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 탈피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국내 대기업들이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자동차 보급을 장려함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증가한 반면, 중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이 위험요인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배터리 핵심광물의 역내 공급을 추진하고 있단 점에서 수요지 기반의 폐배터리 재활용이 더욱 각광받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올해 3월 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발표를 전후로 국내 많은 기업이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
LG·SK·삼성·포스코에 이어 최근 두산그룹까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도시광산’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2050년 600조 전망 💸
탄소중립의 주요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전기차.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평균 10~15년 입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2030년경부터 사용후 배터리 배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의하면, 세계 전기차 폐차량은 2025년 56만 대에서 2030년 411만 대, 2040년 4,227만 대로 75배 이상 증가합니다.
이에 따라 SNE리서치는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올해 7,000억 원에서 2030년 21조 원, 2050년 60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시장은 얼마나 성장할까요?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는 2035년 이후 국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원료 상당수를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단 연구결과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해당 연구보고서에선 2045년에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수산화리튬 2만 톤 ▲황산망간 2.1만 톤 ▲황산코발트 2.2만 톤 ▲황산니켈 9.8만 톤 가량을 회수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보고서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호주 제련 기업 QPM 지분투자로 확보할 예정인 코발트와 망간이 각각 연 700톤과 7,000톤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소위 ‘도시광산’으로서의 가치를 갖기에 충분한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찌감치 뛰어든 배터리3사 “원료 공급 위해 협력 도모” 🤝
한편, 우리나라는 배터리 제조 강국입니다. 세계 배터리 시장의 25%가량을 점유하는 배터리 3사인 SK이노베이션(SK이노), LG엔솔, 삼성SDI를 보유했기 때문입니다.
이들 배터리 3사는 배터리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일찍이 국내외 기업과 협력해왔습니다.
재활용 기술력 확보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과 합작법인(Joint Venture)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내 배터리3사의 주요 전략을 살펴보자면.
1️⃣ SK|韓 성일하이텍(SK이노)·에코프로(SK온)
SK이노는 2017년부터 폐배터리 내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12월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성일하이텍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합작법인 설립에 착수했습니다. 첫 상업공장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동시에 SK이노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양극재 파트너사인 에코프로, 완성차 기업 포드,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와 함께 배터리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블루오벌SK(포드-SK온 합작 배터리 생산기업)→포드(전기차)→어센드 엘리먼츠(재활용)→에코프로(회수)→SK온으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2️⃣ LG엔솔|美 라이사이클(Li-Cycle)· 中 화유코발트
LG엔솔은 LG화학과 함께 2021년 12월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Li-Cycle)에 총 6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LG엔솔은 2023년부터 향후 10년간 라이사이클로부터 총 2만 톤의 재활용 니켈을 공급받게 됩니다.
한편, 지난 7일 LG엔솔은 중국 1위 코발트 정련 기업 화유코발트와 중국 내 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해당 법인에서 생산되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은 LG엔솔의 중국 난징 배터리 생산 공장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LG엔솔은 올해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4년말 가동이 시작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3️⃣ 삼성SDI|韓 성일하이텍
삼성SDI는 2019년부터 국내 사업장의 폐배터리 스크랩에서 자원을 회수하는 재활용 순환체계를 구축, 운영해왔습니다. 말레이시아, 헝가리 공장에 이러한 클로즈드루프(Closed-loop) 체계를 구축했고, 2025년까지 중국과 미국 거점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입니다. 또 작년 7월에는 폐배터리 회수율 향상을 위해 ‘리사이클 연구랩’을 신설했습니다.
삼성SDI의 폐배터리 재활용은 성일하이텍과의 협력으로 진행됩니다. 삼성SDI를 비롯한 삼성계열사가 성일하이텍의 주식 13.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양사가 합작해 양극재 생산 기업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며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포스코·영풍·두산까지…‘非 배터리 기업’도 참전! 💨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뛰어든 대기업은 배터리 3사만이 아닙니다. 비(非)배터리 기업도 기존 분야의 강점을 살려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선점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국내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는 2018년을 기점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포스코(원료 수급)→포스코케미칼(생산)→PLSC(1차 재활용)→포스코HY클린메탈(2차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했습니다.
그중 포스코HY클린메탈은 포스코와 GS에너지, 중국 화유코발트가 합작해 만든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입니다. 제철산업에서 핵심광물을 다룬 경험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 등을 바탕으로 사업 전환을 도모했단 평가입니다.
국내 비철금속기업인 영풍과 고려아연 또한 각각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비철금속제련에서 쌓은 기술력을 토대로 한 재활용 기술이 핵심입니다.
지난 7월 28일에는 에너지 기업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중공업)이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자회사 ‘두산리사이클솔루션’ 설립을 발표하며 배터리 재활용 경쟁에 참전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년부터 폐배터리 내 리튬 회수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또 지난 16일에는 대구시와 공장 설립 MOU를 체결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EU 배터리법 통과…‘배터리 순환경제’ 구축 본격화 ♻️
한편, 미국과 EU의 공급망 정책은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IRA에 따르면, 2025년을 기점으로 핵심광물의 미국 관계국 조달 비중이 급증합니다. 이 비중은 2023년 40%에서 시작해 2027년 최종 80%로 확대됩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공개한 CRMA 초안에서 2030년까지 핵심원자재의 제3국 의존도를 65%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와의 3자 협의가 필요해 법 제정에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그런 와중 지난 6월 14일(현지시각) 유럽의회가 배터리 순환성 강화를 위한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안에는 ▲배터리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전주기 탄소배출량 측정 ▲‘배터리 여권’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폐배터리 재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 이에 따라 배터리 순환경제 구축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 한국 정부도 배터리 순환경제 활성화 위한 ‘CE9(Circular Economy) 프로젝트’ 추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