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정책관리·자금조달 위해선 새로운 기후테크 분류체계 개발 필요”

기후테크 정책 부처별로 분산…한국형 기후테크 비전 필요성 ↑

작년 6월 한국 차원의 ‘기후테크 산업 육성 전략’이 처음 발표됐습니다. 2030년까지 민관합동으로 145조 원을 투자해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당시 “2030년까지 10개의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과 1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후테크를 탄소중립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기후테크 육성을 위한 정책이 별도로 구분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부처가 비슷한 정책을 중복 수행하고 있어 효율적인 정책관리도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에 효율적인 정책관리를 위해서는 한국의 기후테크 분류체계가 새롭게 개편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분류체계가 명확해야 정책관리와 자금흐름 추적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가 기후테크 육성 종합전략’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한국의 기후테크 현황과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다룬 보고서입니다.

 

▲ 기후테크 분류체계는 국가와 기관별로 제각각이다. 우리나라는 크게 3가지 분류체계로 기후테크를 구분한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 보고서 갈무리

한국, 기후테크 분류 혼용…“새로운 분류체계 필요” 📊

현재 한국은 기후테크를 분류하기 위해 크게 3가지 분류체계를 활용합니다.

첫째,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기후테크를 크게 5대 분야로 구분합니다. ①클린테크 ②카본테크 ③에코테크 ④푸드테크 ⑤지오테크 순입니다.

둘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기후기술분류체계’입니다. 감축·적응·융복합 등 3개 분야, 45개 기술로 세분화돼 정부의 연구개발(R&D) 현황을 추적합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환경부는 이들 산업을 지원하고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활용 중입니다.

보고서는 “(탄녹위 5대 분야·기후기술분류체계·K-택소노미) 3개 분류체계가 각 산업 활성화와 기술개발 금융지원에 특화된 체계”라며 “기후테크 생태계의 성장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3월 금융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그리고 금융권 등이 2030년까지 총 452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금융위는 3가지 분류체계를 모두 활용해 기후테크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서로 다른 분류체계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금융권에서 제시습니다.

3가지 분류체계 내에서도 기후테크 세부기술 분류가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정책관리 측면에서도 정부 부처들의 역할 분담을 두고 행정적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습니다.

인력양성 문제와도 연관돼 있습니다. 세부기술 단위에 기반한 국가 기후테크 인재양성사업 제도와 적합한 분류가 존재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보고서는 “현재 기후테크 분류에 기반한 인재양성사업을 개발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렇다고 행정기관에서 자주 언급되는 탄녹위의 기후테크 5대 분야만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이 분류체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측면이 클뿐더러, K-택소노미 등과 다른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기존 분류체계들을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후테크 분류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의 결론입니다.

작년 8월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선 정확한 분류체계가 새로 만들어져야 한단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2023년 6월 이후 기후테크 정책 75개 발표” ⚖️

한편,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처별 정책을 통합하거나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중앙부처 5곳(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획재정부·환경부)이 최근 15개월간(2023년 6월~2024년 8월) 내놓은 기후테크 육성 정책을 조사했습니다.

조사는 각 부처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이뤄졌습니다. 기후테크 산업 생태계 활성화한 기대효과가 명시적으로 드러난 경우만 포함해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이를 크게 ▲투자(R&D 확대, 민간투자 활성화 등) ▲제도(규제 개선, 분류체계 정비 등) ▲시장(해외진출 지원, 공공조달 등) 등 3개 목적별로 구분했습니다.

분석 결과, 최근 15개월 동안 5개 부처는 75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중 투자 부문이 35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제도 부문이 28개, 시장 부문이 12개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자부가 40개로 가장 많은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뒤이어 환경부가 23개였습니다. 환경부의 경우 제도와 투자를 중심으로 기후테크 육성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활동이 많았습니다.

정책 상당수는 수소나 원자력발전소 등 탈탄소에너지나 에너지분산화를 돕는 클린테크 분야 내 에너지신산업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전기자동차나 친환경 선박 같은 카본테크 육성과 관련한 정책도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별 정보가 혼재돼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전반적인 정책 방향성과 세부사항을 파악하는 작업이 어려웠다고 기관은 지적했습니다.

기후테크 육성에 투입되는 ▲자금 ▲제도 정비 ▲정책 등에 대한 통합적인 분석을 지연시킬뿐더러, 정책 보완이나 신규 정책 수립 역시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지적했습니다.

분산된 정부 정책을 통일하고, 정보공개 창구 개선 등이 필요하단 제언도 나왔습니다.

좋은 사례로는 영국의 ‘넷제로 연구 및 혁신 프레임워크’가 소개됐습니다. 기초 연구부터 상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며, 기술개발 단계별로 자금과 지원 역시 체계적으로 제공됩니다.

 

한국 맞춤형 기후테크 비전 개발 필요성 ↑…주의점은? 🔔

이밖에도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기후테크 생태계 육성을 위한 여러 정책 제언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국내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기후테크 비전과 전략의 개발 필요성입니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은 환경 분야에서의 주도권을 공고히 하고자 기후테크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시켜 정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책은 기후대응보다는 주로 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글로벌 물류허브란 지리적 이점을 살려 기후금융과 탄소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기후테크 육성전략을 마련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2023년 6월 발표된 전략 이후 별도 구체적인 비전이나 전략이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기후테크 산업의 생태를 고려할 경우 국가 차원의 비전과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는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도 중요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기후테크는 경제성장과 함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연계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피해가 최소화돼야 하는 기술을 발굴해야 육성해야 합니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단기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도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후테크는 지양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기후테크 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법제도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한국은 아직 기후테크 산업을 표준산업분류체계에 반영하지 않은 점이 대표적으로 지적됐습니다.

법과 제도에 근거한 육성정책이 수립돼야 정권에 따라 중점 육성 분야가 바뀌는 문제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이외에도 ▲표준화된 투자 근거 수립 ▲기후테크 인식 개선 등의 필요성이 언급됐습니다.

정수종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장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산업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특히,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국가 신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피력했습니다.

 

[국가 기후테크 육성 종합전략 보고서 모아보기]
① “새로운 기후테크 분류체계 개발 필요”
② 한국 기후테크 기업 전수조사 결과 발표…“양분화된 구조 발견”
③ 17개 지자체별, 유망 기후테크 산업은?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쓰기

관련 기사

기후테크, 스타트업

아람코 벤처스, 독일 최대 직접 공기 포집 실증 공장 건설 투자

기후테크

2025년, 기후테크 혁신의 원년! 주목해야 할 10가지 변화

기후테크

2025 클린테크, ‘기술 잠재력’에서 ‘경제성’ 시대로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