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인해 최근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에너지소비량과 탄소배출량을 모두 줄인다는 구상입니다.
프랑스·이탈리아의 합작 민간 우주항공업체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TASI)’는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건설하는 일이 실행 가능하다는 결론을 담은 타당성조사 결과를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TASI의 이번 연구는 유럽연합(EU)의 연구 용역에 의해 진행됐습니다.
EU는 약 210만 유로(약 30억원)를 투자해 ‘유럽의 탄소중립과 데이터센터 주권을 위한 첨단 우주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른바 ‘아센드(ASCEND)’ 프로젝트입니다.
데이터센터를 우주 궤도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EU의 2050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돕는다는 구상입니다.
TASI는 16개월간의 연구 용역 결과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건설하는 것이 기술·경제적으로 실행가능하다”며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보고됐습니다.
2036년 10㎿ → 2050년 1GW규모 데이터센터 우주 궤도서 운영 ☄️
연구진은 데이터센터가 지상으로부터 1,400㎞ 고도에서 우주 궤도를 도는 경우를 상정했습니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 위치한 고도의 약 3배 높이입니다.
아센드 프로젝트 책임자인 데미안 듀메스티어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수요의 일부를 태양광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 용역 결과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듀메스티어 책임자는 평가했습니다.
아센드 프로젝트는 2036년에 데이터 가용 용량이 각각 10㎿(메가와트인 데이터센터 블록 13개를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린다는 구상입니다. 각 블록은 크기가 6,300㎡ 정도입니다. 개별 블록은 자체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위한 용량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듈식으로 합쳐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수백 개의 블록을 서로 연결해 데이터센터와 유사한 기능을 발휘하게 한단 것.
듀메스티어 책임자는 “우주선 하나당 한 개씩 발사될 예정”이라로 밝혔습니다.
해당 작업은 유럽우주국(ESA)이 발사를 목표로 하는 ‘에로스 IOD(EROSS IOD)’의해 수행됩니다. 이는 인공위성 수리와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로봇위성입니다.
궁극적으로는 2050년까지 1,300개 데이터센터 블록을 우주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1GW(기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연중 서늘한 기후 덕에 북유럽 몰린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배출량 ↑ 📈
EU가 이같은 연구 용역을 수행하게 된 배경은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와 탄소배출량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에 전력을 공급하고 냉각시키기 위해 상당한 전력과 물이 필요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26년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되는 전 세계 전력소비량은 연간 1,000TWh(테라와트시)를 넘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한해 전력소비량과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 상당수는 연중 서늘한 기후를 가진 북유럽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바깥 기온이 낮으면 전산실 내부 온도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 역시 줄기 때문입니다.
덴마크도 데이터센터 최적의 후보지 중 하나입니다. IEA는 “덴마크의 경우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량이 2030년까지 6배 증가할 것”이라며 “국가 전체 전력소비량의 약 15%를 차지할 것이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유럽데이터센터협회(EUDCA)에 의하면, 2022년 12월 기준 유럽에는 최소 1,240개 데이터센터가 가동 중입니다. AI 수요 증가에 따른 건설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는 제외된 숫자입니다.
그런데 외부 온도 영하 270℃의 우주라면 냉각뿐만 아니라, 전력소비나 배출량 문제 역시 지구보다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우주에서는 날씨 변화와 관계 없이 24시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주 데이터센터, 현실 가능성? “재사용 발사체·연료·사이버보안 문제도” 🚀
물론 이 계획이 현실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쏘아 올리기 위해선 새로운 형태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또 각각의 데이터센터 블록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선 상당한 양의 연료가 필요합니다.
마이클 윈터슨 EUDCA 전무이사는 지구 저궤도에 1㎿ 규모의 작은 데이터센터조차도 2030년 기준 연간 약 28만㎏의 로켓 연료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 비용만 1억 4,000만 달러(약 1,930억원)에 달한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데이터센터 내 사이버보안 위협도 나옵니다.
덴마크 데이터센터산업협회 전략·운영 책임자 메리마 디자닉은 “우주가 점점 더 정치화와 무기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어떤 유형의 데이터를 보내는지에 따라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윈터슨 전무이사는 경제전문매체 CNBC에 “이 아이디어는 결코 시장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일부 시장에서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그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금융·미디어·방산업 등 일부 산업군이 언급됐습니다.
듀메스티어 책임자 역시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배출량과 연료소비량이 모두 적은 새로운 유형을 발사체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재사용 가능 발사체 역시 고려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용역을 수행한 TASI 등 12개 기관이 관련 발사체를 연구 중입니다. 늦어도 2035년까지 발사체를 만든단 계획입니다.
TASI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크리스토프 발로지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우주에 실제 데이터센터를 배치하면 유럽의 디지털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5년 국제우주정거장에 데이터센터 설치” 민간 기업 주도 이어져 🛰️
한편,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일부 기업들이 일찍이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력수요나 탄소배출량 문제에 앞서 정보의 ‘지연(Delay)’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저궤도 위성들은 사물인터넷(IoT) 수신기를 통해 산림 현황 등 지상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위성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전파로 지상 중계국에 전송합니다. 이후 중계국은 수신된 전파를 다시 데이터로 재처리합니다.
중계국 위치나 데이터 크기 등 변수가 있으나, 데이터 재처리에만 최소 30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위성 간 통합 컴퓨팅 네트워크가 이런 정보 지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것. 일명 ‘우주 컴퓨팅’이란 개념입니다.
각 위성에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기능을 추가하고, 위성 간 네트워킹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종 데이터만 지상으로 보내 지연 시간이 줄어든단 구상입니다.
실제로 2021년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는 한 우주항공 기업과 협력해 2025년까지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15년 설립된 우주 전문 기업 클라우드콘스틸레이션(이하 콘스틸레이션) 역시 비슷한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우주 저궤도에 데이터센터 장비와 기능을 모두 갖춘 위성을 서로 연결한다는 계획입니다.
단, 두 기업 모두 계획 발표 후 현재까지 어떤 추가 진행 상황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실제 발사체 개발이 가능한 기업과 기관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입니다.
민간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 역시 작년 12월 클라우드 기반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초소형위성이 급격하게 성장함에 따라 신생 우주 스타트업들 역시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2025년에 우주에 데이터센터가 현실화될지도 모릅니다.
2021년 설립된 미국 우주 개발 기업 레오클라우드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단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정거장 실험 지원을 위한 우주과학발전센터(CASIS)와 지난 5월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기술 시연과 상용화에는 MS 등이 파트너사로 참여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前 원장 “韓,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 선점해야” 🤔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국내에서는 아직 우주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별도 연구나 발표가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난 5월 27일 우주항공청이 본격 출범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우주탐사와 발사 그리고 관련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조직입니다.
전(前)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인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열린 ‘제1회 우주항공 리더 조찬 포럼’에서 우주항공청이 5차 산업혁명을 불러올 우주 신사업 분야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 교수가 대표적으로 꼽은 분야가 바로 우주 데이터센터를 위한 위성 사업이었습니다. 엔비디아·오픈AI 같은 빅테크 기업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싶으나, 지구에 설치가 어려운 만큼 우주에 설치하는 방안이 고려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습니다.
당시 김 교수는 “대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지구 궤도에 설치해야 한다”며 “필요 전력은 풍부한 태양광으로 해결하고 심우주로 열을 해결해 냉각 문제도 해결하는 친환경 위성 시스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이같은 신사업 분야에 뛰어 들어 우주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