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출규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규제 인식 및 대응 수준은 크게 미흡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업들은 ESG 수출규제에 미흡한 대응한 원인으로 비용부담을 꼽았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수출기업 205곳을 대상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ESG 규제 대응 현황과 정책과제’ 조사 결과를 지난 26일 발표했습니다. 조사는 지난 6일부터 19일까지 전환·인터넷·팩스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대한상의는 EU가 추진 중인 6개 정책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 수준을 평가했습니다.
6개 정책은 ①탄소국경조정제도(CBAM) ②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③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④배터리 규제 ⑤에코디자인 규정(ESPR) ⑥포장재 규제안(PPWR) 순입니다.
철강·시멘트 등 EU로 수입되는 역외 제품에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작년 10월부터 시범실시에 들어갔습니다.
국내에서는 ‘공급망 실사법’으로 불리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은 현재 유럽의회 승인만 남겨둔 상태입니다. 다른 정책들 또한 현재 입법 단계에 있습니다.
EU ESG 수출규제에 韓 기업 인식 수준 42점·대응수준 34점 불과 🤔
조사 결과, EU의 6개 주요 ESG 수출규제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 수준은 100점 만점에 42점에 불과했습니다. 대응 수준은 34점으로 마찬가지로 낮았습니다.
기업 규모에 따라 ESG 수출규제 인식과 대응 수준은 차이가 컸습니다.
ESG 수출규제 인식 수준은 대기업은 55점인 반면, 중소기업은 40점에 그쳤습니다. 대응 수준도 대기업 43점, 중소기업 31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ESG 수출규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뿐더러, 대응노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의 인식 수준은 55점으로 가장 높은 반면, 대응 수준은 35점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해당 규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정작 대응 역량이 뒤처진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韓 기업 “EU 수출규제 중 ‘탄소국경조정제도’가 가장 큰 부담” ☁️
실제로 국내 수출기업들은 가장 부담이 되는 ESG 수출규제로 탄소국경조정제도(48.3%)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23.9%), 포장재 규제안(12.2%),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10.7%) 등 순이었습니다.
탄소국경제도는 현재 시범 실시 중이며 오는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대한상의는 “(해당 규제가) 제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뿐더러, 향후 석유·화학·플라스틱 등 대상 품목이 추가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관련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탄소배출량 측정 어려움’이 52.7%로 1위로 꼽혔습니다. 이어 ‘탄소저감시설 투자 자금 부족(41.0%)’과 전문인력 부족(37.1%) 순으로 나왔습니다.
응답기업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을 위한 정책과제로 ‘탄소배출량 검증 시 국내 검증기관 인정 필요(54.1%)’와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 완화(53.7%)’ 등을 꼽았습니다.
국내 수출기업 대다수 ‘공급망 실사’ 시행하지 않아…“정책지원 필요” ⚖️
또한, 응답기업 상당수가 공급망 실사를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급망 실사를 시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81.4%가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시행하고 있다’와 ‘시행할 계획’이란 응답은 각각 9.3%에 그쳤습니다.
EU 이사회를 통과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은 전체 공급망에 인권·환경에 대한 실사를 요구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공급망 내 강제노동, 삼림벌채 등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할 의무를 기업에게 부여한단 것. 규정 위반 시 연매출의 최대 5%까지 벌금이 부과됩니다.
한국을 비롯한 비(非) EU 국가도 조건 충족 시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공급망실사법’으로 불립니다.
특히, 해외에 소재한 협력업체에 대한 공급망 실사 대응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 67.9%를 차지했습니다. ‘어느 정도 대응하고 있음’과 ‘매우 잘 대응하고 있음’은 각각 10.4%와 0.9%에 그쳤습니다.
대한상의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해외 협력업체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에 대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응답기업 52.7%, ESG 수출규제 대비 위한 교육·가이드라인 제공 필요 📖
한편, 기업들은 ESG 수출규제와 관련한 주요 애로사항으로 ‘시설 교체·시스템 구축 등 비용부담(53.7%)’이 가장 크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어서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 설정(37.6%)’과 ‘관세장벽 및 보호무역주의 강화(31.2%)’ 순이었습니다.
이같은 ESG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대응계획 및 방안 수립을 위한 교육·가이드라인 제공(52.7%)’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금융·세제혜택 등 비용 지원(44.9%)’과 ‘규제 및 법안 관련 동향정보 전달(27.8%)’ 요청 또한 많았습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EU를 중심으로 한 ESG 수출규제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며 “DFL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지원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