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퍼시피코에너지가 한국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수천억 원 규모 투자를 확정했습니다. 미국 기업으로는 국내 해상풍력에 대규모 투자를 신고한 첫 사례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퍼시피코에너지는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미국 기업 투자 신고식’에서 이같은 투자를 확정했습니다. 이날 퍼시피코에너지는 산자부에 투자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투자신고서에 의하면, 퍼시피코에너지가 전남 진도에서 추진 중인 420㎿(메가와트) 규모 명량해상풍력사업과 전남 지역 해상풍력 공급망 구축에 전액 투입됩니다.
단, 해당 투자 건의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날 퍼시피코에너지를 포함해 미국 3개 기업이 6억 1,000달러(약 8,500억원)을 투자했다고 산자부는 밝혔습니다. 같은날 투자를 확정한 나머지 기업은 세계 2위 전력반도체 기업 온세미 컨덕터와 첨단소재 기업 코닝입니다.
美 퍼시피코에너지, 전남 진도 해상풍력 프로젝트 대거 투자 💨
퍼시피코에너지는 2012년 설립된 기업입니다.
미국 외에도 일본·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측이 운영·건설 중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규모는 1.5GW(기가와트)가량입니다. 나아가 10GW가 넘는 해상풍력 개발사업 파이프라인을 확보했습니다.
사측은 우리나라 전남 진도에 3.2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클러스터(산업단지) 조성도 추진 중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2018년 한국 법인도 설립한 상태입니다.
클러스터는 3개 단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명량해상풍력(420㎿) ▲만호해상풍력(990㎿) ▲진도바람해상풍력(1.8GW) 등입니다. 2029년 착공해 2032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합니다.
퍼시피코에너지는 이번 투자금이 그중에서도 명량해상풍력 사업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진도 해상풍력발전클러스터의 1단계 사업입니다. 현재 발전사업 허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투자액 일부는 전남 지역 해상풍력 공급망 구축에도 투자됩니다.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투자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윌리엄 프랭클린 퍼시피코에너지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녹색 전환과 한국 해상풍력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투자 취지를 밝혔습니다.
한국이 아태 지역 중에서도 해상풍력 허브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단 것이 그의 판단입니다.
최승호 퍼시피코에너지코리아 대표는 “이번 투자신고를 계기로 명량해상풍력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전남과 진도의 해상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기업 대규모 투자, 해상풍력 14GW 목표 마중물 될까? 💰
앞서 지난 3월 산자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14.3GW를 보급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해당 규모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바탕으로 산정됐습니다.
지난 5월 제11차 전기본 총괄위원회 역시 11차 전기본 실무안 발표 당시 ‘해상풍력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 해상풍력 보급은 여러 어려움으로 발전이 더딘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상업운전 중인 해상풍력발전단지는 3곳에 불과합니다. ▲제주 탐라(30㎿) ▲전북 서남권(60㎿) ▲전남 영광(34.5㎿) 순입니다. 그마저도 100㎿이내로 발전 규모가 작습니다. 2030년 14GW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약 112배 넘게 확장해야 합니다.
이에 많은 해외 기업이 국내 해상풍력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입니다.
일례로 2023년 14건, 총 6.41GW 규모의 해상풍력 개발사업이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중 다수가 해외기업 또는 한국-해외기업 합작 프로젝트입니다.
구체적으로 세계 최대 해상풍력 기업 오스테드를 포함해 ▲노스랜드파워(캐나다) ▲CIP·COP(덴마크) ▲레노바(일본) ▲토탈에너지(프랑스) 등이 사업자로 참여했습니다.
해외 기업들이 개발 중이거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해상풍력 규모는 16GW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퍼시피코에너지의 투자 결정은 현재 투자를 계획 중인 타 해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韓 풍력발전, 해외 기업 먹거리 될 수도…“국내 산업 보호 필요”
산자부는 2030년 해상풍력 14GW 목표 달성을 위해선 100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이런 해외 투자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칫 국내 해상풍력발전 시장이 해외 기업에 잠식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영국 재생에너지무역협회 리뉴어블UK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세계 총 해상풍력발전 용량 75GW 중 상위 5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합니다. ▲중국(36.76GW) ▲영국(14.7GW) ▲독일(8.3GW) ▲네덜란드(3.7GW) ▲덴마크(2.7GW) 순입니다.
이와 달리 국내 풍력터빈 시장 내 국산 점유율은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28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풍력터빈 시장에서 국산 점유율은 2019년 53%에서 지난해 13.3%로 급감했습니다. 2022년에는 0%였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설치된 691.2㎿ 규모 풍력터빈 가운데 국산 비중은 32%에 그쳤습니다. 대 신 풍력터빈의 절반 이상이 독일과 덴마크 제품이었습니다. 작년 기준 독일산 점유율은 62.2%, 덴마크산 점유율은 24.4%로 분석됐습니다.
그간 내수시장이 작았던 까닭에 사업을 키우거나 역량 강화에 한계가 있었단 것이 업계의 말입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술력 육성과 함께, 초기 참여자 보호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