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를 공개적으로 거부해 온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선됐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지난 5일(현지시각) 치러졌습니다. 당선이 유력해진 트럼프 후보는 6일 승리 선언을 한 상황입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상원을 탈환했습니다.
이에 벌써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추진 중인 ‘기후공시 의무화 규칙’은 백지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정부의 ESG 정책이 180도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공화당은 ESG 투자·경영은 ‘깨어있는 척(Woke)’하는 자본주의라며 반(反)ESG 캠페인을 벌여왔습니다.
이에 ESG 기조에 친화적인 주정부와 기업 차원의 각자도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방정부 기후공시 백지화…주정부 단위 추진 유력 🤔
SEC는 2022년 기후공시 의무화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초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기후공시를 도입한단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공화당과 일부 산업계의 거센 반대로 최종안 채택이 지연됐습니다. 최종안은 보고 내용과 대상이 축소돼 올해 3월 채택됐습니다. 직후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줄소송이 이어졌고 한달 뒤(4월) SEC는 도입 보류를 선언합니다.
여기에 트럼프 후보의 재선으로 기후공시 도입은 사실상 백지화됐단 평가가 나옵니다. 앨리슨 헤런 리 전(前) SEC 위원은 과거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기후공시) 규정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 대신 전문가들은 주정부 단위의 기후공시 도입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작년 도입된 캘리포니아주의 기후공시 법안 ‘기후 기업 데이터 책임법’이 대표적입니다. 법안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소재 대기업들은 2026년부터 탄소배출량을 공개해야 합니다.
ESG 투자 법적 리스크 고조…변호사 선임 권장까지 🏛️
공화당의 반ESG 공세도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공화당은 그간 여러 반ESG 법안을 연방 및 주의회에 발의했습니다.
“우리는 모든 ESG 펀드 매니저가 팀에 변호사를 두거나 단축번호에 변호사 (번호)를 써놓기를 권장한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진 이후 고객 서한을 보내 다음과 같이 조언했습니다. 각 주에서 반ESG 법률이 시행될 전망에 따라 법적 위험이 우려된다는 것이 제프리스의 설명입니다.
기후 컨설팅 기업 플라이아데스전략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1년~2024년 10월) 미국에서 발의된 반ESG 법안은 374건에 달합니다. 주로 화석연료 산업을 차별하는 기업과의 정부 계약을 금지하거나, 주 정부의 ESG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동시에 금융사의 ESG 투자에 대한 소송 우려도 커졌습니다.
공화당은 금융계의 ESG 투자 정책이 자산운용사의 수탁의무를 위반한다고 지적합니다. 수익 극대화를 추구해야 할 자산운용사가 별도의 ESG 목표를 세워선 안 된단 비판입니다.
“ESG는 이미 대세”…‘그린허싱’ 우회 증가 전망 📈
제프리스는 이미 ESG 투자가 대세가 됐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ESG 투자가 후퇴하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제프리스는 트럼프 2기에서 기업들이 ESG 목표나 성과를 공개하지 않는 ‘그린허싱(Greenhushing)’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린허싱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에 ‘침묵, 조용히 시키다’란 뜻의 허싱(Hushing)을 더한 신조어입니다.
기업이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투자자의 감시나 당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목표·성과를 가리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역으로, ESG 투자·경영을 탄압하는 정부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그린워싱을 선택하게 될 수 있단 것이 제프리스의 주장입니다.
지금이 기회? ESG 관련주 투자 제언도 💰
한편, 트럼프 재선으로 ESG 관련주가 타격을 입은 지금이 투자 적기란 제언도 나옵니다.
트럼프 당선이 뚜렷해짐에 따라 ESG 관련 주식들은 대거 폭락했습니다. 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업들입니다.
미국 청정에너지 주요 지수인 ‘와일더힐 청정에너지 지수’는 6일 개장 직후 44.05달러(약 6만 원)에서 채 1시간도 안 돼 41.3달러(약 5만 7,000원)로 하락했습니다.
개별 기업들의 주가 하락 폭은 더 큽니다. 태양광 기업의 경우, 최대 하락 폭은 각각 ▲선노바에너지 50%대 ▲선런 30%대입니다.
그 여파로 유럽계 재생에너지 기업인 오스테드와 베스타스, RWE, 에넬 등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영국 헤지펀드사 클린에너지트랜지션의 최고경영자(CEO) 페르 레칸더는 블룸버그통신에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시장은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를 팔고 있다”며 “잘못된 판단은 아니지만 무분별하게 매도하고 있단 점에서 기회가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미국 투자사 JP모건체이스 또한 6일 고객 서한에서 “특정 주식과 부문에 대한 매력적인 매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4년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 모아보기]
① ‘워싱턴 이단아’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② 트럼프 2기 시대, 불확실성에 대비 나선 국제사회
③ 트럼프 재집권 소식에 ‘비상’ 걸린 배터리·반도체 등 한국 산업계
④ ESG 정책 타격 전망 불가피…기후공시 백지화 가능성도
⑤ 기후테크 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⑥ 트럼프 재선에 국제사회 기후대응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