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른지 오래입니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앞다퉈 기후테크 산업을 유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에 맞는 특성화 분야를 신중히 선정하지 않고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해당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기반시설을 고려한 기후테크 산업이 선점돼야 한단 말입니다.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가 발간한 ‘국가 기후테크 육성 종합전략’ 보고서에 담긴 정보입니다.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는 한국의 기후테크 현황과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다뤘습니다.
지자체별 유망 기후테크 산업 선정서 통합적 접근 필요 🤔
기관은 크게 3가지 부문 하위 6가지 지표(①지역산업특화도 ②지역산업정책 ③기후대응 필요성 ④지역 기후정책 ⑤지역 내 기대효과 ⑥지역 내 추진사례)를 기반으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17개 지자체에서 유망한 기후테크 세부 분야를 찾아 도출했습니다. 세부 분야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원회(탄녹위)가 제시한 기후테크 5대 분야 내 하위항목에 맞춰 분류됐습니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제시된 결론이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란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지역 맞춤형 사업을 육성할 때는 중앙정부가 제안하는 혁신도시사업 같은 하향식 접근과 더불어, 지자체가 먼저 산업을 발굴해 제안하는 상향식 접근도 필요하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① 서울|모빌리티
먼저 서울은 유망 기후테크 세부 분야로 모빌리티가 1순위로 꼽혔습니다.
높은 인구밀집도와 유동인구로 인해 수송 부문의 배출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전기자동차나 전동킥보드 같은 친환경 모빌리티의 필요성이 언급됐습니다.
2순위로는 에너지신산업과 기후적응이 공동 2위였습니다. 도시 특성상 대규모 재생에너지 생산보다는 분산형에너지나 송배전 같은 시스템의 필요성이 강조됐습니다.
또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고급인력이 밀집한 만큼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적응에 대한 연구개발(R&D)에 특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② 경기|모빌리티
경기도 또한 1순위로 모빌리티가 꼽혔습니다. 17개 지자체 중 가장 인구가 가장 많다는 점에서 수송과 관련한 탄소절감 및 효율화 기술의 필요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2순위와 3순위는 각각 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이 언급됐습니다. 재생에너지가 꼽힌 이유는 RE100 선언 기업과 수도권 인구의 전력수요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관은 “(경기도의) 태양광 잠재력이 경북과 충남 다음으로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폐기물 총발생량이 전국 1위인 점을 고려해 폐기물 절감의 중요성과 기술이 적용될 여지가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③ 인천|탈탄소에너지, 기후데이터
인천의 유망 기후테크 세부 분야로는 탈탄소에너지와 기후데이터가 공동 1순위로 언급됐습니다.
폐자원을 활용한 열분해유나 바이오가스 생산 등 기존 기반시설을 통한 탈탄소에너지 활용 여지가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도시행정에 디지털트윈을 적극 도입 중인 만큼 이를 기후감시나 예측과 연계할 수 있단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한국환경공단 등 기존 녹색산업을 지원했던 기관 상당수가 인천에 존재한단 점도 높게 평가됐습니다. 기존 경험을 토대로 온실가스 감축이나 적응 기술 기반의 기후테크 산업 육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④ 대전|기후데이터
대전에서는 유망 기후테크 세부 분야로 기후데이터가 거론됐습니다. 대전에 위치한 다양한 연구기관의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트윈이나 정보처리 기술이 축적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가 지역 연구기관과 협력 강화를 통해 기후데이터 부문 발굴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⑤ 세종|모빌리티
세종의 경우 1순위로 모빌리티가 꼽혔습니다. 특별자치시 선정 이후 급격한 인구증가로 교통량이 증가하며 전기차 보급이나 교통수요관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2순위는 재생에너지가 꼽혔습니다. 세종의 경우 지자체 차원의 정책 추진 덕에 재생에너지 보급이 전국 평균 대비 높은 점이 긍정적으로 언급됐습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의 선도사례를 노려볼 수 있다고 기관은 제언했습니다.
⑥ 충남|재생에너지, 에너지신산업, 애그테크
충남은 ▲재생에너지 ▲에너지신산업 ▲애그테크가 공동 1순위로 확인됐습니다.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절반가량이 위치했고, 단계적 폐쇄를 목표로 하는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의지가 높기 때문입니다. 당진·서산시를 중심으로 수소발전 기반시설이 갖춰진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애그테크의 경우 농림어업이 지역산업의 일정 부분을 차지한 만큼 기후적응에 대비가 필요하단 점이 강조됐습니다.
