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1차 전기본) 실무안과 관련해 국제적인 흐름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단, 구체적인 수치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1차 전기본 실무안의 평가와 제언’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7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국회입법조사처는 “정치·행정 불확실성이 높아 11차 전기본의 조속한 수립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정부는 작년 5월 말 오는 2038년까지 향후 15년까지 국가의 전력수급 기본방향과 발전설비 계획 등을 담은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국회 상임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보고와 전력정책심의회 심의·확정만 남겨둔 상황입니다.
정부는 당초 2024년 연내에 11차 전기본을 수립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에 따른 정치·행정 불확실성으로 인해 11차 전기본 수립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정부는 산자위 소속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방문해 최종안 확정의 시급함을 알리던 중이었으나 비상계엄 사태 촉발로 인해 기약 없이 뒤로 밀리게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서는 전기본 전면 재수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전기본이 해를 넘겨 확정된 적은 있었으나, 11차 전기본 확정안은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인해 상당히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당장 작년 12월 공개 예정이던 제6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 역시 확정되지 못했습니다. 에너지 중장기 보급계획과 온실가스 저감목표 등이 담긴 집단에너지 계획은 전기본과 연동돼 있습니다.
원자력 vs 재생에너지, 전기본 수립서 갈등 반복
국회입법조사처는 전기본 수립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짚었습니다. 실제로 9월 26일 열린 11차 전기본과 관련해 열린 국민 공청회에서 백지화를 요구하던 지역주민과 기후·환경활동가 18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기관은 전기본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운영·폐로 ▲재생에너지 보급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전기요금 ▲탄소중립 목표 달성 등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큼 이해관계나 시각 역시 대립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언급했습니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과 논란을 초래한 쟁점은 단연 발전원 구성입니다.
2038년 전원별 발전 비중은 ▲원자력 35.6% ▲신재생 32.9% ▲액화천연가스(LNG) 11.1% ▲석탄 10.3% ▲수소·암모니아 5.5% ▲기타 4.6% 순입니다.
정부는 2038년까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포함해 원자력발전소 4기를 건설한다는 구상입니다. 규모로는 약 4.2GW(기가와트)에 달합니다. 발전 단가가 저렴하고 기저부하를 안정적으로 감당하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원으로서 원전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11차 전기본 내 재생에너지 비중은 10차 전기본과 동일하게 유지됐습니다. 단, 전력 발전량 자체는 다소 증가했습니다. 11차 전기본 내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72GW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역시 도전적인 목표란 점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1차 전기본 실무안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10차 전기본과 동일하게 유지한 것은 청정에너지 확대라는 국제사회의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제 흐름 부합 위해선 전기본 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기관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RE100 달성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본 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나온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3배 확대 서약 등과 같은 국제적인 흐름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환경부 역시 최종협의 의견을 통해 11차 전기본에서 설정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상향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서는 ▲영농형 태양광 보급을 위한 규제 완화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한 법 제정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도 논의가 긴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농지법에 따라 영농형 태양광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작년 4월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전략 확산을 위해서는 농지법 개정 또는 법안 신설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7일 기준 22대 국회에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을 위한 법률안이 크게 2개 발의돼 있습니다. 모두 상임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해상풍력 보급 활성화를 위한 법안 역시 8개가 발의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1월에 해상풍력법 등 4개 법안을 1월에 국회에서 일괄 처리할 것을 제안한 상태입니다.
안정적 전력계통 위해 전력망 확충 필요…정보 공개 투명해야
아울러 안정적인 전력계통을 갖춰야 할 필요성으로 “전기본에 따라 적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현재 부족한 국가기간 전력망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22대 국회에서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 등 관련 법률안 10건이 발의돼 소관 상임위에서 검토 중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와 산업계 역시 조속한 법률 통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관은 해당 법률안에 ▲정보 제공 ▲주민 의견수렴·참여 ▲지방자치단체 참여·권한 ▲보상·지원 등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한 규정이 균형있게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산자부가 11차 전기본 실무안 내 2030년 전원별 발전량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와 설명을 충분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11차 전기본이 2030 NDC 달성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산업 부문 감축목표를 800만 톤 정도 완화한 바 있습니다. 원료 수급과 기술개발 어려움 등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그 대신 400만 톤을 전환(발전) 부문에서 추가로 감축해야 할 양으로 조정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전기본에서 탄소중립과 2030 NDC 목표 달성 여부와 관련된 사항은 더욱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