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업에 태양광 발전을 결합한 영농형 태양광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도 식량안보를 높일 수 있는 일거양득 기술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법적 문제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은 한국 재생에너지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란 주제로 지난 2일 열린 언론인 대상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세미나는 에너지전환포럼과 기후미디어허브가 공동 주최했습니다.
정 교수는 작물에 적합한 한국형 표준 영농형 태양광 발전 연구에 앞장선 인물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6년간(2016년~2021년) 전국 66개소 영농형 태양광 시범 실증단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실증 연구 결과 영농형 태양광의 높은 잠재력이 확인됐음에도 한국에서는 법적 문제로 인해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영농형 태양광, 농사+태양광에 효율성 최대 1.6배 ☀️
컨설팅 기업 코히런트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영농형 태양광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43억 4,000만 달러(약 5조 7,880억원)로 추산됩니다. 특히, 일본·미국·유럽 등이 영농형 태양광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그 배경으로 ①탈탄소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필요성 대두 ②이상기후로 인한 식량안보 중요성 등 2가지를 꼽았습니다.
이는 영농형 태양광의 ‘그림자 효과(Shading Effect)’ 덕분입니다.
작물에 그림자를 제공함으로써 이상기후로 인한 여름철 폭염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폭우가 내려도 작물에 직접 닿는 강수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때 물 수집 시설을 설치하면 빗물을 저장해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영농형 태양광에서는 생산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작물 생산량과 함께 발전량까지 더해 영농형 태양광 효율을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작물 생산량과 태양광 발전량의 최대 효율을 1이라고 할 때, 영농형 태양광으로 결합하면 각각 효율은 80%로 떨어집니다. 그러나 결국 둘을 합치면 160%의 효율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이같은 개념을 ‘토지등가비율(LER)’이란 지표로 만들어 영농형 태양광 효율 평가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 소득 증대 ▲농지소멸 방지 ▲농촌경제 활성화 등의 부수적 효과로도 이어집니다. 이를 통해 한국이 당면한 농촌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농지 내 태양광발전을 금지한 이탈리아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은 규제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이탈리아는 올해 5월 식량주권 위협을 이유로 농지 내 태양광 신규 설치를 금지한 상황입니다.

농법 개발·수직형 도입 등 기술 고도화 ⚙️
최근에는 여러 연구개발(R&D) 덕분에 영농형 태양광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입니다. 농민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작물 생산성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농법도 여럿 개발되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일부 작물을 제외하고는 80% 이상의 생산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차·무화과·포도 등 일부 작물의 경우 생산상이 향상된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지난 6년간(2016년~2021년) 국내 66개 영농형 태양광 시범 실증단지를 전수조사한 결과입니다.
태양광의 간헐성으로 인한 전력계통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소개됐습니다.
수직형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더하는 것입니다. 기존 영농형 태양광은 수평 또는 경사형 패널로 설치됩니다. 발전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신 특정 시간에 발전량이 극대화돼 전력피크 우려도 높습니다.
반면, 수직형 태양광 패널은 동서 양면으로 설치할 경우 해뜰녁과 해질녁 전력발전이 최대화됩니다.
총발전량은 수평형보다 20%가량 떨어지지만 전력피크 우려를 줄이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 기존 설치와 비교해 공간 차지가 적어 농작물 생산 면적이 늘어난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최적 비율을 연구한 결과, 전력계통 용량 한계를 최대 15%까지 높일 수 있단 결과가 나왔다고 정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는 전남 등 태양광 발전 확대로 계통 부족 문제를 겪는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전력계통 포화 문제로 호남·제주·동해안 지역의 신규 태양광 발전 허가를 지난 9월부터 중단한 상황입니다.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22대 국회 통과 가능할까? ⚖️
이같은 장점에도 한국에서는 법안의 문제로 영농형 태양광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농지법에 따라 농업진흥지역(농업진흥구역·농업보호구역)에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제한받기 때문입니다.
농업진흥지역은 전체 농지의 약 50%에 달합니다. 농업진흥구역은 설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농업보호구역과 그외 농지에는 제한적 설치가 가능하지만 허가 기간이 8년에 불과합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농업인에 한해 영농형 태양광발전 사업을 허가한단 내용입니다. 허가 기간도 23년으로 연장합니다. 단, 이를 위해서는 농지법 개정 또는 법안 신설이 필요합니다.
정 교수는 법으로 농지 내 발전시설 건설을 제한하는 국가가 한국과 일본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등 많은 국가들은 영농형 태양광 지원 법안을 도입한 상황입니다.
일본은 2013년 농지법을 개정해 최대 20년간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한 결과입니다. 현재 일본 내 영농형 태양광 설치 건수는 5,000건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설치 건수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농지법 개정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20년 제21대 국회에서 영농형 태양광 지원을 위한 법안이 추진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현재 제22대 국회에서는 ‘영농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특별법)’으로 재추진되고 있습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지난 6월 대표발의했습니다.
향후과제는? “REC 가산점·관리감독 체계 마련” 💬
정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발의된 특별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쟁점까지 다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보완점으로는 ▲농지 소유주·임차농 간 이익 분배 갈등 해소 방안 마련 ▲농민 고령화에 따른 영농형 태양광 시설 상속세 문제 해소 ▲공기업 참여방안 모색 등이 제안됐습니다.
영농형 태양광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소개됐습니다.
정 교수는 무엇보다 영농형 태양광의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발급 시 별도의 가산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영농형 태양광은 일반 태양광발전과 동일한 가중치(0.7)가 부과됩니다.
영농형 태양광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가중치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현재 8년에서 23년으로 연장을 추진 중인 영농형 태양광 시설 이용 기간을 최대 30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올바른 영농형 태양광이 정착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 체계의 필요성도 나왔습니다.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 정책이 무분별한 태양광 난립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정 교수는 2013년부터 영농형 태양광을 선제 도입한 일본에서 실제로 영리 목적 개발업자의 난개발이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