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소식에 ‘비상’ 걸린 배터리·반도체 등 한국 산업계

‘불확실성’ 고조에 IRA·칩스법 축소에 촉각

 

이전보다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선됐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경합주 7곳(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애리조나)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그는 백악관 입성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훌쩍 넘겨 312명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형식적 절차를 걸쳐 2025년 1월 20일에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확실시되자 한국 산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배터리·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일제히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국내 배터리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주가는 6일 코스피에서 전 거래일보다 7.02% 하락해 주당 39만 5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에코프로 역시 5% 넘게 주가가 빠졌습니다.

 

IRA 폐지·축소 가능성에 위축된 한국 배터리업계 🔋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만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진투자증권에 의하면, 현재까지 IRA에 따른 전체 보조금의 약 32%는 한국 기업이 수주했습니다. 금액으로만 약 349억 달러(약 48조 원)에 달합니다. 프로젝트 비중으로 보면 ▲배터리 ▲태양광 ▲전기자동차 ▲풍력 순입니다.

LG엔솔·SK온을 비롯한 주요 기업 대다수가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입니다. 두 기업은 각각 4,660억 원과 608억 원 규모의 IRA 수혜를 입었습니다. 삼성SDI 역시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미국에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중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와 미국 내 배터리 생산·판매 기업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모두 없앨 것이라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물론 IRA 폐지를 위해서는 미국 의회 상하원을 모두 거쳐야 한다는 절차적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공화당이 대선 승리에 이어 의회 역시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 결과, 7일 오전 8시 기준 공화당은 상원 총 100석 중 의석수를 52석으로 늘리며 다수당 자리를 확고히 했습니다. 같은시각 기준 민주당은 상원에서 42석 확보에 그쳤습니다.

하원 역시 총 435석 중 공화당이 같은시각 205석을 확보했습니다. 민주당은 190석 확보했습니다. 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218석을 차지해야 합니다. 남은 13석만 확보해도 공화당이 하원에서도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IRA를 더 손쉽게 폐지할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반론도 나옵니다. 일부 공화당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IRA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기 떄문입니다. 이들 선거구를 중심으로 IRA 보조금이 대규모로 집행됐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IRA 폐지를 저지하기 위한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켄터키·테네시 등 국내 이차전지 업체의 투자가 집중된 수혜지역의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점과 지역구별 이해관계를 감안할 경우 IRA 완전 폐지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행정명령 등을 활용한 지원 규모 축소가 예상돼 전동화를 촉진하던 인센티브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업계 역시 이에 대비하는 모양새입니다.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대선 전날(4일) 콘퍼런스콜에서 공화당 내부에서 IRA에 대한 의견이 달라 전면 폐지보다는 제한적 축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LG엔솔은 배터리 생산자가 받는 보조금에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산업연구원 “중국 배제 전략? 한국 기업 기회로 삼아야” 🚘

부정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자 중국 자동차의 수입을 막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일례로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0%의 최고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에 중국에서 제조된 모든 제품에 대해 6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단계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연구원은 “추가 관세 부과 등으로 전반적인 자동차 수출이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산 부품 수입이 제한되면 한국 부품의 수출이 증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동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전략을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산업연구원의 제언입니다.

물론 기관은 “트럼프 집권으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량 판매가 늘면서 국내외 전기차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습니다.

현지에서 건설 중인 전기차 공장 역시 용도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후 한국 등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길 것을 예고한 상태다. ©SK하이닉스

한국산 반도체에 관세 부과 언급…업계 불확실성 ↑ 📊

반도체 업계는 돌발 변수에 직면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직전 한국산 반도체에도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그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적이란 분위기가 돌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소폭 하락했습니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이하 칩스법)’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습니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공장에 투자할 때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시설 건설 시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30년까지 450억 달러(약 63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SK하이닉스도 39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대만 TSMC 또한 2030년까지 미국에 650억 달러(약 86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습니다.

칩스법도 IRA와 마찬가지로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이 축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일방적으로 축소를 할 경우 기업과 국가 간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보조금 축소에 따라 현지에서 건설이 계획된 공장 건설 계획이 수정될 여지도 있습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반도체 시장 전체에 큰 불확실성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삼정KPMG, 한국 기업 ESG·기후공시 부담 ↓ 🤔

한편, 삼정KPMG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과거보다 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동맹국과의 협력보다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할 것을 예고했기 때문니다.

트럼프 당선인인 모든 수입품에 현재 3%대인 미국의 보편적 관세를 최대 20%로 상향해 부과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로 인해 자동차·반도체 산업의 미국 내 투자와 수출이 제한될 것으로 삼정KPMG는 내다봤습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제조업을 육성할 것이란 전망도 담겼습니다. 반면, 태양광·풍력·수소 등 한국 재생에너지 기업의 해외발전프로젝트와 대미 수출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정KPMG는 “트럼프 당선인은 파리협정 재탈퇴와 함께 기후대응에 소극적인 입장을 제시해 왔다”며 “한국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부담은 완화되지만 에너지전환 속도는 늦춰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기후공시가 대표적으로 언급됐습니다. 미국에 상장한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이르면 2025년부터 기후공시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삼정KPMG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상장사 대상 기후공시 의무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4년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 모아보기]
① ‘워싱턴 이단아’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② 트럼프 2기 시대, 불확실성에 대비 나선 국제사회
③ 트럼프 재집권 소식에 ‘비상’ 걸린 배터리·반도체 등 한국 산업계
④ ESG 정책 타격 전망 불가피…기후공시 백지화 가능성도
⑤ 기후테크 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⑥ 트럼프 재선에 국제사회 기후대응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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