⑦ 충북|탈탄소에너지
한편, 충북은 탈탄소에너지가 1순위로 꼽혔습니다.
대표적인 에너지원은 수소입니다. 실제로 충북은 국내 최초로 탄소포집형 수소생산기지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충북에 위치한 다수의 연료전지 공장 덕에 수소 조달 수요 역시 높은 편입니다.
⑧ 광주|모빌리티
광주의 유망 기후테크 세부 분야로는 모빌리티가 1순위로 확인됐습니다.
광주는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뿐더러, 자동차 산업이 지역 제조업의 절반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역산업정책 역시 모빌리티 육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재생에너지 생산과 보급이 다른 7대 광역시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란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에 에너지저장과 에너지신산업이 각각 2순위와 3순위로 언급됐습니다.
⑨ 전남|재생에너지
전남은 재생에너지가 1순위로 꼽혔습니다. 해상풍력·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개발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하여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용이할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실제로 ESS 설비용량 육성 수준이 다른 지자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⑩ 전북|애그테크
전북은 유망 기후테크 세부 분야로 애그테크가 1순위를 차지했습니다. 농업 비중과 인구 고령화율이 높은 만큼, 이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언급됐습니다.
2순위는 재생에너지가 차지했는데, 이는 새만금 등 재생에너지 생산에 유리한 입지적 특성을 보유한 덕분입니다. 에너지저장이나 에너지신산업 등 역시 지역 내 유망 기후테크 세부 분야로 거론됐습니다.
⑪ 부산|탈탄소에너지, 모빌리티
부산의 경우 탈탄소에너지와 모빌리티가 공동 1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원자력발전소 덕에 전력자립도가 높을뿐더러, 이를 기반으로 수소특화거점 등 기술개발을 선도할 수 있단 여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공동 2순위는 재생에너지와 탄소데이터로 확인됐습니다.
⑫ 울산|탈탄소에너지
울산 역시 탈탄소에너지가 1순위로 확인됐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고려아연·삼성SDI 등 지역 내 RE100을 선언한 대기업 공장이 다수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탈탄소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원전 이외 발전원을 통한 전력 공급의 필요성이 언급됐습니다.
2순위는 탄소포집입니다. 17개 지자체 중 탄소포집이 꼽힌 곳은 울산이 유일합니다. 공단이나 선박 내 탄소포집을 기반으로 관련 사업의 확대가 기대된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⑬ 대구|기후적응, 모빌리티
대구는 기후적응과 모빌리티가 유망 기후테크 세부 분야서 공동 1순위로 꼽혔습니다.
대구는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폭염 같은 이상기후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국가물산업클러스터(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리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후적응 사업을 발굴해 지역의 대표산업으로 육성할 잠재력이 크다고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진단했습니다. 모빌리티는 지역 제조업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자동차 부품업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됐습니다.
⑭ 경남|탈탄소에너지
경남의 경우 1순위로 탈탄소에너지가 꼽혔습니다. 2순위로는 재생에너지와 공정혁신이 확인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공정혁신’입니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경남의 산업구조는 제조업 비중이 높다”며 “생산액 대비 노후산단 비중이 높아 탄소배출에 취약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저탄소 구조로의 공정혁신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된 겁니다.
⑮ 경북|자원순환
경북에서는 자원순환이 1순위로 꼽혔습니다. 포항제철소를 중심으로 전국 지자체 중 산업폐기물 배출량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산업폐기물을 제외해도 폐기물 총발생량이 경기에 이어 전국 2위입니다.
지자체가 탄소부품 리사이클링센터나 이차전지 재활용을 위한 배터리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여기에 공동 2순위로 대체식품도 언급됐습니다. 경북은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세포배양산업 육성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입니다.
⑯ 강원|재생에너지, 에너지신산업
강원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신산업이 공동 1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산림과 해안을 따라 재새엥너지 생산과 잠재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바이오매스 특구 지정 등 관련 산업의 적극적인 육성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이밖에도 지역 내 넓게 흩어진 기반시설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분산형에너지의 보급과 활성화가 필요하단 점이 언급됐습니다.
⑰ 제주|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
마지막으로 제주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이 공동 1순위로 꼽혔습니다. 타 지자체보다 일찍 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장섰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에너지저장 설비에 대한 요구도 높은 편입니다.
[국가 기후테크 육성 종합전략 보고서 모아보기]
① “새로운 기후테크 분류체계 개발 필요”
② 한국 기후테크 기업 전수조사 결과 발표…“양분화된 구조 발견”
③ 17개 지자체별, 유망 기후테크 산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