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이후) 모든 시나리오에서 석탄발전 이용률은 50%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때부터는 투자 비용의 회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송용현 넥스트 전력시장 프로그램 디렉터
사단법인 넥스트의 송용현 전력시장 프로그램 디렉터가 ‘탄소중립 시대, 국내 석탄발전의 현황과 미래’ 세미나에서 밝힌 말입니다.
지난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미나는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넥스트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가 공동 주최했습니다. 행사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구체적이고 비효율적인 탈석탄 로드맵을 논의하고자 마련됐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내 석탄발전의 현황과 미래 ▲동해안 송전선로 부족 ▲청정 암모니아의 역할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넥스트 “2050 모든 시나리오서 석탄발전 좌초자산 행” 🏭
우리나라는 2025년을 시작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를 시작합니다. 전체 59기 중 28기를 2036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지할 계획입니다.
넥스트 자체 분석 결과, 탄소중립 달성이란 기조 아래 2035년 이후부터는 석탄발전소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2030~2035년 사이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지를 해야한단 것이 송 디렉터의 말입니다.
이는 올해 3월 넥스트가 공개한 자체 보고서에 담겨 있습니다.
넥스트는 현재 정책 유지 시나리오 등 총 10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탈석탄 경제성을 분석했습니다. 각 시나리오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재생에너지 설치량 ▲연료가격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적용됐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별 석탄발전소 이용률, 좌초비용, 보상비용 등 여러 요소를 반영했단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그 결과, 10개 모든 시나리오에서 2035년 이후 석탄발전소 이용률은 50%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송 디렉터는 시장 또는 규제 등 동향으로 석탄발전소가 “투자 비용의 회수가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즉, 석탄발전소는 좌초자산*이 될 수밖에 없단 것. 따라서 2035년 이전에 석탄발전소의 효율적인 조기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석탄발전소 조기 폐지 보상비용으로는 최소 1조 5,000억 원에서 최대 10조 9,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넥스트는 분석했습니다.
송 디렉터는 좋은 사례 중 하나로 독일의 석탄발전 조기 폐지에 대한 보상 정책을 언급했습니다. 독일은 2020년 탈석탄법 통과에 따라 석탄발전 조기 폐쇄 및 보상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석탄발전소가 감축·폐지 용량과 가격을 제안하고, 추후 정부가 경매를 통해 결정된 보상금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좌초자산(Stranded asset): 회계상 규제, 기후변화 등 예상치 못한 문제로 가치가 급락하여 손실처리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말한다.
BNEF 애널리스트 “韓 석탄 미래? 동해안 송전망 지연에 더 악화될 것” ⚡
동해안 송전망 부족이 석탄발전소의 발전 제약을 심화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유미 BNEF 애널리스트는 대표 사례로 삼척블루파워를 언급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건설된 석탄발전소로, 강원 삼척에 있습니다. 해당 발전소 1호기는 거듭 연기 끝에 지난 5월 상업운전을 개시했습니다.
그러나 김 애널리스트는 “당장 전력 생산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요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전선로의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삼척블루파워를 포함해 동해안 일대에는 화력발전소 4곳, 원자력발전소 8기가 몰려 있습니다.
이미 GS동해전력의 북평화력발전소를 포함해 동해안 일대 발전소 3곳이 지난 4월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김 애널리스트는 “봄이 전력수요가 적은 계절이지만 여러 발전소가 일시에 멈춘 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전선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역 내 송전선로 건설은 지역사회 갈등으로 거듭 연기됐습니다. ‘동해안-신가평 초고압 송전선로’ 사업’은 2021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오는 2025년으로 연기됐습니다. 신가평-수도권 연결 구간 역시 2026년으로 완공 시점이 늦춰졌습니다. 건설이 더 장기화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동해안 송전망이 모두 완공될 시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단될 위험이 없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김 애널리스트는 “더 악화하면 악화하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대형 원전이 포함된 것과 관련됩니다.
수용성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신규 원전 건설은 강원도 지역이 유력하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 경우 신규 발전소 증설에 따라 송전망 부족이 되풀이 될 수 있단 것이 BNEF의 전망입니다.
