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2030년까지 운영될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의 윤곽이 공개됐습니다.
환경부는 27일 서울 마포구에서 온오프라인 공청회를 열고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안(이하 4차 기본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은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 중입니다.
정부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에 배출 허용량(Cap)을 설정하고, 이를 배출권 형태로 할당하는 건니다. 각 기업은 할당된 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할당된 배출권이 남거나 부족할 경우 다른 기업과 거래(Trade)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습니다.
시장 메커니즘 기반의 배출권 거래를 통해 기업들은 추가 이익을 얻고, 나아가 탄소감축 기술 투자를 유인한다는 취지입니다.
현재 국가 총배출량의 70% 이상이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이 진행 중입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4차 기본계획을 수립해 심의·의결까지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한국의 배출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낮은 유동성과 높은 장외거래 특성에 더해 경기둔화 등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입니다. 실제로 해외와 비교해 국내 배출권 가격은 1만 2,500원대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산업계가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는 한국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2030 감축목표) 달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배출권거래제를 관리하는 정부 역시도 현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시장·지원체계 전반 개편 ⚖️
김민지 환경부 기후경제과 사무관은 감축목표 강화에 대한 국가적 요구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배출권거래제의 역할 역시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한국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됩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이나 기후공시 의무화 등 한국 기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탄소규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에 4차 기본계획은 궁극적으로 2030년 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개편이 추진됩니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 사무관은 “감축목표 달성이 기업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며 “(배출권거래제 내) 할당과 시장 그리고 지원체계 전반의 개편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출권거래제가 기업들의 감축노력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할뿐더러, 새로운 탄소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1️⃣ 시장안정화조치 예비분 배출허용총량에 모두 포함
4차 기본계획에서는 가장 먼저 배출허용총량이 재정의됩니다. 이는 쉽게 말해 정부가 각 사업장에 온실가스를 얼마만큼 배출할 수 있는지 허용한 것을 모두 합친 값입니다.
배출권 가격의 급격한 변등락은 내부 감축투자를 할지 또는 외부에서 배출권을 구입할지를 기업이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에 정부는 ‘시장안정화조치’ 제도를 통해 유동성 부족으로 가격이 높을 경우 예비분을 활용하여 가격 안정화하여 시장 안정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상향된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시장안정화조치 예비분을 모두 배출허용총량에 포함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부문별 감축여건과 세분화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자 배출허용총량 부문을 ‘발전’과 ‘발전외(外)’ 부문으로 구분됩니다.
전력을 생산하는 부문은 발전, 이외 산업·수송·건물 등은 모두 발전외 부문으로 구분돼 관리됩니다.
2️⃣ 발전 부문 유상할당 대폭 상향…수치는 ‘미정’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크게 유상할당과 무상할당으로 구분돼 운영됩니다.
전자인 유상할당은 할당된 배출권을 정부가 일정한 경매 방식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후자는 정부가 무상으로 배출권을 배분합니다.
3차 계획기간 내 유상할당 비중은 10%에 그칩니다. 여기에 무역집약도가 높은 기업들은 무상할당을 받기 때문에 실질적인 유상할당 비율은 4.8%에 불과합니다.
현재 기후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배출권 내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높습니다. 적어도 전환 부문은 100%까지 상향해야 한단 것이 단체들의 주장입니다. 유럽연합(EU),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다른 곳 역시 발전 부문에 한해서는 유상할당 비율을 100%로 만들어 제도를 운영 중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역시 부문·업종별로 차등화된 유상할당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발전 부문은 주요국의 사례와 감축여건을 고려해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합니다. 발전 외 부문은 업계 경쟁력과 감축기술 상용화를 고려해 상향 수준을 조정합니다.
단, 이날 구체적인 유상할당 확대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배출효율기준 할당방식(BM) 역시 적용 범위가 75% 이상으로 확대됩니다.
이를 통해 사업장과 시설이 배출효율이 우수한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구상입니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에 포함된 감축수단의 경우 감축정책을 고려해 추가할당을 줄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됩니다.
할당예외 역시 최소화하는 방식 역시 고려됩니다.
3️⃣ 배출권 시장 내 참여자 확대·이월제한 완화
배출권 시장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참여자의 범위 역시 확대됩니다. 기존에는 할당대상업체와 배출권거래중개회사 등만 참여가 가능했습니다.
4차 계획기간부터는 ▲은행·보험사 ▲자산운용사 ▲기금관리자 등도 배출권 시장에 참여가 가능합니다. 향후에는 개인도 배출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습니다.
올해 3월 NH투자증권이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 시스템 도입의 시범사업자로 단독 선정된 상황입니다. NH투자증권은 2025년 상반기부터 위탁매래를 본격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배출권 이월제한 역시 완화됩니다. 대상 기업의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적으면 잔여 배출권을 팔거나 다음 이행연도로 넘기는 것이 가능합니다. 현 거래제는 순매도량만큼만 이월이 가능합니다.
이런 제한을 두고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는 배출권 이월제한 완화를 요구해 왔습니다. 배출권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월제한을 강제한 탓에 배출권 가격이 급락했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입니다.
김 사무관은 “자동적으로 시장 내에 배출권 수급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국형 시장 안정화 제도(K-MSR)’도 시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정부가 배출허용총량 내 예비분을 일정 부분 확보해 시장 내 공급되는 배출권 물량을 조정하는 제도입니다.
4️⃣ MRV 기준 개선…기업 지원체계 마련
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기준 역시 개선됩니다.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동시에 배출량 검증절차(적합성 평가)는 간소화해 기업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상쇄배출권 한도 역시 조정됩니다. 정부는 기업의 유연한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고자 상쇄배출권 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3차 계획기간 내 상쇄배출권 허용 한도는 5%입니다. 앞서 정부는 10%까지 늘리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상쇄배출권의 적정 상쇄한도 설정을 위한 비율 역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또 유상할당 수입금을 기업의 감축활동 등에 재투자할뿐더러, 획기적인 감축기술 도입을 위한 지원체계 역시 마련할 것이라고 김 사무관은 이야기했습니다. 탄소차액계약제도(CCfD)가 대표로 소개됐습니다. 탈탄소 공정을 도입함으로써 증가한 생산비용을 정부가 보조금의 형태로 지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2025년 수립될 할당계획서 비율 대다수 규정” 👀
이날 공청회에서 공개된 4차 기본계획은 아직 최종안이 아닙니다. 김 사무관은 “의견수렴을 위해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라며 “추후 의견수렴을 기반으로 변경사항이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환경부는 오는 29일까지 4차 기본계획과 관련한 온라인 공청회와 서면 의견수렴을 모두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의견수렴을 기반으로 4차 기본계획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전체회의에서 심의됩니다. 12월 안으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까지 모두 끝낸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김 사무관은 “참석자분들이 궁금해하는 배출허용총량이나 유상할당 비율, 이월제한과 상쇄한도 등 세부기준은 2025년 수립되는 (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 규정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