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그룹이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리비안에 2026년까지 최대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폭스바겐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각) 미 뉴욕증시 마감 후 이같은 투자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투자 발표 이후 리비안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50% 이상 급등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폭스바겐은 우선 10억 달러(약 1조 3,895억원)를 투자해 리비안 지분을 확보한단 구상입니다. 나머지 40억 달러(약 5조 5,580억원)는 리비안과 합작회사를 설립한단 계획입니다.
양사는 합작회사를 같이 통제하고 소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해당 합작사가 첨단 소프트웨어를 갖춘 차세대 배터리로 구동되는 차량을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차량은 적어도 2030년 이전에 출시될 것이라고 양사는 전했습니다.
올리베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양사의 협력을 통해 차량에 대한 최고의 솔루션을 더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1분기 손실만 14.5억 달러…“폭스바겐 투자 덕에 숨통 띄운 리비안” 💰
이번 투자를 통해 2026년 출시 예정인 신형 전기차 모델 ‘R2 스포츠유틸리티(SUV)’ 개발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고 리비안 창업자 겸 CEO인 RC 스카링은 밝혔습니다.
2009년 설립된 리비안은 R1 플랫폼 기반 픽업트럭 ‘R1T’를 주력모델로 호평받았습니다. SUV인 ‘R1S’와 상업용 밴도 개발 중입니다.
다만, 호평에도 불구하고 리비안은 최근 생산 증대에 애를 먹었습니다. 리비안은 한때 테슬라의 대항마로 주목받았으나, 전기차 수요 감소와 고금리로 인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14억 5,000만 달러(약 2조 147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하는 등 적자에 허덕였습니다.
현금 보유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79억 달러(약 10조원)에 그쳤습니다. 이는 1년 전 116억 달러(약 16조원)보다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역시 리비안의 생존 여부를 두고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2월과 4월에 직원의 약 11%를 정리해고 했던 점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이번 폭스바겐의 투자 덕에 리비안은 숨통을 틔우게 됐습니다.
리비안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 마브가캐피털의 비탈리 골롬 파트너는 로이터통신에 “(리비안에) 엄청난 현금이 투입될 것”이라며 “폭스바겐의 지원 덕에 리비안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 진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폭스바겐, 리비안 투자 덕에 저가형 전기차 출시 목표 한발짝 🚘
동시에 폭스바겐이 리비안에 투자한 이유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립니다.
여기에는 폭스바겐이 2027년까지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한다는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목표는 2만 유로, 우리돈으로 약 2,970만 원 내외입니다.
리비안 등 전기차 스타트업은 고금리와 현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 폭스바겐 같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폭스바겐은 작년 3분기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동유럽에 건설하기로 한 배터리 전문 기가팩토리 공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폭스바겐 전 CEO가 설립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부문 자회사 ‘카리아드(CARIAD)’는 예산을 초과했음에도 신차를 끝내 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폭스바겐 CEO를 겸했던 헤르베르트 디스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한 바 있습니다.
또 올해 5월에는 르노그룹과 함께하던 보급형 전기차 개발 협상도 중단했습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를 인정하면서도 2030년까지 북미에서만 25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번 투자 덕에 폭스바겐은 테슬라와 같은 효율성과 기능을 갖춘 리비안의 소프트웨어와 전기차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편, 폭스바겐은 이번 투자 덕에 리비안의 지분을 인수한 2번째 완성차 업체가 됐습니다. 앞서 미국 포드자동차는 2021년 리비안 상장 당시 아마존과 함께 약 12%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였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포드는 리비안과 함께 전기차를 공동개발하려던 계획을 철회한 후 주식을 모두 매각했습니다.
나아가 폭스바겐의 리비안 투자가 전기차 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력에도 관심이 몰립니다.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가 최근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해 시장 전반이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