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8년까지 국내 발전설비 계획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공청회에서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를 두고 논쟁이 오갔습니다.
공청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26일 오전 세종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의 국가 전력수급의 기본방향과 장기 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난 5월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한 뒤 의견수렴을 진행 중입니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노후 화석연료발전소의 무탄소전원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원전 등 무탄소전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합니다.
발표 직후부터 환경단체는 전면 백지화와 함께 원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촉구해왔습니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재생에너지만으로 충족하기에 부족하다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이날 공청회는 첨예한 대립 속 여렸습니다. 행사는 11차 전기본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피켓시위로 인해 행사 시작이 약 20분 정도 지연됐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설전이 거듭됐습니다.
산자부, 11차 전기본 ‘과학적 수요 전망’ 강조 📢
산자부는 11차 전기본의 특징으로 ‘과학적 수요 전망’을 강조했습니다.
이전까지 전기본 내 전력수요 예측은 경제성장률·기후변화·인구 전망 등을 기반으로 추산됐습니다.
정부는 이같은 방식으로는 수소환원제철과 히트펌프 도입 등으로 인한 미래 산업계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 등 첨단산업 신규 투자와 데이터센터 신설 등으로 인한 추가 수요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11차 전기본에서는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추가 전력수요를 산정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구체적으로 2038년까지 ▲첨단산업 1.4GW(기가와트) ▲데이터센터 4.4GW ▲전기화 11.1GW 등 16.7GW의 추가수요가 추산됐습니다.
기존 수요예측에 추가수요까지 더한 결과, 2038년 2전력수요는 129.3GW로 전망됐습니다.
현재 확정된 설비를 제외하면 목표기한까지 추가로 필요한 신규설비는 10.6GW로 추산됩니다.
“무탄소에너지, 2025년부터 ‘시장경쟁’으로 옥석 가려” 💰
산자부는 발전원(에너지믹스) 구성에서 ‘재생에너지와 무탄소에너지의 조화로운 확대’가 고려됐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신규 화석연료 발전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원전·수소·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무탄소전원을 활용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통해 무탄소에너지 비중이 현재 40% 미만에서 2038년 70%까지 상향될 것으로 산자부는 전망했습니다. 나아가 전환(발전) 부문 감축목표 상향과도 연계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2035년까지 소형모듈원전(SMR) 실증에 들어간다는 내용도 공유됐습니다. 2037년 전후로 1.4GW 규모의 대형원전 3기를 세울 계획라고 정부 측은 말했습니다.
무탄소전원 간의 경쟁도 유도합니다.
문양택 산업통상부 전력정책과장은 무탄소전원을 경쟁시켜 경쟁력 있는 무탄소전원을 진입시키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어떤 기술이 경쟁력이 있을지 지금은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문 과장은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위해 2025년 ‘무탄소전원 입찰시장’ 개설도 실무안에 포함됐습니다.
11차 전기본 총괄위원 겸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의 박종배 교수는 SMR·수소전소발전뿐만 아니라, 해상풍력·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모든 무탄소전원에 열려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동욱 제11차 전기본 총괄위원장은 “시장경쟁을 통해 저렴한 무탄소발전원이 들어옴으로써 발전원 간 갈등이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원전vs재생에너지 두고 시각차 다시 확인 🤔
토론회에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두고 설전이 오갔습니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전력수요를 과대 전망하고 그 자리를 원전으로 채웠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대신 원전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이에 총괄위는 11차 전기본이 10차 전기본 대비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11차 전기본 속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72GW입니다. 10차 전기본 속 65.8GW에서 6.2GW 늘어난 겁니다. 총괄위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란 점도 강조했습니다. 현재 계통여건과 추진환경을 고려할 경우 2030년 보급 가능한 재생에너지 규모는 61.1GW에 불과하단 것이 총괄위의 말입니다.
정 총괄위원장은 “재생에너지를 먼저 우선시했다”며 “그럼에도 부족한 용량을 다양한 무탄소전원으로 보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청회에 참가한 한 태양광발전 사업자는 현장 질의에서 정부의 원전 정책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최근 원전 수명 연장으로 인해 전력계통이 부족해지자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일례로 현재 호남·제주 지역의 신규 태양광·풍력 발전사업 허가는 올해 9월부터 2031년 연말까지 사실상 중단된 상황입니다. 전력계통 부족 때문입니다.
그는 최근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1·2호기의 수명연장 추진으로 인해 송전망 부족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1차 전기본 총괄위원 겸 위덕대 전력시스템공학과의 박정도 교수는 “전력망의 신속한 건설을 위해 연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기본 연내 확정 가능? “야당·환경단체 반대 거세” 🤔
산자부는 공청회 다음 절차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11차 전기본 실무안 보고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다음 올해 4분기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단, 국회 보고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대해 완전 재검토 나아가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불충분하고 SMR 등 불확실성이 높은 기술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이 주된 지적사항입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국회 보고를 거부할 시 심의위 심의와 최종 확정 모두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셉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4개 시민단체는 공청에 앞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차 전기본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