 투자에서는 1억 4,200만 달러(약 1,884억원)가 모였습니다.

시리즈 C 투자에는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마이크로소프트(MS) 기후혁신기금(Climate Innovation Fund) 등을 기존 보스턴메탈 투자사들이 다수참여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 산하 벤처캐피털인 아람코벤처스(AV) 등도 신규 투자사로 합류했습니다.

카마이클 로버츠 BEV 이사는 투자에 대해 “보스턴메탈은 철강 산업을 대규모로 탈탄소화하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며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갖춘 기업에 재차 투자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평했습니다.

 

▲ 보스턴메탈은 자체 개발한 용융산화물 전기분해 기술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사용해 전해액을 분해하는 공정으로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강철을 생산한다. ©Boston Metal, 유튜브 캡처

앞서 지난 1월 시리즈 C 1차 투자 유치 당시 보스턴메탈은 “(투자금은) 미국 보스턴 외곽에 있는 파일럿(시험)공장에서 친환경 철강 생산량을 확대하고, 상업용 공장 부지 선정과 설계를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보스턴메탈은 시리즈 C 2차 투자금을 기반으로 자사의 탈탄소화 제철 기술을 상업적으로 확장하고,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한단 계획입니다.

즉, 보스턴메탈이 자체 개발한 ‘용융산화물 전기분해(MOE)’ 기술에 상업화에 나선단 것.

MOE는 용융산화물 전해액을 전기분해하는 공정을 통해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강철을 생산하는 보스턴메탈의 특허 기술입니다. 철광석을 녹인 전해질 용액을 1600℃ 이상으로 가열하고, 전류를 흐르게 해 철광석에서 철(Fe)과 산소(O₂)를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폐수나 유해화학물질 혹은 금속촉매제 등이 필요없단 장점도 있습니다.

보스턴메탈은 “이러한 기술을 통해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스코프 1·2)을 감축할 수 있다”며 “동시에 MOE는 중저급 철광석에서 고품질 액체 형태의 강철을 생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MOE 기술은 이번 투자액을 기반으로 상업화 준비를 거쳐 2026년 시장에 출시될 계획입니다. 이와 별개로 현재 브라질에서 기술 상용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포스코는 FINEX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를 100%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기술 HyREX를 2026년 상업화할 예정이다. ©포스코

철강업계 녹색철강 바람, 한국은? 🧑‍🏭

한편, 국내 철강업계도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규제가 나날로 강화됨에 따라 저탄소철강을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CBAM의 경우 오는 10월부터 EU 역내로 수출되는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 등 6개 품목의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해 국내 철강업계의 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국내 대표 철강업체 포스코(POSCO)는 ‘파이넥스(FINEX)’ 설비를 기반으로 수소를 100%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기술 ‘하이렉스(HyREX)’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파이넥스는 분말 형태로 철광석을 사용해 고로가 아닌 유동환원로에서 약 25%의 수소와 75%의 일산화탄소를 사용해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하는 설비입니다.

해당 설비는 2007년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수소환원제철 공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2026년까지 하이렉스 설비를 도입하고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한단 것이 포스코의 계획입니다. 또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하이렉스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단 구상도 내놓았습니다.

이외에도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 또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0% 줄인 철강 제품을 선보이거나 배출량을 10%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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