청정 암모니아 혼소발전, 3가지 장애물 마주할 것 📢
한편, 국내에서 탄소배출량 감축 대안으로 여겨지는 ‘석탄-함모니아 혼소발전(이하 암모니아 혼소발전)’ 또한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모니아 혼소발전은 석탄발전소에서 석탄을 줄이고 무탄소 연료인 암모니아를 혼합해 발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존 석탄발전소 설비를 개조해 활용할 수 있단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BNEF 분석에 의하면, 암모니아 혼소발전을 추진 중인 곳은 총 14개국입니다. 그중 12개국이 아시아에 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강동관 BNEF 총괄은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해당 기술 수출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 총괄은 “많은 국가가 추진 또는 도입한다고 (암모니아 혼소발전이) 좋은 기술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암모니아 혼소발전의 장애물로 크게 3가지를 꼽았습니다.
①탄소집약도 ②경제성 ③에너지안보 등입니다.
첫째, 암모니아 혼소발전은 태양광·해상풍력발전보다 탄소집약도가 높습니다. 기술적 한계로 암모니아 혼소비율이 약 20%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즉, 석탄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둘째, 암모니아 혼소발전 비용이 다른 발전원너지보다 비쌉니다. 암모니아 자체가 고가의 원료이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마지막, 청정 암모니아의 경우 에너지안보 우려가 있습니다.
일례로 호주처럼 재생에너지가 저렴한 국가는 한국보다 그린 암모니아 생산 비용이 더 저렴합니다. 쉽게 말해 암모니아 혼소발전이 확대될 경우 해외 생산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단 것이 강 총괄의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그는 “(암모니아 혼소발전이) 에너지안보상 바람직한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그는 “암모니아를 포함한 글로벌 수소시장이 높은 가능성을 지닌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청정 암모니아가 아니면 대안이 없는 업종에 우선 사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전기화가 어려운 장거리 해운업계가 대표적입니다.
韓 석탄발전사, 혼소발전 집중하는 이유는? “정부 신호 불명확 때문” 🚦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탄발전소를 운영 중인 발전사들이 암모니아나 수소 혼소발전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패널토론에서 서연정 BNEF 애널리스트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시각은 다르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한전)와 산하 발전 자회사들은 좌초자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혼소발전을 보고 있단 것이 서 애널리스트의 말입니다. 반면, 민간발전사는 혼소발전을 신사업 기회로 보고 있단 것.
박상욱 JTBC 기자는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큰 이유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명확한 신호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 자산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대비하려 한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박 기자는 “개별 발전소 사업자가 스스로 전환 계획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명확하고 일관된 신호를 보내야 할 필요가 있단 점을 그는 강조했습니다.
탈석탄 비용 책임 논쟁 속 ‘석탄발전 기여도’ 잊지 말아야 ✴️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좌초비용과 탈석탄 비용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였습니다.
김집 한국에너지공과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자유시장에서는 사업자가 본인의 리스크를 져야 한다”면서도 “모든 외인적 요인을 떠안는 것은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권에 따른 정책 기조 변경, 송전망 건설 지연, 지역사회 갈등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란 것입니다.
박 기자는 사회의 경로의존성과 무관심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1970년대 석유파동 시기부터 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얘기했음에도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은 계속됐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비용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탈석탄을 외치면서 사실상 변화가 요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간 우리는 값싼 전기를 누리면서 탈석탄을 외쳐왔다”는 것이 박 기자의 말입니다.
따라서 박 기자는 탈석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보상비용 산정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보호를 강조했습니다. 과거 탄광 폐쇄 이후 쇠락한 강원도 태백 같은 지역을 기억해야 한단 것. 그는 석탄발전이 많은 충남 당진 등의 미래를 상상해 보면 “아찔할 정도”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석탄발전의 기존 역할에 대해선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석탄발전이 전력계통 안정에 기여해온 바가 있단 뜻입니다. 따라서 그는 석탄발전 조기 폐지의 보상비용 등을 산정하는데 이러한 기여도가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