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후테크 스타트업 선파이어가 시리즈 E 자본조달을 통해 2억 1,500만 유로(약 3,100억원) 상당의 자본을 유치했다고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또 같은날 유럽투자은행(EIB)으로부터 보조금을 포함해 최대 3억 유로(약 4,33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중 1억 유로(약 1,450억원)는 대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0년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에서 문을 연 선파이어는 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전해조를 제조하는 곳입니다. 산업용 전해조 생산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마존 기후서약기금(CPF) 또한 2022년 8월 선파이어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8일 그리니엄이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선파이어가 창업 후 현재까지 모은 누적 투자금은 9억 1,800만 유로(약 1조 3,260억원)에 이릅니다.
이중 5억 유로(약 7,200억원)는 이번에 모인 것입니다. 자금은 승인 절차를 거쳐 올해 2분기에 모두 조달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사측은 이번 대규모 재원 조달을 통해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해조와 기술개발을 더 가속할 계획입니다.
회사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닐스 알다그는 “산업용 전해조를 빠르게 개발할 추가 투자자를 맞이하게 돼 기쁘다”며 “유럽의 수소 생산과 청정기술 산업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린수소 가격 경쟁력? ‘전해조’ 대용량·효율화에 달려 🤔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 함으로써 생산한 수소를 지칭합니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없단 점에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그린수소 같은 청정수소는 전체 수소 생산 및 사용량에서 1% 미만을 차지합니다.
이는 비용과 연관돼 있습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A)에 의하면, 그린수소의 생산단가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전해조 제조비 ▲운영비 등으로 인해 ㎏당 4~6달러(약 5,400~8,100원)로 추산됩니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얻은 그레이수소에 비해 2~3배가량 높습니다.
이를 해결할 관건은 ‘전해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해조는 전기를 활용하여 물을 수소와 산소를 변환하는 중요한 작업을 담당합니다. 더 많은 전해조를 두거나, 전기분해 효율을 개선함으로써 상당한 양의 그린수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린수소 생산 위한 전해조, 선파이어의 핵심 기술 2가지는?” 🧪
그중에서도 선파이어는 산업용 전해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곳입니다. 회사는 크게 2개 기술을 기반으로 전해조를 제조합니다. 가압 알칼리 수전해 기술(AWE)*, 고체산화물(SOEC) 기술**입니다.
AWE 기술은 알칼리 전해액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 함으로써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입니다. 수전해 방법 중 가장 상용화된 기술로 연구가 오래 진행됐습니다.
특히, 대형 공장에서 활용하기 좋단 장점이 있습니다. 2022년 오스트리아 식품공장에 설치된 AWE 전해조의 용량은 3.2㎿에 이르렀습니다.
SOEC 기술은 고체산화물 전해질을 이용해 850℃ 이상의 고온 수증기를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방식보다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해 고효율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021년 5월 사측은 225kW(킬로와트)급 SOEC 전해조 개발에 성공합니다. 당시 회사는 재생에너지 전력과 수증기를 활용해 시간당 약 5.7㎏ 규모의 그린수소를 생산했습니다.
작년 4월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 2.6㎿급 SOEC 전해조를 설치했습니다. 해당 전해조는 시간당 60㎏ 이상의 그린수소를 생산합니다.
회사가 개발한 AWE·SOEC 전해조 모두 모듈식 설계로 산업계 요구에 맞춰 확장이 가능하단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자금 조달을 기반으로 선파이어는 올해 말까지 AWE 전해조 용량을 1GW(기가와트)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SOEC 전해조의 경우 2027년을 목표로 500㎿(메가와트)까지 늘립니다.
GW 용량을 갖춘 전해조를 개발함으로써 2030년 세계 전해조 시장을 선점한단 것이 사측의 목표입니다.
*AWE: Alkaline Water Electrolysis
**SOEC: Solid Oxide Electrolyzer Cell
EU가 수소 기업 지원에 적극적인 까닭? “산업계 녹색 전환 위한 초석” ☁️
유럽연합(EU) 또한 선파이어의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서 회사가 개발한 SOEC 전해조는 EU 최대 규모 연구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이 지원했습니다.
이는 EU의 기후중립과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는 역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30년까지 42.5%를 달성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이 계획의 핵심은 그린수소 등 재생수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U는 재생에너지 목표 중 일정 부분을 재생수소로 충당한단 계획입니다.
이번에 유럽투자은행이 사측에 보조금(2억 유로)과 대출(1억 유로)을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철강 등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계를 위해선 수소가 필요한 상황. 지금 현재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대형 전해조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곳이 선파이어 등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1억 유로의 투자도 유럽투자은행 내 ‘인베스트 EU(Invest EU)’ 프로그램을 통해 집행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유럽 내 우선 분야에 민간투자 확대를 목표로 탄소중립 기술과 산업혁신을 지원합니다.
EU의 신(新)성장전략인 그린딜 계획 달성을 위해 지원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핵심입니다.
니콜라 비어 유럽투자은행 부사장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녹색 전환을 위해선 그린수소 기반시설 구축이 중요하다”며 “선파이어의 혁신 기술을 지원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확장 가능하고 안정성과 효율성을 모두 갖춘 전해조는 (녹색 전환을 위한) 초석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