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으로 6일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선됐습니다. 그는 형식적 절차를 걸쳐 2027년 1월 20일부터 임기를 시작합니다.
이전보다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 정책이 예상되는 가운데 각국 정부와 산업계 모두 대비에 나선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기후테크 업계는 어떤 반응일까요?
미국 기술전문매체 MIT 테크놀로지리뷰의 제임스 템플 편집장은 이례적으로 사설을 통해 기후테크 업계의 앞날을 우려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반(反)환경적 공약들 때문입니다.
템플 편집장은 “겨우 성과를 내기 시작한 힘든 업계에서 정책적 진전이 흐트러지게 됐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저탄소 기술개발이란 사명을 가지고 온 에너지부를 다시 기업의 화석연료 채굴을 돕는 기관으로 되돌릴까봐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일부 기후테크 업계, 트럼프 당선 대비해 비상 계획 수립 🚨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까지 전 세계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 규모는 103억 달러(약 14조 원)입니다. 전년 동기 227억 달러(약 31조 원)과 비교해 50% 넘게 줄어든 겁니다.
2024년 들어 기후테크 업계로의 투자 규모가 위축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입니다. 거시경제 환경의 어려움도 있었으나 미국 대선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습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투자자와 기업들이 관망 모드로 전환했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비상 계획을 수립 중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예컨대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청정기술 세액공제를 어떤 식으로든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태양광·풍력·전기자동차·지열발전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단, 소형모듈원전(SMR)이나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같은 일부 기술에 있어서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청정에너지 흐름 거를 수 없어…단, 신기술 탄생 지연” ⚡
“트럼프 당선인은 청정에너지에 대한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내일 나올지 모르는 기술과 새로운 산업의 탄생을 지연시킬 수 있다.”
기후전문투자사 ‘어라인드 클라이멋 캐피털(ACC)’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브렌던 벨의 말입니다. 그는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같은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도 청정에너지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기후고문을 역임한 지나 매카시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풍력·태양광·지열발전 같은 청정에너지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캘리포니아·워싱턴주 등 민주당 소속 주정부들이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유치와 관련해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프로젝트 상당수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돼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만 한정해 세액공제가 추진됩니다.
벨 COO는 “대체소재나 청정연료 등 정부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신기술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 신기술의 경우 정부 지원이 줄거나 중단될 경우 빠르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우려입니다.
이같은 신기술 지원은 현재 미 에너지부가 맡아 지원하고 있습니다. 벨 COO는 “트럼프 당선인은 미래의 필수 기술을 시장에 내놓는데 도움이 되는 에너지부의 중요한 프로그램을 삭감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해외로 눈돌린 일부 투자자…“업계 ‘과대공포’ 지적도” 👀
온라인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대선 결과 발표 직후 기후테크 투자자와 정책 담당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상황을 전했습니다.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 부얀트벤처스가 대표적입니다. 2020년 설립된 곳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한 스타트업들을 위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파트너인 에이미 프렌세틱은 “(투자한) 회사들이 유럽에서 고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정책 상황을 고려할 경우 미국 내에서는 고객을 찾을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깔린 겁니다.
이와 반대되는 전망도 있습니다. 전력관리 등 에너지 부문 기후테크 전문 투자사인 에너자이즈캐피털은 현재 업계가 과한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존 터프 파트너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대응을 방해할 것이란 두려움을 대체로 과장돼 있다”며 “미국 전력망을 현대화하고 새로운 에너지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미국 경제의 성공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청정에너지협회(ACP)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담은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내 태양광 패널 제조 능력이 정부의 정책 덕에 4배 이상 성장했을뿐더러,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것이 협회의 말입니다.
클린에너지벤처스(CEV)의 테드 딜런 COO는 투자자들이 일부 공백을 메울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초기 단계 기후테크 업계에는 여전히 드라이파우더(투자가능자금)가 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딜런 COO는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달리 기후테크 산업이 상당 부분 발전했다”며 “이제 급격한 정책 변화에 업계가 잘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더힐, 공화당 내부서 기후변화 논의 ↑ 🏛️
한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기후변화를 다루려고 하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일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공화당 싱크탱크 ‘시민들의 책임 있는 에너지 솔루션(CRES·Citizens for Responsible Energy Solutions)’ 덕분입니다. CRES 책임자인 헤더 림스는 공화당원과 의원들을 만나 기후변화와 대처 방안을 이야기하는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림스 책임자는 의회 내에도 기후변화를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공화당원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현재 CRES와 몇몇 공화당원을 중심으로 IRA 내 청정기술 세액공제 중 상당 부분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공화당원들에게 기후친화적 정책을 채택하도록 설득하는 동시에 청정전력원을 지원하기 위한 인센티브 마련 방안도 고심 중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2024년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 모아보기]
① ‘워싱턴 이단아’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② 트럼프 2기 시대, 불확실성에 대비 나선 국제사회
③ 트럼프 재집권 소식에 ‘비상’ 걸린 배터리·반도체 등 한국 산업계
④ ESG 정책 타격 전망 불가피…기후공시 백지화 가능성도
⑤ 기후테크 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⑥ 트럼프 재선에 국제사회 기후대응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