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1~6월) 전 세계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가 113억 달러(약 15조 5,94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131억 달러(약 18조원)와 비교해 20% 줄어든 것입니다.
세부적으로는 1분기 65억 달러(약 8조 9,600억원), 2분기 48억 달러(약 6조 6,185억원)가 투자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상반기 전체 투자 거래건수는 553건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년 상반기 749건과 비교해 196건이 줄어든 것이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사이트라인클라이밋(구 CTVC)이 최근 내놓은 상반기 동향 문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그리니엄이 11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기관은 투자가 줄어든 이유로 크게 2가지를 꼽았습니다. 전반적인 경기둔화 그리고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투자자 사이에서 기후테크 산업 내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단 것.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 당선 시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테크 생태계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가운데 올해 상반기 업종별 투자 현황도 일부 공개됐습니다.
기후테크 ‘빅3’ 업종 투자 전년 대비 평균 15% 감소 📉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기후테크 업종을 크게 7개로 나눠 집계합니다. ①운송 ②에너지 ③식품·토지사용 ④산업 ⑤기후관리 ⑥건축·환경 ⑦카본 순입니다.
먼저 빅3(운송·에너지·식품 및 토지사용)의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빅3는 기후테크에서도 투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업종을 지칭합니다.
⚡ 에너지|운송 제치고 투자 1위 우뚝
먼저 에너지 분야가 운송을 제치고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투자자 역시 173곳으로 다른 분야보다 가장 많았습니다. 거래 건수는 148건이었습니다. 2023년 상반기 145건보다 3건 늘어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선방했단 것이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의 분석입니다.
🚗 운송|투자 규모 하락…“배터리가 투자 주도”
반면, 전기자동차·배터리 등을 포괄하는 운송 분야는 투자 규모와 거래 건수 모두 하락했습니다. 거래 건수만 보면 2023년 상반기 145건에서 올해 106건으로 줄었습니다.
투자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 운송 분야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미국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레드우드머터리얼즈가 시리즈 D 투자를 통해 10억 달러(약 1조 3,790억원)를 조달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 배터리 스타트업 베르코르 역시 지난해 시리즈 C 투자를 통해 9억 500만 달러(약 1조 2,475억원) 규모의 자본을 유치했습니다.
그럼에도 배터리가 여전히 운송 업종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배터리 업계 투자 비중은 ▲기후관리 ▲건축·환경 ▲카본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와 운송은 전체 기후테크 투자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 식품·토지사용|2023년 하반기 대비 소폭 상승
올해 상반기 식품 및 토지사용 부문 투자 규모나 거래 건수 역시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해서는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단, 하향세를 찍었던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서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빅3 업계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평균 15% 줄었습니다.
2024년 상반기 피스커 등 유망 기업 연이어 파산 🤔
올해 상반기 눈여겨볼 지점은 유명 기후테크 기업의 파산이 잇따랐단 것입니다. 규제나 생산 어려움으로 인해 사업 중단을 선언한 스타트업 여럿 있었습니다.
운송 부문에서는 전기자동차 기업 피스커가 거론됐습니다.
2020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습니다. 한때 테슬라의 대항마로도 거론됐으나 지난 3월 상장이 폐지됐습니다. 이후 지난 6월 자금난으로 인해 끝내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미국 액체금속 배터리 스타트업 앰브리가 소개됐습니다. 2010년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교수팀이 세운 스타트업입니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비용과 성능면에서 나은 액체금속전지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설립 당시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가 투자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여러 투자자가 상용화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경영난과 자본 조달에 실패해 올해 5월 끝내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폐업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공통점은 ‘수요 부족’ 때문” 💸
올해 파산하거나 폐업한 스타트업들의 공통점도 하나 확인됐습니다.
바로 ‘수요’ 부족입니다.
지난 6월 폐업을 선언한 해양 탄소제거 스타트업 러닝타이드가 대표적입니다.
운영상 문제점도 거론되나, 공식적인 폐업 사유는 자발적 탄소시장(VCM) 내 낮은 수요란 것이 사측의 설명이었습니다. 작업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자금을 확보할 수 없어 폐업 절차를 밟게 됐다고 러닝타이드는 밝혔습니다.
균사체 수직농장 스타트업 스몰홀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미국 전역에서 균사체 재배가 가능한 수직농장을 운영했습니다. 허나, 소비자 수요 부족으로 인해 회사는 줄곧 자금난에 시달렸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2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항공기 전용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던 미국 스타트업 유니버셜하이드로젠 역시 최근 폐업을 신청했습니다.
유니버셜하이드로젠은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입니다. 오는 2026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했습니다.
지난해 1월 항공 스타트업 제로에이비아와 함께 첫 수소항공기 시험 비행에도 성공했습니다. 40인승 항공기를 수소연료전지 비행기로 개조해 미 워싱턴주에서 캘리포니아주까지 운행했습니다.
그럼에도 수요 부족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탈탄소화를 위한 수단으로 수소연료전지보다는 지속가능항공유(SAF)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띄울 수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미국 태양광 업체 타이탄솔라파워 역시 주택 태양광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끝내 파산했습니다.
[2024년 상반기 기후테크 투자 동향 모아보기]
① 2024년 상반기 기후테크 투자 113억 달러
② “파산‧폐업 잇따라” 기후테크 ‘빅3’ 업종 현황은?
③ 상반기 가장 많은 투자금 모은 상위 기후테크 기업 10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