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에 맞서는 AI, 재난의 조기경보자 되다

폭염 3주 전 예측, 산불 확산 실시간 추적가능

인공지능(AI)이 홍수, 가뭄, 산불, 폭염 등 극한 기상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월 24일(현지 시각)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게시된 “극한 기상‧기후 현상의 모델링과 이해를 위한 AI” 논문에 따르면, AI는 기상 예측과 모델 에뮬레이션, 매개변수 추정, 극한 기상 예측 등 지구 시스템 과학의 다양한 영역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머신러닝과 딥러닝이 컴퓨터 비전 기술과 결합면서, 기후 데이터 분석을 통한 극한 기후 현상의 탐지와 위치 식별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구스타우 캄프스-발스(Gustau Camps-Valls) 교수는, 제한된 데이터 환경에서도 실시간 정보 통합과 모델 설계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고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진은 AI가 극한 기상 현상을 정밀하게 식별하고 해석함으로써, 재난 대응과 정보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실제 대응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분야 간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I 기반 극한 기상현상 분석의 새로운 접근법 🌍

극한 기후 현상이 점점 더 자주, 더 강하게, 더 오래 발생하면서 사회 안정, 경제 안보, 생물다양성, 생태계의 통합성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폭풍, 홍수, 가뭄, 폭염 등은 인간의 삶과 자연환경에 장기적이고 때로는 회복이 어려운 피해를 남깁니다. 이러한 재난의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구조를 분석하는 일은 기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완화 및 적응 전략의 일환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은 ▲탐지 ▲예측 ▲영향 평가의 세 분야에서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딥러닝 등 최신 기술은 기후 변수, 현장 관측, 위성 영상 등 다양한 시공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기상 현상을 정밀하게 모델링합니다.

탐지 분야에서는 기후 현상 발생 시점과 위치를 정확히 식별하는 것이 대응 전략 수립의 출발점입니다. 기존 통계 기반 방식은 단일 변수에 의존해 복합 재난의 구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반해 AI는 변수 간 상호작용과 시공간적 패턴을 함께 분석해 탐지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킵니다.

예측 영역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비선형 관계를 포착하는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미래 재난을 사전에 경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영향 평가 단계에서는 다양한 변수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피해 규모를 정량적으로 추산할 수 있어, AI는 재해 전부터 이후 대응까지 전 과정에 걸친 실질적인 분석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유럽우주국의 지구관측 위성 센티넬-3와 콘스텔러의 열화상 센서가 촬영한 지표면 온도를 비교한 모습. ©Constellr

 

가뭄·폭염·산불·홍수 각 분야별 AI 적용 성과 두드러져 🌪️

AI는 가뭄, 폭염, 산불, 홍수 등 주요 기후 재난의 예측과 분석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뭄 분야에서는 AI가 위성 이미지, 기후 변수, 지형 데이터를 통합해 작물 수확량, 산림 상태, 가뭄 영향을 정밀하게 예측합니다. 특히 물리 기반 모델과 딥러닝 기술은 주요 가뭄 지역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폭염은 기온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인데, 지역마다 차이가 커서 예측이 어렵습니다. AI는 딥러닝, 회귀분석 등을 활용해 다양한 지역과 시간대에서 폭염을 탐지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산불은 몇 건의 극한 기후 현상이 전체 피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조기 예측이 필수입니다. 발화 자체는 예측이 어렵지만, 딥러닝 기반 모델은 기상 정보, 위성 관측, 화재 면적 데이터를 결합해 산불이 어디로 퍼질지 미리 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홍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자연재해 중 하나입니다. 매년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연간 약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합니다. AI는 대용량 기후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하여, 고도화된 전역 기상 예측 모델을 통해 폭우 등 극한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AI는 다양한 기후 재난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더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 미 항공우주국 산하 식량안보 및 농업 프로그램인 나사 하베스트는 여러 기관과 협력해 메타러닝 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여러 데이터를 위성사진과 결합한 후 AI가 이를 분석해 지역 내 특정 농작물 수확량을 계절별로 예측할 수 있다. ©NASA Harvest

 

