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이하 4차 기본계획)’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환경부가 이날 공개한 4차 배출권거래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운영됩니다. 이전과 달라지는 점은 크게 4가지입니다.
①시장안정화조치 예비분이 배출허용총량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②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 역시 대폭 상향될 예정입니다. ③배출권 시장에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 다른 시장참여자들 참여가 가능해집니다. ④배출권 이월제한은 이전보다 완화됩니다.
배출권거래제 개편을 통해 한국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년 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에 기여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단, 이날 공청회에서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실제로 궁금할 법한 내용들은 대다수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두고 엇갈린 평가, 이유는? 🏛️
김민지 환경부 기후경제과 사무관은 “배출허용총량, 유상할당 비율, 이월제한과 상쇄한도 등 세부기준은 2025년 수립되는 (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 규정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김 사무관은 “오늘 발표한 4차 기본계획은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의 계획안”이라며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연내 4차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해 확정한다는 방침입니다.
환경부는 오는 29일까지 4차 기본계획과 관련한 온라인 공청회와 서면 의견수렴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4차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한다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계와 재계는 4차 기본계획이 속도가 조절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기후환경단체를 중심으로는 계획이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재계·산업계 관계자, 4차 기본계획 두고 ‘속도 조절’ 필요 🤔
이날 지정토론에서 이시형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실 과장은 “(산업계가) 친환경 경영을 통해 저탄소 생산 공정 등을 이제야 도입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은 기술이 도입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대한상의가 배출권거래제 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조사에서 대한상의 측은 배출허용총량에 시장조사예비분을 포함하는 것을 물었습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 기업의 79%가 해당 조치에 반대했습니다. 발전사의 경우 85%가 반대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이경우 기업이 받을 수 있는 할당량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시형 과장은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배출허용총량에 (예비분이) 포함돼야 한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유상할당 비율 상향에 대해서도 그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전기요금 정상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환경부는 발전 부문의 경우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해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한다는 계획입니다. 유럽연합(EU),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다른 곳 역시 발전 부문에 한해서는 유상할당 비율을 100%로 만들어 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중입니다.
이시형 과장은 “유상할당 비율을 발전 부문에서 너무 급격하게 단기적으로 높이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포스코 관계자는 “유상할당까지 들어오면 사업을 영위하기가 힘들다”며 “속도를 조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자산운용사 등 제3자가 배출권 시장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제3자가 배출권 시장에 과도하게 참여할 경우 가격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효섭 선임연구원은 “할당업체와 좀 차이가 나게 (제3자의) 배출권 보유 한도 수량을 관리하면 좋겠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선물시장의 경우 전문투자자나 일반투자자를 구분해 보유 한도를 구분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 부분만 해소되면 시장참여자가 확대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는 4차 기본계획 기간(2026~2030년) 배출권 시장 내 공급이 전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이월제한 완화 등 규제는 전반적으로 완화됩니다.
이효섭 선임연구원은 공급을 줄고 규제는 완화된 가운데 “위탁거래·선물거래 등 금융화 기법이 새로 들어온다”며 “만에 하나 가격이 상승하는 방향으로 오히려 (배출권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시민단체 관계자, 4차 기본계획 오히려 강화해야 ⚖️
시민단체들은 다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윤세종 변호사는 ‘배출허용총량’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종식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3차 계획기간(2021~2025년) 내 시장예비분은 전체 0.4% 밖에 안 됐다”며 “아주 많은 양이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배출권 공급 과잉 문제와 2030년 감축목표를 동시에 해결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양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배출허용총량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윤세종 변호사는 감축목표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에서 더 많은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환경부는 이날 4차 기본계획과 함께 5차 계획기간(2031~2035년)에 대한 대략적인 구성도 공유했습니다. 5차 계획기간에는 배출권거래제 내 감축목표 설정 시 감축목표 달성 기여도를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윤세종 변호사는 “해당 부분을 4차 계획기간으로 앞당기고 10년 계획에 걸맞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8월 헌법재판소의 기후헌법소원 판결을 상기시켰습니다. 헌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내 2030년 감축목표 만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의 김지윤 대표 역시 “한국의 산업경쟁력이 약화할까 무서워한다”며 “회피하기 쉬운 방법을 계속 선택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그 결과가 결국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지윤 대표는 “발전 부문 유상할당 100%, 산업 부문 유상할당 강화 모두 이상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꽃길이 아니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그 희생을 지금 누가 어떻게 같이 나눠 가질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하지 나는 여기서 빠지겠다 식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배출권거래제 위해선 발전 부문 100% 유상할당 필요” ⚡
김성진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실장 역시 발전 부문 100% 유상할당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발전 역시도 하나의 산업”이라며 “다른 나라의 100% 유상할당과 비교해 한국은 굉장히 적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성진 실장은 “결과적으로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장조사예비분을 배출허용총량에 집어놓고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U 역시 한국과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같은 방향으로 먼저 나아갔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입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 또한 “해외 사례를 봐도 발전 부문 유상할당 100%를 가는 이유는 유상할당을 했을 때 배출권 가격을 전력 가격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발전 부문 유상할당 100%가) 사회 구성원들이 다 부담을 분담해서 갈 수 있는 취지가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끝으로 양한나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업계의 여러 의견을 검토한 후 할당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