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R&D 예산을 35조 원으로 대폭 늘리면서,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3년 기후테크 육성에 2030년까지 수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고, 글로벌 투자자들도 아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연구실에서 나온 혁신 기술의 대부분은 시장에 나오지도 못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이를 말해줍니다.
그린니엄이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그린 소사이어티’ 프로그램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23년 출범한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R&D 지원을 넘어, 연구실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탈바꿈하는 ‘전 과정’을 책임진다는 파격적인 약속을 내걸었습니다.
9개 연구팀을 선발해 팀당 최대 7억 원, 3년간의 밀착 지원을 제공하며 ‘기업가형 연구자’를 키워낸다는 이 실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재단에서는 이에 2년간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의 마인드 전환입니다. “내 기술이 최고”라던 과학자들이 “시장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고민하는 사업가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주도 R&D 사업화 성공률이 33.5%에 그치는 상황에서, 이러한 민관학 협력 모델이 과연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린니엄이 현대차 정몽구 재단 그린 소사이어티 담당자 조선빈 매니저님과 고려대학교 손영우 교수님, 국가녹색기술연구소의 박철호 본부장님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린 소사이어티’를 기획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기후테크 분야에서 R&D와 실제 시장 진입 사이에 존재하는 큰 간극 때문이었어요. 국내에는 정말 우수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많은데, 이 기술들이 실제 사회로 나오는 마지막 단계인 사업화까지 연결해주는 구조가 부족했거든요.
특히 기후테크는 초기 실증이나 장비, 인력 투입에 투자 비용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개별 연구자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요.
정부의 단년도 사업이나 일반적인 창업 지원으로는 이런 ‘전환의 구간’을 충분히 메우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런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어떤 접근을 했나요? ‘재단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재단의 가장 큰 강점은 특정 조직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정부, 학계, 산업계, 국가연구기관 등을 유연하게 연결해서 연구자들이 시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었거든요.
재단은 오랫동안 사람을 중심에 둔 사회공헌 철학에 기반해 다양한 인재육성 사업을 펼쳐왔는데, 이번에도 기술보다는 ‘기업가형 연구자’, 즉 사람에 초점을 맞췄어요.
연구자들이 스스로 기업가적 관점을 갖고 시장을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돕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전환을 지원하는 시스템 자체가 결국 기후테크 생태계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기업가형 연구자’라는 키워드가 인상적입니다. 실제로 9개 팀을 선발할 때도 기술력 외에 다른 기준들을 봤나요?
맞아요. 저희 목표는 자신의 기술로 기후위기 해결에 진짜 기여하고 싶어 하는 연구자들을 찾는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기술력이나 사업화 가능성은 물론이고, 연구자 윤리나 기업가 정신까지 종합적으로 봤어요.
실제 선발은 3단계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1, 2차에서는 주로 기술 검증과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봤다면, 3차에서는 좀 더 깊이 들어갔어요.
연구자의 기업가 정신이나 왜 사업화에 도전하려는지,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같은 부분들을 깊이 있게 질문했거든요. 단순히 연구비만 주는 게 아니라 진짜 ‘성장 파트너’가 되겠다는 저희 철학을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기존 R&D 지원과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이고, ‘전 과정 지원’을 어떻게 진행하나요?
핵심은 연구 성과가 시장까지 연결되는 ‘전주기 지원’을 설계한 거예요. 3년간 총 9개 팀에 팀당 평균 5.5억 원, 최대 7억 원까지 단계별로 지원했거든요.
하지만 돈만 주는 게 아니라 고려대와 함께 ‘BEST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연구 기반 창업 역량을 체계적으로 키웠어요.
글로벌 연결도 중요하게 봤습니다. 스탠포드 도어 스쿨이나 샌프란시스코 현지 IR 같은 기회를 제공하고, 법무·노무·투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멘토단을 구성해서 세밀한 컨설팅을 해줬죠.
지난 11월에는 ‘C-Tech Fair’를 열어서 실제 투자기관들과 연구팀을 직접 연결했고요. 내년에는 글로벌 피칭이나 규제 개선 정책 간담회까지 확장할 예정입니다.
민관학 협력으로 진행됐다고 하는데, 고려대와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세 기관이 각자 강점을 살려 연구팀의 사업화 전 과정을 단계별로 지원했습니다.
재단은 그린 소사이어티의 전반을 총괄하였습니다. 고려대는 단순히 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각 팀의 기술을 직접 파악한 후 시장성과 사업구조를 함께 고민하는 1:1 멘토링을 했습니다.
연구팀들이 교육을 ‘듣는’ 입장에서 벗어나 시장 검증이나 투자 관점을 함께 논의하는 파트너 관계가 된 거죠. 이를 통해 연구 성과를 실제 비즈니스 언어로 전환하고자 하였습니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정책 연구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 관계자들과 연구팀을 직접 연결해줬습니다. 성과 관리와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했고요.
가장 큰 변화는 연구팀들이 기술 개발, 시장 진입, 정책 환경을 따로따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게 된 점이에요.
이제 단순한 연구자에서 생태계 전체를 보는 기업가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었죠.
