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7일 열렸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 탄핵안 투표에 참여한 건 야당·무소속 192명 전원, 안철수·김예지·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3명을 포함해 총 195명뿐입니다.
대통령 탄핵안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의 3분의 2를(200명) 채워야 합니다. 투표한 인원이 이보다 적을 시 투표 불성립으로 탄핵안은 자동 폐기됩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모두가 본회의장에서 퇴장했습니다. 이후 김예지·김상욱 의원만 돌아와 투표했습니다.
현재 여야는 윤 대통령의 직무 중단 방식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 등 6개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부결되자 오는 11일 임시국회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을 계속 추진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6개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계속 재발의할 예정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른바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이은 또다른 대통령 탄핵이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오전 공동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 구체적인 국정 운영 방식이나 대통령의 퇴진 시점 등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담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당장은 직을 유지하되,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와 집권 여당이 협의해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책임총리제’ 형태로 풀이됩니다. 이를 두고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옵니다.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에 없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라고 경고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후폭풍…모든 정책 ‘표류’ 중 🌊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 가운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따른 후폭풍은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당장 주요 기후·에너지 정책이 모두 갈 길을 잃은 상황입니다.
①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11차 전기본) ②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③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년 감축목표) 수립이 대표적입니다.
3개 모두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것이 당초 정부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 일정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1️⃣ 11차 전기본|연내 통과 사실상 물 건너 가
11차 전기본은 2038년까지의 국내 발전설비 계획을 담은 중장기 에너지 정책입니다. ▲소형모듈원전(SMR) 1기 ▲신규 원자력발전소 3기 건설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1차 전기본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만 끝내면 확정됩니다.
그러나 11월까지도 국회 보고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과 검사 탄핵 등으로 국회 내 어수선한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11차 전기본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도 영향을 줬습니다. 민주당은 11차 전기본 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합니다. 11차 전기본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요구도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1차 전기본에 해당 요구를 얼마나 반영하는지에 따라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야당의 입장이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11차 전기본이 연내 통과될 것이란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입니다. 이와 관련해 주요 경제지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인 에너지 정책이 곧 동력을 잃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2️⃣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의견수렴 종료, 이후는?
4차 배출권거래제 역시 논의가 뒷순위로 밀려났습니다.
4차 배출권거래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운영됩니다. 11월 27일 환경부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이하 4차 기본계획) 윤곽이 처음 공개됐습니다.
배출권거래제 개편을 통해 한국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년 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에 기여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11차 전기본과 마찬가지로 연내 4차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해 확정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4차 기본계획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됩니다.
현재 4차 기본계획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및 국민 의견수렴은 끝난 상황입니다. 당장 내년에 기업들에게 유상할당 비율을 정하는 등 4차 기본계획을 확정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그리니엄에 “의견수렴을 반영해 내부에서 최종 조율 중”이라며 “(연내 통과를 목표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관계자는 내년 수립되는 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역시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의 주요 쟁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릴 계획이었습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비례)이 주최하는 행사였습니다.
해당 토론회를 비롯한 국회 내 행사는 전날(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계엄군의 국회 난입으로 일괄 취소됐습니다.
3️⃣ 2035년 감축목표 수립|논의 과정서 뒷순위로 밀려나
내년 2월까지 국제사회에 제출해야 할 2035년 감축목표 역시 확정 짓기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파리기후협정 당사국은 매년 5년 주기로 감축목표를 상향해 제출해야 합니다. 한국의 2030년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40% 감축입니다. 현재 학계에서는 2035년 감축목표의 범위로 51~67% 사이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현재로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2035년 감축목표를 확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공론화 일정까지 고려할 시 마감기한을 넘긴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입니다. 지난달 열린 감축목표 수립 관련 콘퍼런스에서 윤소원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연구관은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며 의견수렴을 다양하게 받고 우리나라가 단단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일단 탄녹위는 오는 12일 부문별 감축목표 수립 시 고려해야 할 요소를 논의하기 위한 콘퍼런스를 예정대로 개최합니다.
윤세종 플랜 1.5 변호사는 그리니엄에 “(한국 사회가) 총력을 다해 기후대응을 위해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로서는 (기후대응이) 얼마나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는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윤세종 변호사는 이어 “2025년은 너무 중요한 해”라며 “2035년 감축목표를 만들고 국회와 함께 탄소중립기본법을 바꿔 (2031년 이후) 전체 감축경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8월 헌법재판소의 기후헌법소원 판결에 따라, 국회와 정부는 2026년 2월 28일까지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전력망 특별법·기후공시·폐기물 관리 등 정책 안갯속🗺️
이밖에도 국회 산자위에 계류돼 있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방폐장) 특별법’ 등 역시 언제 논의가 재개될지 예상하기 힘듭니다.
기후공시 도입 시점 역시 논의가 뒷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기후공시와 관련해 구체적인 도입 시점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재계에서는 2029년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옵니다. 기후공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역시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금융위원회에서 (기후공시) 로드맵을 내년 언제 발표할 것인지에 대해 올해 안에 구체적으로 (계획을) 말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현 상황으로는 올해 안에 언제 로드맵을 내겠다고 말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등 폐기물 정책에 대한 관심도 밀려 정책 불확실성도 커졌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2026년 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입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수도권 직매립 금지도 비상이고 가연성폐기물 처리 불안도 점검해야 한다”며 “재생원료 공급체계, 순환공급망 문제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추진하던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은 아예 좌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앞서 환경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등의 피해를 막고자 전국 14개 지역에 기후대응댐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비상계엄 선언이 해제된 날(4일) 대구에서는 ‘낙동강권역 기후대응댐’ 관련 2차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공청회에서는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찬성 주민 그리고 경찰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윤세종 변호사는 “누군가는 계속하던 대로 의제를 계속 붙잡고 가야될 것 같다”며 “모두가 다음 대통령이 누구인지 이야기를 나눌 때 여전히 환경부와 산자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의견을 내는 목소리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