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가능성은 무빙(움직이는) 목표다. 수동적인 목표가 아닌 능동적인 목표다. 오늘 우리가 움직여야만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아무것도 안 한다면 우리가 세운 목표는 아마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이하 2035년 감축목표) 수립을 두고 윤소원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연구관이 남긴 말입니다.
그는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서 열린 ‘2035 NDC 전문가 포럼’에 참가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포럼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개최했습니다.
이날 포럼은 2035년 감축목표 설정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법론을 공유하고 여러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개최됐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주요 화두는 ‘실현 가능성’이었습니다.
한국 감축목표 2030년 40% → 2035년은? 🤔
기후변화협정인 파리협정에 가입한 당사국은 5년 주기로 감축목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합니다. 파리협정 내 ‘진전의 원칙’에 따라 감축목표는 매번 상향해야만 합니다.
현재 한국의 2030년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40% 감축입니다. 현재 학계에서는 한국의 2035년 감축목표 범위로 51~67% 수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감축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석유화학·철강 등 고탄소산업 중심의 한국에서 40% 감축이란 2030년 감축목표 자체가 도전적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설비 전환 등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뿐더러, 탈탄소화 기술 역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감사원 역시 실현 가능성이 검증이 부실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반론도 나옵니다. 한국의 역사적 배출량과 국제사회에 보여야 할 책무를 고려했을 때 과감한 감축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온실가스를 지금 감축하지 못할 시 미래세대에게 그 비용이 전가됩니다.
이를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소송도 있었습니다. 올해 8월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은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가 헌법에 위배하다고 봤습니다.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해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주요국의 규제를 고려할 경우 빠른 감축이 국가 산업 경쟁력과 연결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감축목표서 ‘공편익’ 예고…편익도 이제 생각해야” 🗺️
윤 연구관은 현재 각 부처가 추천한 전문가 60명으로 구성된 기술작업반이 2035년 감축목표를 위한 경로를 검토 중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현재 기술작업반을 이끌고 있습니다.
윤 연구관은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최대 수백여가지가 된다”며 “감축 정책, 현재 연구개발(R&D) 기술 수준, 제도적 법적인 것들”이 고려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 각 부처가 제시한 여러 전략도 고려됩니다.
그는 실현 가능성과 형평성이란 측면에서 한국 사회가 쓸 수 있는 기회를 이미 사용한 것 같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2030년 감축목표는 뒤로 갈수록 가파르게 감축되는 선형 구조입니다.
2027년부터 2029년까지 가파르게 감축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연간 약 4.2%씩 줄여나가는 구조입니다. 한국의 산업구조와 기술여건을 고려했다는 것이 정부의 말입니다.
윤 연구관은 “실현 가능성과 형평성 측면에서는 틀린 답은 아니었다”면서도 “2030년 이후에는 (4.2%보다) 조금 더 높은 증가율로 가야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술작업반은 2035년 감축목표에서 ‘공편익(co-benefit)’도 제시할 계획이라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어느 한쪽의 대책이 다른 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감축목표 논의가 부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감축 등 기후대응에 따라 한국 사회가 얻을 수 있는 편익도 이야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탄녹위 온실가스감축 분과위원회의 안영환 위원장은 “앞으로 감축해야 하는 것이 ‘희생’이라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1.5℃ 억제 위해선 2035년 60% 감축…신중해야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파리협정 1.5℃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감축목표를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60%로 수립해야 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최근 아제르바이잔에서 폐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도 파리협정 1.5℃에 부합하는 감축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습니다.
그 결과, COP29에서는 ‘1.5℃ 경로에 부합하는 NDC 이니셔티브’가 출범했습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스위스 ▲노르웨이 등 7개국이 동참했습니다. 말 그래도 1.5℃에 부합한 2035년 감축목표를 수립해 제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2035년 감축목표를 60%까지 상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엄지용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는 IPCC가 제시한 2035년까지 60% 감축이란 수치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IPCC의 권고를 무시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더 유연한 방식으로 실현 가능성과 공정배분 원칙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엄 교수의 설명입니다.
엄 교수는 탄소예산을 고려해 한국의 탄소중립 경로를 그릴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이 경우 “선형적인 감축경로 보다는 더 오목한 형태로 떨어지는 경로로 나올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을 특정 온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인류에게 허용된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뜻합니다. IPCC는 남은 탄소예산을 약 5,000억 톤으로 계산한 바 있습니다.
단, 이호무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지구적 탄소예산을 일괄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탄소예산을 나누기 위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방법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선임연구원은 “그 부분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민들을 이해시키며 감축목표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안 위원장은 “부문별로 (탄소예산을) 적용해 할당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엄 교수는 감축목표를 어떻게 비용효과적으로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감축경로가 제한적인 시점에서 시점 간 비용효과성 논의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기후대응에 따른 비용 부담과 사회적 편익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유종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또한 같은 지점을 강조했습니다. 유 교수는 “편익과 감축경로를 함께 비교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정책적 추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공론화 통해 단단한 한국 목표 수립 중요 ⚖️
한편, 현재 계획상으로는 기술작업반은 11월까지 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후 공론화 작업을 거쳐 2035년 감축목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합니다. 마감기한은 2025년 2월까지입니다.
공론화까지 고려하면 마감기한을 못 지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윤 연구관은 “기술작업반이 (공론화) 시간까지 가늠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론화 과정을 지켜보며 의견수렴을 다양하게 받고 우리나라가 단단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탄녹위는 오는 12월 부문별 감축목표 수립 시 고려해야 할 요소를 논의하기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