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통령 선거가 혼란에 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CNN 등 현지매체들에 의하면, 뉴욕주 맨해튼형사법원 배심원단 12명은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소된 형사재판 34건의 혐의에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 추문 논란을 막기 위해 회삿돈으로 입막음 자금을 조달했단 혐의입니다. 전직 미국 대통령이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판결이 향후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 현(現)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맞대결이 유력합니다.
이에 기후부정론자로 유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과 세계 기후대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높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폐지 법안 1순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IRA 수혜에 대한 기대로 거액을 투자한 한국으로서는 우려가 더 큽니다.
그러나 3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에도 IRA가 폐지되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美 사상 첫 중범죄’ 대통령 오명 쓴 트럼프 “진짜 판결은 대선” ⚖️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은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판결 당일부터 이틀간(5월 30일~31일) 실시된 로이터통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39%)보다 근소한 우소세를 보였습니다. 직전달 매체가 실시한 조사에서 두 후보가 40%로 동률을 이룬 것과 비교됩니다.
다만, 판결을 계기로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 판결 직후 24시간 동안 트럼프 캠프에 5,280만 달러(약 730억원)의 후원금이 모였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이번 유죄 판결에도 “나는 무죄이며 진짜 판결은 대선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배심원 평결에 따른 형량 선고는 오는 7월 11일로 예정됐습니다.
미국 대선 후보 자격 요건에 따라, 어떤 형량을 받더라도 대통령 후보 출마는 가능합니다.
친(親) 화석연료 기후부정론자, 당선시 IRA 폐지 공언도 ✋
미 대선 결과는 전 세계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그중에서도 기후는 양 후보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입니다. 이에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표적인 기후부정론자입니다. 2016년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슬로건으로 당선됐습니다. 자국우선주의, 반(反)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며 각종 환경규제를 폐지했습니다. 2018년에는 파리협정을 탈퇴하며 전 세계적 비난도 받았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IRA 폐지를 공언한 바 있습니다. 청정에너지는 고가에 불필요한 에너지란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이를 지원하는 IRA는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꼬집은 바 있습니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전통적 에너지, 화석연료로의 회귀입니다. 미국 내에서 저렴한 화석연료를 개발함으로써 자국의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겠단 것. 나아가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의 협상력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최근 외신 보도에서 공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지난달 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주요 석유 기업 경영진과의 비공개 회담을 열었습니다.
WP는 당시 회담에서 그 자신이 당선될 경우, 현 정부의 환경 규제와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나를 백악관으로 돌려보내려면 10억 달러(약 1조 3,800억원)를 모아야 한다”며 막대한 기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공개 회담에서 “(본인을) 백악관으로 돌려보내려면 10억 달러(약 1조 3,800억원)를 모아야 한다”며 막대한 기부를 요구했다고 WP는 보도했습니다.
우드맥킨지 “트럼프 당선돼도 IRA 폐기 가능성 낮아” 🇺🇸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어떤 상황이 닥치게 될까요?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지난 4월 이와 관련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다: 미국의 에너지 전환이 어떻게 둔화할 수 있는가’란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우려와 달리 우드맥킨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도 IRA 법안 자체를 폐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대신 청정에너지 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온실가스 배출 요건을 완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단 것이 기관의 분석입니다.
그 결과, 2050년 미국의 탄소중립 달성이 실패할 것이라고 우드맥킨지는 단언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총 5가지 분야에서 변화가 전망됐습니다. ①탄소배출량 ②운송 ③재생에너지 ④화석에너지 ⑤청정수소 등입니다.
1️⃣ 탄소배출량|2050년 10억 톤 증가 전망
우드맥킨지가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법(IIJA)과 IRA의 성과를 토대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전망됐습니다.
▲2030년 화석연료 수요 정점 ▲2050년 풍력·태양광 6배 확대 ▲2050년 에너지믹스 내 청정수소 비중 5% 등입니다.
반면,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에서는 청정에너지 투자는 1조 달러(약 1,380조원) 이상 급감할 전망입니다. 화석연료 우대 정책으로 인해 화석연료 수요는 2040년에나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수요 정점보다 10년가량 늦춰진 것입니다.
일례로 천연가스 수요는 2030년까지 6% 증가합니다. 그 결과, 2050년 미국 내 탄소배출량은 기존 시나리오 대비 10억 톤가량 늘어납니다.
2️⃣ 운송|전기차 → 하이브리드
차량 부문에서는 하이브리드차가 운송 탈탄소화를 주도하게 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연방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및 연비 기준을 약화함으로써 이같은 추세가 증폭될 것이라고 우드맥킨지는 설명했습니다.
또한, 배터리 기반 전기자동차 대신 하이브리드차가 대세가 되면서 석유 수요의 감소세가 둔화할 수 있습니다. 우드맥킨지는 이 경우 2050년 미국 석유 수요가 하루 1,500만 배럴까지만 감소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4년 대비 24%만 감소한 수준입니다.
3️⃣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ESS 투자 둔화
전제는 IRA에 따른 세액공제가 폐지되지는 않는단 것입니다. 미 전역에서 풍력·태양광 세액공제의 수혜를 받고 있기 때문에 폐지 가능성은 낮습니다.
단, 트럼프 재집권 시 보호무역정책 강화나 에너지부의 대출 지원 재정 삭감 등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마찬가지로 투자가 둔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드맥킨지는 “기존 시나리오에서도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시나리오에서는) 달성이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습니다.
4️⃣ 화석에너지|석탄 수명연장 및 천연가스·원자력 확대
트럼프 시나리오에선 전기차·히트펌프 등의 전기화 지원에 대한 자금 조달을 늦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전기화는 구조적 추세이므로 전력 수요 자체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드맥킨지는 전력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지원 감소로 인해 석탄발전소 폐지가 크게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40년에도 104GW(기가와트)의 석탄발전이 계속된단 것. 이는 2024년 대비 불과 42%만 감소한 수치입니다.
동시에 부족한 공급을 충족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자력발전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5️⃣ 청정수소|그린수소 < 블루수소
한편, 바이든 정부는 청정수소를 장려하고자 IRA로 생산 세액공제를 제공합니다.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원자력·CCS(탄소포집·저장) 기반 청정수소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청정수소 세부기준이 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화석연료 업계가 블루수소 생산에 적극 투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청정수소의 주도권은 블루수소가 쥘 것으로 전망됩니다.
IRA 폐지 반대 나선 화석연료 업계…트럼프 입장은? 📢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정치적 지지 기반이 IRA 법안 옹호에 나섰단 소식도 나왔습니다.
미 상공회의소와 미국석유협회(API)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IRA 법안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28일 보도했습니다.
마이크 소머 API 회장은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되더라도 IRA에서 우리가 지지하는 조항이 유지되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API는 미국 공화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으로 꼽힙니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미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 또한 최근 참석한 행사에서 IRA를 방어하는 것은 무역단체와 기업의 몫이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화당 소속 아우구스트 플루거 미 하원의원(텍사스주)은 본인의 지역구에 IRA 프로젝트가 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 우세주, 일명 ‘레드스테이트’가 IRA의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3,370억 달러(약 460조원)를 유치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지역은 텍사스주로 예상됩니다.
약 665억 달러, 한화로 약 92조 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텍사스주는 바람에너지가 풍부해 풍력발전의 선두주자로 꼽힙니다. 민주당 우세주 ‘블루스테이트’는 1,830억 달러(약 250조원), 약 절반 규모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화석연료 옹호단체 미국에너지연맹(AEA)의 톰 파일 회장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IRA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당신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자기 지지기반의 의견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 파일 회장은 2016년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회장을 맡은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