고려대 손영우 교수님께서는 진행하신 교육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연구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변했나요?
그린 소사이어티에 선발된 연구자들은 각자 분야에서 인정받은 전문가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이었죠.
기후테크가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술을 제품과 서비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내 기술이 가장 우수하다’는 확신에 머물러 있었어요.
교육 초반에는 ‘사업화’라는 개념 정의부터 시작했습니다. 기술의 가치가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이 되는지, 누가 진짜 고객인지 파악하는 게 관건이 있거든요.
가장 어려웠던 건 연구자들의 언어를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누가 고객인가?”, “시장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1:1 컨설팅을 진행했죠.
결과적으로 지금은 연구자들이 기술 설명보다 시장 가치를 먼저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박철호 본부장님께서는 앞으로 이 모델이 기후테크 시장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앞으로는 더욱 발전시켜서 그린 소사이어티가 국내 기후테크 산업 생태계의 중심축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나오면 좋겠어요.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의 JCM처럼 우리나라도 한국형 기후기금을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해외 온실가스 감축분 확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그리고 사회적 기여 이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형 기후기금이 그린 소사이어티 모델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년간의 변화가 궁금합니다. 연구실에 있던 기술들이 실제로 시장에서 통하고 있습니까?
수치로 보면 확실히 변화가 드러나요. 2년 만에 정말 놀라운 성과를 거둬 거든요. 특허 출원이 2.3배로 늘었고, 신규 고용은 무려 14배나 증가했어요. 협력 파트너사도 6배나 늘어났고요.
숫자로 나타나는 성과 말고도, 지난 2년간 연구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가장 큰 변화는 사고방식이에요. “내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가”만 설명하던 연구자들이 이제는 “누가 이걸 필요로 할까”를 먼저 고민하거든요.
MOU 체결이 4건에서 25건으로 6배나 늘었고, 투자의향서도 2건에서 16건으로 8배 증가한 건 시장에서 이 기술들의 상업적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죠.
또 눈에 띄는 변화는 외부 협력에 훨씬 적극적이 되었다는 점이에요. 처음에는 국내에만 머물렀는데, 이제는 해외 연구기관이나 대학들과 자연스럽게 협업하고 현장 실증까지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부 팀은 벌써 양산 설비를 검토하는 단계까지 왔고요. 진짜 과학자에서 ‘문제 해결형 사업가’로 바뀐 거죠.
그린 소사이어티는 글로벌 확장 측면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우선 재단에서는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 집중했어요. 지난 8월에 클라이밋웍스 재단, 글로벌인더스트리허브, RMI 써드더리버티브 같은 해외 주요 기관들과 아시아 기후테크 스타트업 지원 파트너십을 맺었거든요.
그리고 UKC, AOGS, AVPN, 뉴욕기후주간 같은 주요 국제 행사에서도 그린 소사이어티 모델과 연구팀 기술들을 적극 소개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어요.
단순히 네트워크만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도 힘썼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팀은 중국 명문 이공대 및 나노인텍과 MOU를 체결해서 리튬 추출 기술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진행 준비 중에 있고요. 코드오브네이처는 중국 지방정부와 손잡고 중금속 오염 토지 복원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등 공공 수요와 연결된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린 소사이어티는 우리 연구자들이 글로벌 기후테크 생태계에서 계속 협업하고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린 소사이어티 모델이 다른 곳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은 어떤가요? 이것이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실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자체나 다른 민간 재단, 공공기관 등에서 자문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그린 소사이어티가 만든 이 모델이 저희만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다른 지역이나 기관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든요.
특히 민관학이 함께 협력하는 구조와 연구 기반 창업을 중시하는 저희 철학에 많이 공감해서, 비슷한 방향의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그린 소사이어티는 ‘연구자 중심의 민관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게 기존 정부 R&D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내년이면 3차년도에 들어가는데, 9개 연구팀을 통해 글로벌 기후테크 시장에서 우리 연구자들이 진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시작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후테크의 새로운 모델이 되면 좋겠어요.

[현대차 정몽구 재단 그린 소사이어티, 그리니엄 공동 기획]
① 곧 다가올 트럼프 시대, 기후테크 전망은? “세부 분야별 희비 극명”
② 2025년, 기후테크 혁신의 원년! 주목해야 할 10가지 변화
③ 2025년 수소 경제, 생존을 건 비용 전쟁 시작된다
④ 탄소시장 101: 기후위기를 경제적으로 푸는 법
⑤ 기후재난에 맞서는 AI, 재난의 조기경보자 되다
⑥ 현대차 정몽구 재단, 7월 7일 ‘기후테크 공개 강연’ 개최
⑦ 에너지 하베스팅, 일상이 전기가 되는 순간
⑧ 현대차 정몽구 재단, ‘기후기술 글로벌 파트너십 컨퍼런스’ 개최
⑨ 2030년, SAF 시장 2,000만 톤 시대 열린다
⑩ 파리협정 10주년 맞은 COP30, 새로운 기후협력 모델 제시할 4가지 관전 포인트
⑪ 연구실에서 시장까지 완주…현대차 정몽구 재단 ‘그린 소사이어티’ 특허·MOU·고용 모두 급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