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성공은 기후대응에 어떤 의미일까?

2050 탄소중립 달성 실패, 기후·환경규제 철폐 속도 가속

파리협정 탈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해체, 환경보호청(EPA) 권한 약화, 천연자원·화석연료 채굴 가속.

오는 11월 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일부만 언급한 겁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미국 내 기후환경 정책은 전반적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재집권 시 2050년 미국의 탄소중립 달성 자체가 실패할 것으로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가 전망한 바 있습니다.

우드캑킨지는 전력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보조금 감소 등의 여파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가 크게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산업 역시 일부 타격을 입고, 화석연료 수요 역시 10년 늦어진 2040년에야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1️⃣ 파리협정서 미국 탈퇴…협정 연쇄 탈퇴 우려 ↑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사실상 그 첫 단추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기업 활동에 방해된다며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6월에 파리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파리협정에 복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며 일단락됐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재집권 시 파리협정에서 다시 빠르게 탈퇴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이 경우 다른 국가들 역시 연쇄적으로 파리협정에서 탈퇴해 체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또 행정명령에 서명하면 끝났던 이전과 달리 파리협정 탈퇴 시 재가입을 위해서는 미 의회 상원의 승인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각국의 기후외교관들이 물밑에서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를 대비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조차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에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빠질 경우 1.5℃ 제한 목표 달성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파리협정에 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일을 사지를 잃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사람들은 중요한 장기나 다리를 잃고도 때때로 살아남을 수 있다. 파리협정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불구가 된 파리협정을 원하지 않는다. 진짜 파리협정을 원한다.”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주요 기후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공개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산불이나 가뭄 등 전 세계의 광범위한 자연현상과 관련한 데이터들 역시 수집한다. ©NOAA

2️⃣ ‘프로젝트 2025’에 담긴 NOAA 해체 공약

NOAA 역시 해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곳은 미국 상무부 산하 지구의 해양과 대기상태를 조사하는 기관입니다. 주요 기후데이터를 수집해 공개할뿐더러, 산불·가뭄·허리케인·해수면 상승·태양풍 등 광범위한 자연현상을 추적하고 연구하는 곳입니다.

NOAA가 수집한 자료는 세계기상기구(WMO)에서도 적극 활용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열스트레스 지도’ 역시 NOAA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해운업계와 보험사 역시 기관이 제공한 일기예보를 근거로 기후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항공업계와 통신산업 또한 NOAA가 제공한 우주날씨 정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시 국정운영 청사진을 담은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에는 NOAA 해체와 관련한 공약이 담겼습니다. 해당 청사진은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주도 아래 작성됐습니다.

NOAA 해체 공약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상무부 차관보를 지낸 토마스 길먼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NOAA를 해체해야 한다”며 “(기관이 맡은) 기능 상당수를 외부에 맡기거나 다른 기관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NOAA 산하 해양대기연구소(OAR)를 짚어 “기후변화 연구가 우선적으로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요 전문가들은 NOAA를 해체해야 한다는 가정 자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단 점을 지적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환경법 사무소의 매튜 샌더스 부소장 대행은 민영화가 오히려 기상예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그는 NBC 뉴스에 “민간 기업이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을 중요한 역할을 중립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정부 기관이 계속 수행해야 한다”며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프로젝트 2025과는 일단 공개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3일 NBC 뉴스의 질의에 트럼프 후보 대선캠프는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 후보나 유세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 측의 말과 달리 NOAA 해체 가능성은 물밑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다고 현지매체들은 전했습니다.

 

3️⃣ EPA 권한 약화? 기관서 트럼프 재집권 대비 중

EPA 역시 권한이 축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EPA는 독립행정기관 중 하나로 건강과 자연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여러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조사 연구 역시 활발한 조직입니다.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던 시절 가장 노골적으로 싫어하던 조직 중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취임 첫해 트럼프 후보가 임명학 정무직 공무원들은 EPA 소속 과학자들이 한 콘퍼런스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임명한 EPA의 정무직 공무원들이 발전소·자동차·화석연료 시추공에서 발생하는 화석연료 오염을 줄이기 위한 규정을 철폐했다”고 꼬집었습니다.

EPA는 트럼프 1기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과 잦은 마찰을 빚은 곳이기도 합니다.

올해 7월 미 대법원은 EPA의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규칙에 대해 시행 중단을 판결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하급심이 진행되는 와중에 대법원에서 전례 없는 판결이 나와 이목을 끌었습니다.

현재 미국 대법관 9명 중 6명은 보수 성향으로 다수를 점한 상태입니다. 이중 3명의 대법관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임명됐습니다.

트럼프 1기 시절 정치적 압박을 경험한 EPA의 경우 일찍이 올해 6월부터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하고 나섰습니다. 기관 내 직원의 거의 절반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정부와 새로 체결한 협약에 직원들의 업무를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마리 파월 노조 위원장은 “트럼프 2기를 대비하고 (EPA 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협약의 유효기간은 4년입니다. 노동자의 신고 내용을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이 아닌 독립조사관이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미국 북부 노스다코타주 정유공장에 방문한 모습. ©백악관

4️⃣ 천연자원·화석연료 개발 ↑…기후·환경규제 철폐 속도 가속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될 경우 1기 때보다 더 많은 기후·환경 규제가 철폐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1기 때 트럼프 행정부가 철회·축소하려 했던 환경 규제만 100여건에 달합니다.

이중 상당수는 법원에 의해 복원됐습니다. 환경정책을 대상으로 제기된 소송 중 57%는 트럼프 행정부가 당시 패소했습니다. 규정 철회에 필요한 일부 절차를 생략한 것이 패소의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초선 시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기후·환경 규제 철회가 더 노련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 후보가 초선 시절 200명 이상의 보수주의 성향 판사를 하급법원에 임명한 것도 동력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후보가 유세 중 언급한 기후·환경 규제도 여러 가지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규제 철폐 ▲전기차·배터리 등 청정기술 보조금 지급 중단 ▲보존구역에서 석유시추 허용 ▲해양시추 장려 ▲공공토지 보호 축소 ▲유해 화학물질 제한 규제 철폐 ▲액화천연가스(LNG) 수출터미널 확대 등이 주로 거론됩니다.

이는 프로젝트 2025 문서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EPA 수석보좌관을 지낸 맨디 구나세카라는 “정책의제에 집중하고, 다른 길로 세지 않기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하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EPA 같은) 연방기관의 규모와 범위를 줄이고 싶다”며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의 2번째 임기를 위해 그의 동료들은 휠러 씨와 같이 정부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규제를 신속하게 해체하기 위해 일하는 노련하고 효과적인 인물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이밖에도 기존 과학 기관들에 속한 인사를 화석연료 업계에서 종사하던 인물들을 임명하는 방안 역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모아보기]
① 해리스 vs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는?
② D-1, 미국 대통령 선거 초박빙 속 주요 변수는?
③ 미국 유권자 10명 중 9명 대선서 최대 관심사로 ‘경제’ 꼽아
④ 트럼프 재집권 성공은 기후대응에 어떤 의미일까?
⑤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에 대비 나선 각국 기후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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