데이터·모델·통합 과제 해결이 AI 성공 열쇠 🔧

먼저 데이터 측면에서는 AI가 제대로 배우려면 전문가가 설명을 달아 둔 ‘좋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후 재난은 자주 일어나지 않고 상황도 제각각이라, 데이터를 정리하다 보면 중요한 정보가 빠질 수 있습니다. 기관마다 형식이 다른 자료를 하나로 모으기도 어려워 결국 예측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모델링 측면에서는 AI가 재난을 잘 맞히려면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폭염·가뭄 같은 극한 현상은 원인이 복잡하거나 뚜렷하지 않아, 단순히 튀는 숫자 하나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통합에서는 현재 AI 모델은 주로 깔끔하게 정리된 기상 자료나 위성 사진에 의존합니다. 현실에서는 흐린 하늘, 예보 오차, 여러 변수가 한꺼번에 얽혀 있어 데이터가 훨씬 복잡합니다. 이런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실제 상황과 예측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국 AI 기후재난 대응, 세계가 주목 🇰🇷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AI 기반 재난 대응 체계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홍수·가뭄·폭염·산불 등 주요 기후위험에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예측–판단–조치’ 전 과정을 아우르는 대응 역량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 홍수 : AI 예보 지점은 75곳에서 223곳으로 확대됐으며, CCTV 1,000여 대의 실시간 영상을 분석해 위험 수위를 조기에 감지합니다. 예보 주기는 10분으로 단축돼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해졌고, 디지털트윈 기반 3D 시뮬레이션은 강우·방류 시나리오를 시각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 가뭄 :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기상·농업·수문 데이터를 통합한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 토양 수분 상태를 분석하고, 최대 한 달 앞서 경보를 발령합니다. 민간 기업은 위성 이미지에서 엽록소 감소 패턴을 분석해 필드 단위 수분 부족을 탐지하고, 관련 정보는 농업정책 포털과 연계돼 실시간으로 제공됩니다.

🌡️ 폭염 : 울산과학기술원은 설명 가능한 AI(XAI) 모델을 활용해 고비사막의 지표 온도와 톈산의 적설량을 폭염의 선행 지표로 식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반도 상층 고기압 형성을 3주 앞서 예측할 수 있습니다. 분석 정보는 국민에게 공개돼 예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 산불 : 산림청은 34년간 축적된 화재 데이터를 학습한 장기 예측 모델을 통해 예측 오차를 크게 줄일 계획입니다. 드론, 위성, 지상 센서에서 수집한 영상을 통합 분석해 연소 확산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민간 스타트업은 연기 감지 로봇과 자동 방수 시스템을 도입해 초기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린 소사이어티”가 주목한 국내 기후 재난 기술 ⛰️

고려대 이우균 교수팀은 위성 영상, 기상, 지형, 인구 이동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산불·산사태를 예측하는 AI 기반 대응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탐지와 예측 기능을 결합해 위험 지역을 100m 단위로 정밀 분석하며, 머신러닝과 GRU 신경망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탐지 단계에서는 식생 지수, 건조 지수, 열 영상 등을 활용해 건조 지역과 위험 지형을 식별하고, 예측 단계에서는 날씨 변화와 지형 조건을 반영해 발생 가능성을 점수로 환산합니다. 단기·장기 시나리오별 예측 결과는 수치화돼,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시각화, 경고 발송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되어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합니다.

한편, 산불로 인한 토양 황폐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스타트업 코드오브네이처는 이끼 포자 인공 배양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복원 솔루션 ‘모스비(Mosby)’ 키트를 개발 중입니다. 중장비 없이 드론과 분무기로 복원이 가능하며, 기존 방식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빠르게 생태계 회복이 이뤄집니다. 이끼는 건조에 강하고 수분 및 영양소를 고정하는 특성이 있어 생물다양성 회복에 효과적입니다. 현재 제주·태안·강릉 등에서 실증 중입니다.

이처럼 국내 재난 대응 체계는 AI와 기후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극한 기상현상을 2년 연속 가장 심각한 글로벌 리스크로 선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논문에서는 홍수, 가뭄, 폭염, 산불을 AI 혁신 적용 분야로 제시하며, AI가 탐지와 예측을 넘어 인과 추론과 불확실성 정량화를 통해 재난 대응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온 상승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초과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AI 기반 예측과 의사결정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 그린 소사어티, 그리니엄 공동 기획]
① 곧 다가올 트럼프 시대, 기후테크 전망은? “세부 분야별 희비 극명”
② 2025년, 기후테크 혁신의 원년! 주목해야 할 10가지 변화
③ 2025년 수소 경제, 생존을 건 비용 전쟁 시작된다
④ 탄소시장 101: 기후위기를 경제적으로 푸는 법

⑤ 기후재난에 맞서는 AI, 재난의 조기경보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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