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후테크센터, 한국 기후테크 기업 전수조사 결과 발표…“양분화 구조 발견”

"클린>카본>에코>푸드>지오테크…중장기적으로 바뀌어야”

국내 기후테크 기업 중 극초기(시드) 투자 이상을 유치한 기업이 564곳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가 지난 15일 발간한 ‘국가 기후테크 육성 종합전략’ 보고서에 담긴 정보입니다. 보고서는 한국의 기후테크 현황과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다뤘습니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국내외 기업 데이터베이스와 2023년 기준 공공·민간행사 참여기업 목록 등을 기반으로 기후테크 기업을 조사했습니다.

기존 업체가 기후테크 기업으로 전환한 경우도 포함됐습니다. 이 경우는 기후테크 관련 신제품·서비스가 출시되거나, 조직개편으로 신사업을 추진 중임이 명문화된 경우만 한정했습니다.

이후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제시한 기후테크 5대 분야를 기반으로 선별된 기업을 분류했습니다.

현재 탄녹위는 기후테크를 크게 ①클린테크 ②카본테크 ③에코테크 ④푸드테크 ⑤지오테크 순으로 구분합니다.

조사 결과, 국내 기후테크 기업 564곳 중 188곳이 클린테크 분야에 가장 많이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카본테크(121곳), 에코테크(119곳), 푸드테크(100곳), 지오테크(32곳) 순이었습니다.

 

 

한국 기후테크 기업, 에코테크 ↑·지오테크 ↓…배경은? 🤔

이같은 결과는 주요국의 기후테크 통계와 다르다는 것이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의 설명입니다.

해외의 경우 클린테크와 카본테크에 이어 푸드테크·지오테크·에코테크 순으로 기업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에코테크 분야의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지오테크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보고서는 그 배경으로 크게 2가지를 언급했습니다.

첫째, 국내에서는 에코테크 분야가 타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간 친환경 열풍 역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둘째, 지오테크 분야의 경우 기후공시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보다 국내에서 법제화가 늦어지는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오테크는 기상·기후데이터와 함께 탄소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기후공시 등 정책동향에 더 민감한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역시 기후공시를 시작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허나, 아직 공시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탄소회계·기후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덜 부각됐다는 말입니다.

 

 

클린>카본>에코>푸드>지오테크…‘기후적응’ 3곳 불과 📊

세부 분야를 살펴보면 그 차이는 더 명확해집니다.

클린테크(188곳)의 경우 에너지저장 부문 기업이 77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대개 이차전지와 연료전지가 차지했습니다. 그다음 에너지신산업이 42곳을 차지했습니다. 에너지효율화나 분산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관련돼 있습니다.

이후 재생에너지(38곳), 탈탄소에너지(17곳) 순이었습니다. 유럽과 북미의 경우 재생에너지 분야가 두드러진 것과 대비됩니다.

카본테크(121곳)는 전기자동차 등 모빌리티 부문이 87곳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보고서는 “유럽과 북미에 비해 아시아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탄소포집과 공정혁신 분야는 각각 15곳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는 탄소포집과 공정혁신 기술이 발달한 것과 비교됐습니다.

에코테크(119곳)는 자원순환이 60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친환경(28곳), 폐기물 절감(27곳) 순이었습니다.

푸드테크(100곳) 분야는 스마트농업 같은 애그테크가 56곳으로 가장 컸습니다. 대체식품(28곳), 스마트식품(13곳) 분야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오테크(32곳)는 탄소데이터(13곳)와 기후데이터(12곳) 분야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기후적응 분야는 3곳에 불과했습니다.

 

“초기 vs 중견·대기업 확장, 양분화된 한국 기후테크” 🌐

기업 규모별 분포를 살펴본 결과, 564곳 중 시드 단계 기업이 167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기후테크 기업에서 31%를 차지한 겁니다. 이어 시리즈A(117곳)와 프리A(78곳) 단계 기업이 뒤를 이었습니다.

시리즈B(50곳) 이후 단계인 시리즈C(19곳)와 시리즈D(2곳)로 갈수록 기업수가 줄어든 것이 확인됐습니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국내 기후테크 산업 산업이 주로 초기 창업 단계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후테크 기업 중 상장기업은 41곳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중 2010년 이후 설립된 기업은 7곳에 불과했습니다. 21개 기업은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분류됐습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기업공개(IPO)·인수합병 등‘엑싯(Exit)’한 사례보다는 기존 산업에서 기후테크 분야로 산업을 확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또 5대 분야별 투자 규모를 살펴본 결과, 클린테크에서만 후기 단계 투자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경우 클린테크를 제외한 경우 나머지 분야에서는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단 뜻입니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국내 기후테크 생태계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과 ‘중견·대기업의 기후테크로의 사업 확장’으로 양분화된 구조를 띠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중장기 투자가 필요한 탄소포집·공정전환 같은 카본테크 분야와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단 것이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의 제언입니다.

산업계 기후리스크 진단을 돕기 위해서는 탄소회계·기후리스크 관리 등 지오테크 분야 기업 역시 성장해야 합니다.

기관은 “중견·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전방·후방 산업 활성화 정책를 수립할 시 국가경쟁력 확보와 공급망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 인해 에너지사용량과 탄소배출량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배출량 진단·저감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안토라에너지는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일명 ‘탄소 블록’을 통해 열로 전환한 후 저장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Antora Energy

감축·적응 목적 확인 시 ‘기후테크’로 분류해야 🔍

정부는 현재 전체 스타트업에서 기후테크 비중을 10%까지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같은기간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10개를 창출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삼정KPMG에 의하면, 2023년 기준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불과합니다. 국내에서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편,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기후테크 분류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점도 짚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적응을 목적으로 한 기술만 기후테크로 분류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후테크가 기존 환경보호나 녹색산업과 유사한 만큼 산업계 내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관은 수자원 사업을 예시로 소개했습니다. 수자원 사업 중 홍수방지를 위한 기반시설 구축 사업은 기후테크에 포함됩니다. 단, 기후적응이나 예방 목적이 없는 수질관리 사업은 기후테크에 포함될 수 없습니다.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기 오염물질 저감 사업 역시 기후테크로 볼 수 없습니다.

서울대 기후테크센터는 기후테크 분류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을 위주로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단 점을 역설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효율적인 제도 지원과 실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관은 밝혔습니다.

달리 말하면 기후테크 관련 제품·서비스가 실제로 감축이나 기후적응에 도움이 되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후테크 투자 전문기관 사이트라인클라밋이나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같은 민간 기관들도 유사한 개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가 기후테크 육성 종합전략 보고서 모아보기]
① “새로운 기후테크 분류체계 개발 필요”
② 한국 기후테크 기업 전수조사 결과 발표…“양분화된 구조 발견”
③ 17개 지자체별, 유망 기후테크 산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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